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테리 주장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 2012.0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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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잉글랜드 대표팀이 주장 논란으로 시끄럽다. 유로2012 본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이하 FA)는 이달 3일 존 테리(31, 첼시)의 대표팀 주장직을 일시 박탈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흑인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에 대한 인종차별 욕설을 했다는 혐의가 직접적 원인이다. 현재 첫 재판이 7월9일로 잡혀 유로2012 본선(7월1일 종료)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테리의 대표팀 주장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고, 결국 FA가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FA의 결정은 당초 환영 받았다. 하지만 직간접 관련자들이 들고 일어나 또 다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리는 FA의 결정에 불만을 터트리며 대표팀 은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파비오 카펠로 대표팀 감독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이탈리아 TV채널 ‘라이 1’과의 인터뷰에서 “주장 박탈 결정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데이비드 번스틴 회장에게도 분명히 내 뜻을 전달했다”라며 집행부 결정을 맹비난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유죄 확정 전까지의 무죄추정 원칙과 국가대표로서의 명예 훼손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테리 옹호론자들은 “사법부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왜 FA가 먼저 나서는가?”라는 공통된 주장을 편다. 본 건은 축구계의 손을 떠나 형사사건으로 진행 중이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자 FA도 진행 중이던 자체 조사를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했다. 즉 테리의 유무죄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하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FA는 테리의 주장 완장을 빼앗았다. 자기 입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그러나 여론은 FA의 결정을 지지한다. 인종차별 논란에 엮인 선수가 대표팀 주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할 수 있다. 잉글랜드 축구 문화는 전통적으로 ‘신사도(紳士道, Gentlemenship)’를 중시한다. 남녀관계에 그토록 관대하면서도 2010년 FA는 불륜 추문만으로 테리의 주장을 일시 박탈했다. 2007년 크리켓 대표팀의 간판스타 앤드류 플린토프는 월드컵 기간 중 음주 사실이 발각되어 부주장직을 박탈 당한 바 있다.

물론 인종차별 문제가 갖는 복잡성과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다. 영국 사회의 대표적 터부인 인종차별은 진실 여부를 떠나 혐의 자체만으로도 심증적 유죄 판결을 받기 십상이다. 축구계의 흑인 구성원들이 보내는 공개적 비난 메시지도 테리를 코너로 몰아댄다. 90년대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했던 흑인 공격수 이안 라이트를 비롯한 많은 축구계 인사들이 테리의 주장 박탈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더불어 현실적 판단이라는 지지론도 있다. 테리는 당장 유로2012 본선에서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한 팀에는 인종차별 대상의 친형 리오 퍼디낸드가 속해있다. 퍼디낸드는 테리의 폭언이 발생한 즉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가뜩이나 지난해 자신에게 왔던 주장 완장을 테리에게 다시 넘기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불만이 쌓인 상태다. 퍼디낸드 외에도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애슐리 콜, 대런 벤트, 시오 월컷, 글렌 존슨 등 흑인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있다. 대표팀 전원을 하나로 뭉치게 해야 할 테리가 이미 주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는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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