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돋보기] 세 골차 따라잡힌 첼시...‘세대교체 힘드네’
입력 : 2012.0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축구에서 세 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자만했거나 또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새로워진 첼시는 후자였다.

5일(한국시간 6일 새벽) 첼시는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3-3으로 비겼다. 무승부는 양팀 모두에게 매우 불공평한 결과였다. 첼시는 후반 12분까지 무려 3-0이란 스코어로 앞섰다. 맨유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세 골을 넣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해냈기 때문에 결과가 더 아쉬웠다. 더군다나 페널티킥을 두 개나 허용했다. 파트리스 에브라의 과장된 몸짓과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불운이 한 경기에서 나오다니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물론 맨유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첼시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진 불완전한 상태였다. 수비에서는 존 테리와 애슐리 콜이 동시에 이탈했다. 경험이 필요한 빅매치에서 허리 중심인 프랭크 램파드와 공격 대들보 디디에 드로그바도 없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페널티킥을 더 얻을 수 있었던 장면도 있었지만 ‘고작’ 두 개에 그쳤다. 시즌 첫 만남에서 3-1로 쾌승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무승부란 결과는 더욱 아쉬웠다.

미완성 세대교체가 초래한 3-3 무승부 ‘재앙’
앞서 말한 대로 이날 경기의 첼시 선발진에는 지난 영광을 지켜왔던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빠져있었다. 선발 11명 중 입단한 지가 5년이 되지 않은 선수가 8명(맨유 5명), 2010년 이후 입단자가 5명(맨유 2명)이었다. 부상이 배경이 된 선발진 구성이었지만 올 시즌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체제 하에서 추진되는 세대교체 물결을 읽을 수 있는 경기였다. 올 시즌 첼시의 시스템은 주제 무리뉴가 구축했던 승리 구조와 큰 차이를 보인다. 오랜 세월 첼시의 얼굴 마담 노릇을 해왔던 프랭크 램파드는 심심치 않게 이적설이 나돌 정도로 입지가 줄어들었다. 플로랑 말루다 역시 팀 내 간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뉴 첼시’의 변화 방향은 두 번의 이적시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여름과 2012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첼시는 9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라울 메이렐레스(28세)를 제외한 8명이 25세 이하였다. 10대 나이의 선수가 다섯 명이나 되었다. 반면 니콜라스 아넬카(32세), 알렉스(29세), 유리 지르코프(27세), 요시 베나윤(31세)를 처분했다. 과거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팀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에서 알 수 있듯이 첼시의 선수단 물갈이 작업은 진행형이자 미완성이다. 아무리 상대가 맨유라고 해도 세 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 첼시의 세대교체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첫 번째 페널티킥 허용은 스터리지의 미숙함이 원인이었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첼시는 템포를 떨어트리지 못하고 갈길 급한 맨유의 빠른 경기 운영에 맞장구를 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램파드, 더 뒤로 돌아가면 클로드 마켈레레 같은 베테랑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경기였다.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구석
어쨌거나 첼시는 지금 변하고 있고, 그 목적은 당연히 더 나아지기 위함이다. 후반 12분까지 첼시는 맨유라는 강팀에 3-0으로 앞서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새 감독 하에서 출전 기회를 얻은 스터리지는 이날도 가능성을 선보였다. 부적절한 상황 판단 능력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지만 뛰어난 신체능력으로 만들어낸 선제골(조니 에반스의 자책골)은 나름의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두 번째 골을 ‘때려 넣은’ 마타도 뿌듯하다. 도움(페르난도 토레스)과 득점의 주인공이 바뀌었더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환영하기 충분했던 장면이었다. 세 번째 골 역시 오늘보다는 내일이 기대되는 수비수 루이즈의 활약이었다. 최소한 골을 넣을 줄은 알고 있으니 이제부터 지키는 요령만 체득하면 되니 긍정적이다.

토레스의 공헌도 다행스럽다. 이날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토레스는 아주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토레스는 팀의 두 번째 득점을 완벽한 크로스로 배달했다. 득점 유무와 상관없이 토레스는 지금도 상대팀 수비수를 두 명 이상 없애버릴 수 있는(달고 다니든, 제쳐내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 경고를 받아 올 시즌 득점수(4골)와 경고수(4회)가 같아지는 무안함이 안타깝지만 그의 득점 확률은 더 높아져갈 뿐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변화는 진행되지만 그 결과 예측은 쉽지 않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는 쉽지 않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도 존재한다. 지금 첼시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한 경기 내에서도 수시로 교차되는, 매우 어지러운 상황이다.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통장이 아직도 든든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공을 위한 인내심이 많지 않다는 것은 불안요소다. 첼시의 환골탈태가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완료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