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영상화, 좋거나 나쁘거나…’내남결’vs’재벌집 막내아들’, 뭐가 달랐나 [Oh!쎈 초점]
입력 : 2024.0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tvN / JTBC

[OSEN=유수연 기자] 웹툰은 물론, 웹소설까지, 최근 K-드라마 업계는 웹콘텐츠 영상화의 작품으로 가득 찼다. 한때는 웹콘텐츠의 영상화 소식이 ‘희소식’으로 인식되기 마련이었지만, 요즘 원작 팬들의 반응은 사뭇 달라졌다. 흥행은 차치하고, 원작의 본질을 흐리는 영상화로 원작 팬들의 실망과 원성을 사게 된 사례가 이어지자, “’영상화’의 소식이 기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는 것.

과연 어떤 작품이 원작 팬들의 ‘악몽’에 가까운 실망감을 안기고, 또 그중에서도 원작 구현을 넘어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을까.

설정? 결말? 모두 걸 다 ‘바꿔’…’재벌 집 막내아들’·넷플릭스 ‘택배기사’

지난 2022년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은 당시 닐슨 코리아서 집계한 전국 시청률 기준 26.9%를 찍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역대 2위의 기록을 세우며 흥행 역사를 새로 쓴 화제작이다. 원작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된 원작 소설은 동명의 웹소설로, 당시 한국 웹소설 계에서 재벌물 장르의 대유행을 이끈 선풍적인 작품이었다.

치열한 재벌들의 두뇌 싸움 속 살아남은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짜릿한 서사구조로 인기를 얻었던 원작인 만큼,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도 진도준(송중기)의 짜릿한 두뇌 싸움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하지만 그렇게 원작을 따라 잘 나가던 드라마 ‘재벌집’은 최종회에서 “이 모든 것은 꿈”이라는 ‘경로 이탈’ 전개를 선보여 시청자의 황당함을 자아냈다.

지난 2023년 5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택배기사’ 역시 원작의 옅은 향기만을 남긴 작품으로 꼽혔다.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2071년, 비범한 싸움 실력을 갖춘 전설의 택배기사 '5-8'이 난민들의 유일한 희망인 택배기사를 꿈꾸는 난민 '사월'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야기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둔 작품이었다. 게다가 배우 김우빈의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더욱 기대받았다.

해외에서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택배기사’는 공개 단 사흘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고, 국가별로는 한국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이집트, 홍콩, 필리핀, 브라질 등 65개 나라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공개 직후 국내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이유는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슷했다. 원작 실사화를 기대했던 웹툰 팬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 당초 여자 주인공이었던 ‘사월’을 남자 조연 캐릭터로 변경됐고, 주인공 역시 ‘남성 캐릭터’로 변경되며 결국 여성 캐릭터 투톱 체재에서 남성 캐릭터 양두 체제로 변경됐다. 이 밖에도 타 조연 캐릭터의 설정이 대폭 수정되며 캐릭터의 입체감이 줄어들었고, 방대했던 세계관 설정을 축소하며 개연성이 떨어지게 됐다.

색깔은 그대로, 재미는 ‘한 스푼’ 더…’내 남편과 결혼해줘’·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반면 각색은 한 스푼 더했지만, 원작의 색깔과 주제를 크게 해치지 않아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도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대표적인 예다. ‘내남결’은 10년 전으로 회귀해 2회차 인생을 살게 된 강지원(박민영 분)의 복수 및 성장 이야기로, 웹툰 원작 역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물론 아쉬운 각색 포인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색한 주·조연 배우들의 사투리, 현실 반영이 다소 아쉬운 의상 선택, 원작 속 인기 조연 커플 설정의 대폭 수정 등, 원작 팬들의 입맛을 100% 만족시키는 데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원작이 지니고 있던 ‘마라맛 막장’ 소재, 원작이 전하고자 했던 주인공의 주체적인 성장, 그리고 복수 등의 메시지를 헤치지 않아 원작 팬덤의 응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과몰입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내남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이 과몰입 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TV쇼 부문 글로벌 일간 순위 1위에 등극하는가 하면, 지난 10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10.7%, 최고 12.1%를 기록, 수도권과 전국 모두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전국 평균 시청률도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닐슨코리아 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지난달 높은 관심과 호응 속이 파트2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도 신규 시청자와 웹툰 팬덤을 사로잡은 작품에 꼽힌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이재(서인국 분)가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환승 드라마다.

원작 역시 ‘13번의 환생’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인기를 얻었지만, 영상화가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총 66화로, 웹툰에서는 짧은 분량의 작품에 속했고, 개별적으로 끊어지는 에피소드로 진행됐기 때문. 그러나 하병훈 감독은 원작 웹툰 캐릭터 사이에 접점을 붙여 에피소드 간의 연결고리를 더하는 흥미로운 서사를 완성했고, 원작 웹툰의 장점을 살린 시각적인 효과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 작품의 재미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이재, 곧’은 티빙 전체 오리지널 콘텐츠 중 역대급 시청UV 기록을 세우는 명예를 안았다.

/yusu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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