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카드 영업직..'아이유 시모' 오민애 ''살민 살아진다'' 인생 역전 산증인 [★FULL인터뷰]
입력 : 2025.04.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나라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야말로 '글로벌 시어머니'의 탄생이다. 배우 오민애(59)가 넷플릭스 '더 글로리' 시리즈에 이어 '폭싹 속았수다'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훔치고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이미 영화 '파일럿'의 '이찬원 덕후' 조정석 엄마를 비롯해,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망상 환자 서완(노재원 분) 모, 디즈니+ '살인자ㅇ난감'의 연쇄살인마 이탕(최우식 분) 모, 넷플릭스 '돌풍'의 영부인 등 다수의 작품에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발산했던 오민애.

글로벌 화제작엔 언제나 그 이름이 빼놓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데, 지난달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에서 마침내 연기 내공을 제대로 터뜨리며 30년 무명 생활을 완벽히 청산했다. 특히 오민애는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정성일 분) 엄마이자 박연진(임지연 분) 며느리로 재벌가 시어머니의 카리스마를 뿜어낸 반면, '폭싹 속았수다'에선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로 돌아와 놀라움을 더했다.

아들 양관식(박보검, 박해준 분) 바라기로서 며느리 오애순(아이유, 문소리 분)이 탐탁지 않지만, 그런 며느리와 결국 같은 모성애로 연대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이처럼 오민애는 매 작품 캐릭터의 전형성을 맛깔나게 비틀며 '폭싹 속았수다' 또 한 명의 흥행 주역으로 등극,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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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뉴스 사옥에서 만난 오민애는 '아들 맘' 권계옥처럼 호탕하면서도, 실제 본인의 삶은 또 오애순처럼 도전적인 면모로 시종일관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먼저 오민애는 '폭싹 속았수다' 출연 과정을 묻는 말에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다. 중년 배우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나고 있기도 했고, 김원석 감독님의 전작 '나의 아저씨'(2018)가 제 인생 드라마라 더욱더 설레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지원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당시 오디션에서 특정 역할이 주어진 게 아니라 여러 역할들의 대본을 다 읽어보라 하셨다. 그래서 계옥이 뿐만 아니라 해녀분들, 제니 엄마 미향(김금순 분)에 심지어 시어머니 박막천(김용림 분)도 연기해 봤다"라는 비화를 들려줬다.

'합격'의 기운이 느껴진 순간이 있었을까. 오민애는 "감독님이 '되게 자유로우시네요'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보통은 '감사합니다' 그래야 하는데, 긴장돼서 '네' 그랬다. 그러곤 집에 와서 이불킥을 열심히 했다. 너무 푼수데기처럼 말한 거다"라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계옥이 연상되는 반응 같다"라는 기자의 말에 오민애는 "역시 저는 계옥이었나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경은 어땠을까. 오민애는 "너무 기분이 좋은데, 자칫하면 날아갈 거 같은 느낌이라, 까불면 그렇게 될까 봐, 즐거워하면 꿈처럼 사라질까 봐 즐거워하지도 못했다. 연락받고 오히려 너무 침착하고 쿨하게 '아 네' 했다. 너무 놀라고 기쁜 마음을 꾹꾹 눌렀던 기억이 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후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물음엔 "감독님이 딱히 제주도 방언을 배우라고 요구하신 건 아니었지만, 그냥 제가 직접 찾아가서 배워보려 했다. 우선 그 제주도 배경에 익숙해지려고 배운 거다"라고 섬세한 열연의 비결을 엿보게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계옥에 대해선 "관식이 때문에 속상해서 애순이한테 질투 어린 행동들을 했다. 처음엔 스스로 똑똑한 여자라 생각하곤 시어머니 앞에선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근데 두 사람이 부산으로 야반도주를 하면서 제대로 화가 나고 배신감을 갖게 된 거다. 하지만 저는 계옥이 가장 안 됐고 가장 외롭고 상처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시어머니한테는 인정 못 받고, 남편한테는 무시당한 결핍이 있어 그 보상을 아들한테 바라는 거다. 근데 관식이는 등한시해 버리니까, 더 애순한테 질투를 부린 거 같다라며 "당시 제주도 여성들이 잘 표현된 거 같다. 비록 계옥이 애순의 상처를 놓치고 손녀 금명이를 해녀로 만들려 하지만, 현실주의적인 계옥 입장에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게 '조기교육'이라고만 생각했을 거다. 그의 입장에선 최선인 행동들이었기에 단순한 악의로 볼 수가 없더라"라고 깊이 공감했다.

또한 오민애는 "캐릭터에 접근할 때 역사적 배경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폭싹 속았수다'도 이를 간과하지 않고 각 인물들에 시대상을 잘 녹여냈다고 본다. 이때 당시 제주 사람들 중엔 극악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을 거다. 한국 전쟁 등 힘든 세월을 다 겪었다 보니 애정이라는 게 너무 중요했을 거고, 그렇게 서로 도우며 '우리'라는 개념도 이때 처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기적인 모습이 혹여 생길지라도 결국엔 같이 함께 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더 중요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그는 "촬영장 가는 게 정말 행복했다.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서로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니까 바라만 봐도 좋고, '안녕하세요' 인사만 해도 활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라며 "관식이 선장 됐을 때 그 기분도 잊을 수가 없다. 마을 잔치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애순이를 못 살게 굴지만 애순이에게 한방 먹으면 먹는 대로 계옥이 받아들이는 그 정서들도 좋았다"라고 따뜻하게 추억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는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지만, 정작 오민애는 "아직도 '폭싹 속았수다' 정주행을 못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돌아다니는 짧은 클립 영상만 봤다. 배우들은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질 못하니까, 무서워서 못 봤다. 정말로 제삼자의 눈으로 올곧게 볼 수가 없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에 지금의 뜨거운 인기가 얼떨떨할 수밖에. 오민애는 "처음에는 인지 못했다가 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제 SNS를 찾아오며 팔로워 수가 늘어나서 체감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인터뷰도 자꾸 들어오더라"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전 세계적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오민애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나. 사람 사는 건 똑같은 거 같다. 삶이 왜 소중한 지에 대해 건드려주니까 통했다고 본다. 얼마 전 영화 '딸에 대하여'가 '아시안 팝업 시네마' 영화제에 초청되며 미국 시카고에 다녀왔는데, 현지분들도 다들 제게 '폭싹 속았수다' 이야기를 하셨다"라고 내세웠다.

이어 그는 "세대 간에 몰랐던 부분들, 우리 엄마 아빠가 저렇게 살았구나를 알게 되고 또 동일시되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들 보게 되는 거 같다. 서로의 모습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엄마, 아빠가 있고 누구나 딸, 아들이니까. 이 지점, 그 캐릭터들과 동일시되는 접점이 우리 드라마는 더욱 컸던 거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결국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왈칵 쏟은 오민애. 그는 "현실에선 돈을 너무 못 버니까, 제가 아르바이트를 정말 많이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카드사 영업직이었다. 연극배우들이 무슨 돈이 있겠나. 카드 발급도 안 되는 사람들을 붙잡고 '나 좀 도와줘' 하는 게 너무 비참해서 힘들었다. 그러면 또 본인들도 힘들면서 어떻게든 저를 도와주려 너무너무 애를 써주고. '이 선배가 제발 잘 됐으면 좋겠다', 자기도 힘들면서 말이다. 그 마음들을 제가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응원해 주는 모습들에 '내가 정말 잘 돼야겠다' 힘을 얻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폭싹 속았수다'가 잘 된 것이고, 또 많은 축하를 받아 감사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눈물을 머금은 채 오민애는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많이 아프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우리 열심히 잘 살아보자, 서로 희생하고 도와가면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 주자 말하는 그런 드라마였다. 삶이라는 게 우리한테 너무 큰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 그 제목처럼 '폭싹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습니다) 했다고 신 감귤일지라도 무언가를 주시지 않나. 우리는 그걸로 감청을 만들든 뭘 만들어내며 지혜로 승화시키는데, 그 힘이 이 드라마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힘내서 이 삶을 소중하게 서로 잘 살아보자 하는 힘을 담아냈다. 그런 작품에 내가 참여했다니 너무 좋고 자랑스럽다"라고 애틋하게 얘기했다.

또 그는 자신의 명대사 '살민(살면) 살아진다'를 읊조리며 "정말로 살면 살아지더라. 제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근데 누구나 파도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삶을 살아간다. 누구나 다 파도를 겪고 그래서 잃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때론 우리는 전복을 따기도 하고 소라를 따기도 하고 만선을 선물 받기도 한다. 그 위로를 받으면서 살아간다는 걸 이 드라마가 말해 주고 있기에, 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의 이야기인 거다"라고 말해 먹먹함을 더했다.

오민애는 "돌이켜보면 배우는 저한테 '운명'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 20대 때 인도 배낭여행을 떠나려 들렀던 여행사에서 처음 본 직원으로부터 '연극배우'를 추천받아 그 길로 연극 무대 스태프 일부터 시작했다.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니고 사회복지사가 되었던 건 오히려 배우로서 성장시켜 준 계기가 됐다. 사회복지사 생활을 8년간 하면서 안 돌아다닌 곳이 없고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시야가 넓어졌다. 지금의 저를 만든 너무나 큰 자양분이 됐다"라고 천생 배우다운 삶을 돌아봤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민애 배우 내방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끝으로 오민애는 계옥을 사랑한 시청자들에게 "밉상일 텐데도 불구하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면서 "계옥 덕분에 인정받고 싶다는 갈증이 해갈됐다. 이제 좀 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사람에 대한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배우로서 노력하겠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배우가 되어 다시 찾아뵙겠다. 저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쭉 작품으로 인생을 더 많이 배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5월 첫 방송 예정인 지니TV '당신의 맛'에서 요식업 대기업의 회장으로 나온다.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라 저도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6월엔 SBS 드라마 '우리영화'에서 남궁민의 다정한 엄마로, 대비되는 인물로 만나 뵐 수 있을 거 같다"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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