[현장목소리] 'K리그 레전드' 박진포가 프로 지도자 아닌 '축구교실 감독' 택한 이유
입력 : 2025.04.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울산] 배웅기 기자= 'K리그 레전드' 박진포(38)는 프로 지도자가 아닌 축구교실 감독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11년 성남일화천마(現 성남FC)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한 박진포 감독은 이후 상주상무(現 김천상무)와 제주유나이티드(現 제주SK FC)를 거치며 통산 255경기 6골 22도움(K리그1 218경기 3골 19도움·K리그2 32경기 3골 3도움·플레이오프 1경기·리그컵 4경기)을 기록한 명실상부 레전드다.

그러나 제주와 계약이 만료된 2019년 이후 돌연 자취를 감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현역 은퇴를 결심한 것은 아니었고, 202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박진포풋볼아카데미'를 울산 중구에 설립하며 근황을 알렸으나 마침 코로나19 팬데믹과 시기가 겹치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1년 만인 2021년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을 통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박진포 감독은 비교적 어린 선수가 대거 포진한 울산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였다. 무려 네 시즌을 몸담으며 통산 83경기 2골 4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그간 갈증을 깨끗이 씻어내렸고, 2022년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금메달·2023 K3리그 4위 등 울산의 역사를 함께했다.

애초 지난 시즌 끝으로 현역 은퇴가 예정돼있었으나 왼쪽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예상치 못한 큰 부상으로 일찌감치 축구화를 벗었다. 약 4년 가까이 지도자와 선수를 병행한 박진포는 이제 온전한 감독으로서 새로운 삶을 꾸며가고 있다. 본지는 27일 울산유소년스포츠연맹(회장 백성화) 주최로 열린 '제2회 울산연맹회장배 전국 새싹어린이 축구대회'에서 박진포 감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날 박진포풋볼아카데미는 울산FC리버스라는 이름으로 대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수반 수강생으로 이뤄진 리버스는 충남아산FC 출신 김한성 코치가 이끄는 4학년 부가 공동 3위, 3학년 부가 우승, 2학년 부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격려차 현장을 찾은 박진포 감독은 중간중간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는 열정까지 보였다.



박진포 감독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학부모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저도 프로 생활을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지도자와 K3리거를 병행하며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가족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타지보다는 고향 울산에서 축구교실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균상 (울산시민축구단) 감독님께 감사한 부분이 많다. 엄연히 선수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배려해 주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제가 지도자로서도 집중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셨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감독님 덕을 봤다"고 전했다.

국가대표 출신 박진포 감독이 경험한 1990~2000년대와 지금의 유소년 축구는 환경부터 많은 요인이 달라졌다. 박진포 감독은 "초등학생 때가 보편적으로 축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충도 있다. 아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축구를 가르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커온 환경과는 정반대다 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는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만의 철학을 유지하고 가르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 대해서는 "저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이러한 단체 활동이 많지는 않더라. 보시다시피 축구 대회지만 주말에 열려 가족 잔치가 되기도 한다.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무척 어린 나이부터 단체생활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울산시민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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