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델레이 돋보기] 바르사를 상대로 가능성을 보여준 발렌시아
입력 : 2012.02.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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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발렌시아가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패하며 스페인 코파 델레이(국왕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통산 18번째 결승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불리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라리가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잠재력을 보였다.

현재 스페인 라리가의 우승 경쟁 구도는 철저하게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 두 팀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바르사가 6관왕을 달성한 2009년 이후 레알 마드리드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갈락티코 2기를 구성하면서 두 팀과 나머지 18개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발렌시아는 2009/2010시즌과 2011/2012시즌에 라리가 3위를 차지했지만 바르사, 레알 마드리드와 승점 차이가 20여점에 달했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발렌시아는 라리가 3위(37점)를 달리고 있지만 우승 후보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선두 레알 마드리드(55점)와 승점 차이가 18점이나 벌어졌고, 2위 바르사와의 차이도 11점이나 된다.

하지만 분명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지난 두 시즌과 비교했을 때 승점 격차가 줄어들었다. 코파 델레이 무대에서도 2년 연속 16강전에서 탈락한 발렌시아는 준결승에 진출하며 2008년 우승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은 뼈아팠지만 아직 유로파 리그 대회의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다.

올 시즌 발렌시아의 상승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비드 비야와 다비드 실바, 후안 마타가 차례로 팀을 떠났지만 발렌시아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에서 견고한 팀으로 꾸준히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발렌시아는 초특급 스타는 아니지만 라리가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영입해 내실을 다졌다. 멋진 축구를 펼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꼭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발렌시아는 안방에서 치른 1차전에서 바르사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비견될 정도로 숨막히는 압박 수비로 바르사를 고전시켰다. 공격 작업은 레알 마드리드보다 단순했지만 제레미 마티유를 이용한 역습 루트는 더 치명적이고 효율적이었다. 지에구 아우베스 골키퍼의 선방쇼는 리오넬 메시의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절정에 달했다.

9일 새벽(한국시간)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발렌시아는 바르사에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경기를 장악당하지 않았다. 발렌시아는 바르사의 약점을 교묘하게 공략했다. 신예 이삭 쿠엔카가 측면에서 풀백과의 연계 플레이와 유기성이 떨어지는 점을 공략해 쉽게 수비하고 쉽게 역습했다. 다니 아우베스 대신 카를라스 푸욜이 라이트백으로 배치된 것도 발렌시아가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발렌시아는 거센 압박으로 바르사의 후보 골키퍼 호세 핀토를 흔들었고, 핀토 골키퍼가 흔들리자 바르사의 포백 수비도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부상으로 이탈한 바르사 수비진은 평소보다 쉽게 역습 공격의 페널티 에어리어 진입을 허용했다.

물론 발렌시아의 선전은 바르사가 최상의 전력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에 어느 정도 기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바르사 특유의 현란한 공격에 우왕좌왕하지 않은 집중력, 중원에서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로 맞대결을 펼친 조직력, 그리고 문전에서 보인 효율적인 공격 작업을 이끌어낸 기술력은 칭찬 받아 마땅했다.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이룬 발렌시아는 페굴리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한 후반 31분까지 결승행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페굴리가 퇴장 당한 이후에도 공격적인 교체와 적극적인 플레이로 수적 열세를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발렌시아가 극복할 수 없었던 차이는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는 이날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선에서 날카로운 패스, 전방에서 거침없는 드리블로 승리의 연금술사 역할을 했다. 전반 16분 발렌시아 배후를 찌른 장거리 로빙 패스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선제 득점을 도왔고, 후반 36분에는 알렉시스, 파브레가스, 차비로 이어진 득점 과정에서 1차적인 스루 패스로 발렌시아 압박을 무너트렸다.

바르사의 전성시대가 계속되면서 많은 팀들이 파헤법을 들고 나오고 있다. 꾸준히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사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는 발렌시아 역시 주제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와 더불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를 봉쇄하는 방법은 누구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1차전에서 메시의 고개를 떨구게 한 골키퍼 지에구 아우베스는 이날도 메시의 연이은 슈팅을 모조리 막아냈지만 끝내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된 두 차례 실점으로 땅을 쳤다. 과연 현대 축구는 메시를 막는 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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