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나보다 더 힘드실 것 같은데... 모든 것은 다 핑계였다."
골프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최경주(54·SK텔레콤)의 우승 드라마. 재미교포 한승수(38·하나금융그룹)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몸도 아프고 아시안투어와 병행하며 고된 길을 걷고 있는 그였지만 결국 다 이겨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선배의 발자취였다. 한 주 만에 그 깨달음을 결과로 증명해냈다.
한승수는 26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를 엮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써낸 한승수는 김연섭(37)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제네시스 포인트에서도 1000점을 획득해 14위로, 상금 1억 4000만원을 챙기며 상금랭킹에서도 8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교포로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한 한승수는 2001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각광을 받았다. 이듬해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그는 협회에서 주관한 5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전설적인 스타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세운 10대 최다승 기록까지 뛰어넘었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캐나다, 중국을 거쳐 일본 투어에서 8년간 활약하며 2017년 일본남자투어(JGTO) 카시오월드오픈에서 첫 승을 따낸 한승수는 2020년 LG시그니처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코리안투어 첫 승을 올렸고지난해 6월 한국오픈에 정상에 오른 데 이어 11개월 만에 통산 4승, KPGA 3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친 한승수는 2라운드에서 5언더파로 공동 5위까지 뛰어올랐다. 3라운드에선 4언더파로 중간 합계 10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3번 홀(파3) 버디로 기분 좋게 시작한 한승수는 7번 홀(파3) 보기를 범했지만 전반을 2타 앞선 선두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연속으로 티샷이 러프로 향하며 두 타를 잃었다. 결국 공동 1위로 우승 위협을 받았다.
앞서 경기를 치른 김민규에게 단독 선두를 내주기도 했으나 14번 홀(파4)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선 한승수는 14번 홀(파5), 16번 홀(파3)에서 3연속 버디를 낚는 '사이클 버디'로 단숨에 다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히 16번 홀에선 7m 퍼트를 완벽하게 떨어뜨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0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마친 김연섭. 타수를 잃지만 않으면 되는 상황에서 18번 홀(파5)에 돌입한 한승수는 티샷이 러프로 빠지며 위기에 몰렸지만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공을 빼놨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며 우승을 직감했다. 3.5m 가량 퍼트가 홀을 빗나갔지만 탭인 파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KPGA에 따르면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한승수는 "긴 하루였다. 선두를 유지하면서 우승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코스 난도도 높고 비까지 왔다. 인내가 필요한 하루였다"며 "사실 경기를 시작한 후에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몇 타 차 우승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함께 경기한 김연섭 선수 흐름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지키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우승에 주효했다. 13번 홀을 파로 막아내고 14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하면서 우승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한승수지만 역경을 이겨내 결국 정상에 올랐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승수는 "일단 지난해 내셔널 타이틀을 얻게 돼 감사하게 생각했다. 겨울에도 잘 쉬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 크게 특정 어느 부분이 잘 안 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집중력이나 흐름이 유지되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경기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재밌게 투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에서는 날씨도 그렇고 이동 거리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최경주 선수가 우승을 했다. 그 장면을 보고 '다 핑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경주 선수의 우승으로 마음을 다 잡았다"고 전했다.
최경주는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에서 KPGA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는데 연장 1번 홀 해저드에 빠질 뻔한 위기에서 엄청난 어프로치 샷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자신의 54번째 생일에 우승 기쁨을 누렸다.
한승수는 "심적인 부분이 지금 배가 부른 것은 아니다. 다만 몸도 아프고 회복도 느리고 지쳐 있는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지난주 'SK텔레콤 오픈' 마지막 날 최경주 선수의 연습과정부터 다 지켜봤다. 참 많이 배우고 느꼈다. 계속 꾸준하고 묵묵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보다 더 힘드실 것 같은데. 모든 것은 다 핑계였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많은 걸 느낀 계기가 됐다. "이번주는 스스로에게 증명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라운드가 끝나고 우승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머릿속에 여러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 경기 내내 과정에 집중했다. 앞서가지 않으려 노력했고 결국 우승까지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한승수는 "올해 KPGA 투어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우승 전까지 KPGA 투어와 아시안투어 병행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일단 우승을 했으니 내 현재 위치를 확인한 후 목표와 계획 설정을 다시 해보겠다. KPGA 투어에서는 규모가 큰 대회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KPGA 최고 권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상금 5억원을 챙겼던 디펜딩 챔피언 한승수는 "오늘 우승도 했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기 때문에 자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이 큰 시너지가 될 것 같다"며 "또한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블랙스톤 골프클럽 이천과 비슷하다.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코스다. '디펜딩 챔피언'인 만큼 즐겁게 경기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전의 꿈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한승수는 "지금 당장 올해말부터 콘페리투어 진출을 준비해 PGA 투어에 도전한다는 생각은 현재는 없다"며 "규모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PGA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일본투어에서 활동할 때 세계랭킹 100위 이내에 든 적이 있는데 이 방법을 통해 PGA 투어 대회에 나섰던 적이 있다. 이 방법이 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투어를 경험했지만 KPGA에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일단 이동 경로가 짧다. 가장 큰 장점은 매주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해외투어에서 활동하면 외국 선수에 불과하지만 나는 KPGA 투어를 '우리투어', '본국투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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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가 26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 제공 |
골프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최경주(54·SK텔레콤)의 우승 드라마. 재미교포 한승수(38·하나금융그룹)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몸도 아프고 아시안투어와 병행하며 고된 길을 걷고 있는 그였지만 결국 다 이겨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선배의 발자취였다. 한 주 만에 그 깨달음을 결과로 증명해냈다.
한승수는 26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를 엮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써낸 한승수는 김연섭(37)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제네시스 포인트에서도 1000점을 획득해 14위로, 상금 1억 4000만원을 챙기며 상금랭킹에서도 8위로 뛰어올랐다.
한승수가 26일 대회 최종일 5라운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제공 |
2009년 프로 데뷔 후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캐나다, 중국을 거쳐 일본 투어에서 8년간 활약하며 2017년 일본남자투어(JGTO) 카시오월드오픈에서 첫 승을 따낸 한승수는 2020년 LG시그니처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코리안투어 첫 승을 올렸고지난해 6월 한국오픈에 정상에 오른 데 이어 11개월 만에 통산 4승, KPGA 3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친 한승수는 2라운드에서 5언더파로 공동 5위까지 뛰어올랐다. 3라운드에선 4언더파로 중간 합계 10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3번 홀(파3) 버디로 기분 좋게 시작한 한승수는 7번 홀(파3) 보기를 범했지만 전반을 2타 앞선 선두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연속으로 티샷이 러프로 향하며 두 타를 잃었다. 결국 공동 1위로 우승 위협을 받았다.
아이언샷을 시도하는 한승수. /사진=KPGA 제공 |
10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마친 김연섭. 타수를 잃지만 않으면 되는 상황에서 18번 홀(파5)에 돌입한 한승수는 티샷이 러프로 빠지며 위기에 몰렸지만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공을 빼놨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며 우승을 직감했다. 3.5m 가량 퍼트가 홀을 빗나갔지만 탭인 파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KPGA에 따르면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한승수는 "긴 하루였다. 선두를 유지하면서 우승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코스 난도도 높고 비까지 왔다. 인내가 필요한 하루였다"며 "사실 경기를 시작한 후에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몇 타 차 우승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함께 경기한 김연섭 선수 흐름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지키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우승에 주효했다. 13번 홀을 파로 막아내고 14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하면서 우승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한승수지만 역경을 이겨내 결국 정상에 올랐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승수는 "일단 지난해 내셔널 타이틀을 얻게 돼 감사하게 생각했다. 겨울에도 잘 쉬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 크게 특정 어느 부분이 잘 안 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집중력이나 흐름이 유지되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경기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고령 우승자 기록을 갈아치운 최경주. /사진=KPGA 제공 |
최경주는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에서 KPGA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는데 연장 1번 홀 해저드에 빠질 뻔한 위기에서 엄청난 어프로치 샷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자신의 54번째 생일에 우승 기쁨을 누렸다.
한승수는 "심적인 부분이 지금 배가 부른 것은 아니다. 다만 몸도 아프고 회복도 느리고 지쳐 있는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지난주 'SK텔레콤 오픈' 마지막 날 최경주 선수의 연습과정부터 다 지켜봤다. 참 많이 배우고 느꼈다. 계속 꾸준하고 묵묵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보다 더 힘드실 것 같은데. 모든 것은 다 핑계였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많은 걸 느낀 계기가 됐다. "이번주는 스스로에게 증명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라운드가 끝나고 우승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머릿속에 여러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 경기 내내 과정에 집중했다. 앞서가지 않으려 노력했고 결국 우승까지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한승수(왼쪽)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캐디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PGA 제공 |
'규모가 큰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KPGA 최고 권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상금 5억원을 챙겼던 디펜딩 챔피언 한승수는 "오늘 우승도 했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기 때문에 자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이 큰 시너지가 될 것 같다"며 "또한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블랙스톤 골프클럽 이천과 비슷하다.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코스다. '디펜딩 챔피언'인 만큼 즐겁게 경기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전의 꿈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한승수는 "지금 당장 올해말부터 콘페리투어 진출을 준비해 PGA 투어에 도전한다는 생각은 현재는 없다"며 "규모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PGA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일본투어에서 활동할 때 세계랭킹 100위 이내에 든 적이 있는데 이 방법을 통해 PGA 투어 대회에 나섰던 적이 있다. 이 방법이 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투어를 경험했지만 KPGA에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일단 이동 경로가 짧다. 가장 큰 장점은 매주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해외투어에서 활동하면 외국 선수에 불과하지만 나는 KPGA 투어를 '우리투어', '본국투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승수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PGA 제공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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