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인터뷰] ‘네덜란드 레전드’ 훌리트, “한국서 감독할 의사 있다”
입력 : 2012.02.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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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아직까지 감독으로는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의 전설 뤼트 훌리트(1962년 9월 1일, 암스테르담 출생)는 위대한 축구 선수였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여겨졌다. 훌리트는 PSV 에인트호번, AC 밀란, 첼시에서 활약하며 클럽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국을 남겼다. 1987년에는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1987년과 1988년에 월드사커지가 뽑은 세계 최고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 밖에 수많은 개인상을 섭렵했다.

훌리트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일원으로 유로1988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마르코 판 바스턴, 프랑코 바레시, 파올로 말디니, 프랑크 레이카르트,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 카를로 안첼로티와 함께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꼽혔던 AC 밀란의 핵으로 활약했다. 당시 AC 밀란은 두 차례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인터콘티넨탈컵 우승을 해냈다.

선수 생활의 말년에는 첼시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일했다. 현역 은퇴와 동시에 첼시의 감독직을 맡았다. 1997년 선수 겸 감독으로 FA컵 우승을 해냈다. 프리미어리그 감독직을 경험한 훌리트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송종국과 함께 했다)를 거쳐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LA 갤럭시를 지휘했다. 가장 최근에 이끈 팀은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러시아 클럽 FC 테레크 그로즈니다. 아직 감독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다.

지금 훌리트는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자신의 열망을 채워줄 수 있는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머나먼 아시아, 대한민국에서도 감독직을 수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스포탈코리아’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라우레스 스포츠 시상식에 참석한 훌리트와의 독점 인터뷰를 소개한다.

- 훌리트, 지금은 뭐하면서 지내고 있나요?
암스테르담에서 살고 있고 여러 채널에서 축구 해설가로 일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경기를 보고 있고 여러 자선 사업도 하고 있죠. 다시 감독 자리를 찾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 지금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축구 감독일로 돌아가는 거에요. 그 일을 가장 좋아합니다.

- 특별히 이끌어보고 싶은 팀이 있나요?
지금 제 상황에서 특정한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어요. 지금은 어떤 팀도 고를 입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절 설득시킬 수 있는 제안을 기다리고 있죠. 제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갈 거에요.

-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중 어디를 선호하나요?
세 리그 모두 엄청난 수준을 갖춘 곳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세 리그에서 제안이 온다면 어떤 곳이든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항상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 오느냐죠.



- 요즘 아이들은 메시,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최고의 우상으로 삼고 있어요. 당신이 가장 매료됐던 선수는 누구인가요?
전 요한 크루이프를 좋아했어요. 항상 귀감으로 삼고 있는 분이죠. 배울게 참 많은 분이에요. 선수로나 감독으로 모두 천재적이었죠.

- 축구에 대해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뭔가요?
크루이프가 1974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기록한 골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

- 당신이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요?
메시죠. 놀랄만한 일들을 해내고 있어요. 겨우 24살 밖에 안됐는데 모든 것을 해냈다. 메시의 플레이를 보는 걸 즐깁니다. 마치 아이들의 경기에 어른이 변장을 하고 뛰는 것처럼 보여요.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메시가 최고지만 호날두는 메시보다 완전한 선수죠. 기술이 좋고 빠른데다 양 발을 모두 잘 쓰고 대단한 프리킥 능력을 겸비했어요.

- 세계 최고의 팀은?
바르셀로나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에요. 메시 외에도 차비, 이니에스타, 푸욜, 피케 등이 뛰고 있죠.

- 훌리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건가요?
저의 진짜 이름은 뤼트 딜이에요. 제 엄마의 성을 따른 것이죠. 하지만 학교 축구부 1군팀에 들어가게 됐을 때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에게 그의 성을 써도 되냐고 물었죠. 아버지는 제게 “뤼트 딜은 위대한 축구 선수의 이름이 될 수 없다”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제 이름을 뤼트 훌리트라고 적어 넣었죠.

- 잉글랜드에서 최근에 존 테리가 인종 차별 발언에 대한 혐의를 받으며 대표팀 주장직을 박탈당했어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의견도 표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제가 아는 테리는 좋은 청년이에요. 판결이 나오기 전 까지는 비난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당신도 인종 차별 피해를 당한 적이 있나요?
운이 좋았는지 잉글랜드에 있으면서 어떠한 문제도 겪지 않았어요. 모든 경기장에서 언제나 환대를 받았죠. 미국에서 감독을 할 때는 몇몇 소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예외적인 일이었어요.

-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싸워오셨습니다. 유로1988 우승 당시에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에 영광을 바친다고 말하기도 했었잖아요?
인종차별과의 전쟁에서 항상 귀감이 되는 분이죠. 남아공에서 백인과 흑인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냈죠. 그의 위대함이 남아공의 월드컵 개최로 이어졌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이죠. 만델라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제 인생에 가장 보물 같은 순간이에요. 그의 곁에 가게 됐을때 몸 전체가 떨리고 소름이 돋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를 알게 됐을 때 그는 제게 “지금은 많은 이들이 나의 친구가 되었지만 수 년 전에는 거의 없었다. 어러분은 나의 전사다”라고 말해주더군요. 전 말을 더듬거리며 웃었어요.

- 유로2012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네덜란드가 대회에 앞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모르겠어요. 우리는 계속해서 훌륭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죠.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어려요.우린 독일, 포르투갈, 덴마크와 한 조에 속했어요. 가장 힘든 조죠.

-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전 스페인과 독일이 가장 우승에 근접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 러시아 리그에서 감독직을 맡았던 것은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했나요?
좋았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굉장히 즐겼죠. 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거든요. 굉장히 경쟁력이 강한 리그였고 좋은 선수들도 많았죠. 돈이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가 크긴 해요. 모스크바에선 리그 경기에 가장 집중해요. 모스크바에 리그 최고의 팀들이 집중되어 있죠. 모스크바에 돈이 몰리고 나머지 팀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어요.

- 중국이나 한국 같은 아시아 무대에서 감독을 하는 것도 도전해볼 용의가 있나요?
왜 없겠어요? 중국 같은 경우는 두 번 정도 방문해본 적이 있죠. 아시아는 굉장히 발전했어요. 그곳에서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팀을 맡는 것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제안이 오는 것이고 그 제안이 흥미로운지 여부뿐이죠.



- 현재의 AC 밀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알레그리 감독은 팀을 잘 규합시켰고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위한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죠.

- 지금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요?
이브라요. 전 이브라히모비치를 아주 좋아합니다. 비록 가끔씩 팔꿈치를 잘 쓰는 편이긴 하지만 남다른 선수죠. 개성이 강하고요. 종종 지나칠 때도 있지만…

- 선수로 경험했던 AC 밀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밀란은 다른 세상 같았어요. 페예노르트와 PSV에서 뛰어봤는데 그때 이제 축구계에 대해선 다 안다고 생각했죠. 밀란에 오고 나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밀란의 작업은 엄청나요. 생각하는 일을 하고 오직 우승에만 포커스를 맞추죠. 선수단은 굉장히 진지하고 오직 승리에만 집중하죠. 경쟁력이 강하고 규율이 잡혀있고 프로의식도 강하고요. 매 경기를 승리하면서도 경계심과 의구심을 가져요. 어떤 팀을 상대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죠. 모두가 우리를 꺾고 싶어했죠. 우리는 늘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요. 우리의 슬로건은 “신중하게 말하고 신중하게 행하라”였습니다. 제 축구 인생에 최고의 날들이었죠. 즐기기 어려웠지만 그만큼 승리하지 못하는 일도 어려웠죠.

- 승리했지만 즐기지 못했다는건가요?
솔직히 축구를 더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삼프도리아와 첼시에서 뛰던 시절이에요. 그 팀에서 뛸 땐 그만한 압박감이 없었거든요.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됐고, 플레이에 자유도가 높았어요.

-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때였어요. 주인이 내가 있던 테이블로 오더니 일어나주길 요청하더군요. 난 그에게 싫다고 말하고 계속 저녁을 먹었죠. 하지만 그는 집요하게 부탁했고 날 문으로 데리고 갔어요. 밖의 거리를 보니 수백 여명의 사람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죠.

- 축구가 이 모든 걸 줬다고 생각하나요?
의심의 여지가 없죠. 하지만 제 시간을 빼앗아간 것도 사실입니다. 수 많은 시간 동안 축구계에서 승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제 결혼에 대해선 그렇지 못했죠. 전 세 번이나 결혼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도 즐기지도 못했어요.

인터뷰=로헤르 토레요(스페인 일간지 ‘문도 데포르티보’ 기자)
번역/정리=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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