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붙을 팀끼리 붙는다. FIFA월드컵과 UEFA유로 대회에서의 영원한 강자 독일과 이탈리아가 결승행 길목에서 만났다.
한국시간 29일 새벽 3시45분 폴란드의 바르샤바국립경기장에서 스페인의 결승전 상대가 가려진다. 본 대회 4전 전승 무풍질주 중인 독일, 그리고 4경기 중 달랑 1승밖에 없으면서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온 토너먼트의 달인 이탈리아가 두 주인공이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는 독일이 앞선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 전반에 걸친 밸런스가 본 대회 출전 16개국 중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지금껏 그런 상식과 데이터를 보기 좋게 거부해왔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전술 구사는 이탈리아 축구의 위대함을 재입증했다.
기록 | 이기는 독일 vs 지지 않는 이탈리아
이번 준결승전에서 독일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지금껏 공식전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이탈리아에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양팀은 평가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서른 번의 맞대결을 가졌다. 결과는 14승9무7패로 이탈리아의 우세다. 하지만 독일은 내용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독일의 7승이 모두 평가전 결과였기 때문이다.
독일은 공식전에서 이탈리아를 한번도 넘어선 적이 없다. 일곱 번 싸워 승리 없이 4무3패다. 자국에서 열렸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은 이탈리아의 ‘형님’들과 120분간 연장 혈투를 벌였다. 끈질긴 저항이었다. 그러나 그 경기는 이탈리아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연장 29분 파비오 그로소가, 30분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가 순식간에 두 골을 몰아쳤다. 축구 역사에서 따로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처럼 이탈리아가 이겼고, 독일은 졌다.
유로2012에서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독일이 워낙 상승세다. 본 대회 4전 4승이다. ‘죽음의 조’에서 네덜란드, 포르투갈, 덴마크를 연파하고 승점 9점을 모두 챙겼다. 지금까지 유로 대회 준결승 전적도 든든하다. 1972, 1976, 1988, 1992, 1996, 2008년 대회의 준결승전에서 독일은 5승1패로 압도적 강세를 보인다. 1988년 네덜란드전 패배가 유일한 실패다. 8강전에서 그리스를 4-2로 완파하면서 A매치 연승 신기록도 수립했다. 독일은 조아킴 뢰브 체제 하에서 15연승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의 14연승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탈리아는 소리 없이 강하다. 유로 대회에서 1968, 1988, 2000년 각각 준결승전을 치렀다. 두 번 이기고, 한 번 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탈리아의 세 경기 득점이 ‘제로’라는 것이다. 심지어 1968년 준결승전에선 구(舊)소련을 동전 던지기로 격파(?)하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탈리아의 본 대회 공식 기록은 1승3무다. 그런데 당당히 준결승전까지 올라왔다. 최근 7경기 중 정규시간 내 승리가 아일랜드전(6월18일) 한 경기뿐이다. 정말 대단한 이탈리아다.
스타 | 메주트 외칠 vs 안드레아 피를로
아홉 살 터울의 두 천재가 결승행 외나무다리에서 맞붙는다. 독일의 메주트 외칠은 클럽과 국가대항전을 통틀어 젊은 플레이메이커의 아이콘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톡톡 튀는 상상력과 신선한 테크닉으로 4경기 3도움을 기록, 두 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단단한 카테나치오를 풀려면 외칠의 만능 열쇠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하지만 좌우 측면으로 오가며 공격 기회를 창출한다. 슈바인슈타이거와 케디라와 협력하는 동시에 자기 앞에 있는 고메즈에게 치명적인 패스를 찔러준다.
이번 대회에서 피를로를 향한 세상의 마음가짐은 사랑이 아니라 ‘존경’이다. 올해 만 33세의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는 본 대회 4경기에 전부 출전해 1골 2도움, ‘맨 오브 더 매치’ 2회를 기록했다. 8강전에선 잉글랜드를 상대로 총 146개의 패스 중 117개를 성공시켜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단 몇 센티미터의 틈과 여유만 있어도 피를로의 발끝에서는 상대 수비를 한방에 무너트릴 수 있는 킬 패스가 만들어진다. 볼 궤적 자체가 ‘아저씨’스럽지만, 방향과 세기 그리고 정확도 면에선 피를로를 따를 자가 없다.
타짜의 선택 | 독일 < 이탈리아
해외 스포츠 베팅업체의 예상도 독일의 우세다. 영국의 윌리엄힐은 독일 승리에 1.91배를 내건 반면 이탈리아에는 4.7배의 고배당을 걸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셔츠 스폰서로 유명한 ‘비윈’도 독일(1.85배)이 이탈리아(4.33배)를 꺾을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의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무승부 배당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대부분 무승부 항목에는 3.2~3.4배의 평범한 배당률을 보였다.
말말말
“올 시즌 정말 많은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전이야말로 올 시즌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그리고 브라질까지 세계 축구 강호들을 모두 꺾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차례다.” (슈바인슈타이거, 독일 미드필더)
“2006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모두 개최국(독일)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졌다. 독일은 이번에도 우승 후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지리란 법도 없다. 또 하나의 역사적인 밤이 되길 소망한다.” (데로시, 이탈리아 미드필더)
“이탈리아전에서 우리의 리듬을 살리고 싶다. 주도권을 잡아 이탈리아가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반응보다 먼저 움직이고 싶다.” (조아킴 뢰브, 독일 감독)
그래픽=김재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한국시간 29일 새벽 3시45분 폴란드의 바르샤바국립경기장에서 스페인의 결승전 상대가 가려진다. 본 대회 4전 전승 무풍질주 중인 독일, 그리고 4경기 중 달랑 1승밖에 없으면서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온 토너먼트의 달인 이탈리아가 두 주인공이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는 독일이 앞선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 전반에 걸친 밸런스가 본 대회 출전 16개국 중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지금껏 그런 상식과 데이터를 보기 좋게 거부해왔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전술 구사는 이탈리아 축구의 위대함을 재입증했다.
기록 | 이기는 독일 vs 지지 않는 이탈리아
이번 준결승전에서 독일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지금껏 공식전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이탈리아에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양팀은 평가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서른 번의 맞대결을 가졌다. 결과는 14승9무7패로 이탈리아의 우세다. 하지만 독일은 내용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독일의 7승이 모두 평가전 결과였기 때문이다.
독일은 공식전에서 이탈리아를 한번도 넘어선 적이 없다. 일곱 번 싸워 승리 없이 4무3패다. 자국에서 열렸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은 이탈리아의 ‘형님’들과 120분간 연장 혈투를 벌였다. 끈질긴 저항이었다. 그러나 그 경기는 이탈리아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연장 29분 파비오 그로소가, 30분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가 순식간에 두 골을 몰아쳤다. 축구 역사에서 따로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처럼 이탈리아가 이겼고, 독일은 졌다.
유로2012에서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독일이 워낙 상승세다. 본 대회 4전 4승이다. ‘죽음의 조’에서 네덜란드, 포르투갈, 덴마크를 연파하고 승점 9점을 모두 챙겼다. 지금까지 유로 대회 준결승 전적도 든든하다. 1972, 1976, 1988, 1992, 1996, 2008년 대회의 준결승전에서 독일은 5승1패로 압도적 강세를 보인다. 1988년 네덜란드전 패배가 유일한 실패다. 8강전에서 그리스를 4-2로 완파하면서 A매치 연승 신기록도 수립했다. 독일은 조아킴 뢰브 체제 하에서 15연승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의 14연승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탈리아는 소리 없이 강하다. 유로 대회에서 1968, 1988, 2000년 각각 준결승전을 치렀다. 두 번 이기고, 한 번 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탈리아의 세 경기 득점이 ‘제로’라는 것이다. 심지어 1968년 준결승전에선 구(舊)소련을 동전 던지기로 격파(?)하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탈리아의 본 대회 공식 기록은 1승3무다. 그런데 당당히 준결승전까지 올라왔다. 최근 7경기 중 정규시간 내 승리가 아일랜드전(6월18일) 한 경기뿐이다. 정말 대단한 이탈리아다.
스타 | 메주트 외칠 vs 안드레아 피를로
아홉 살 터울의 두 천재가 결승행 외나무다리에서 맞붙는다. 독일의 메주트 외칠은 클럽과 국가대항전을 통틀어 젊은 플레이메이커의 아이콘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톡톡 튀는 상상력과 신선한 테크닉으로 4경기 3도움을 기록, 두 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단단한 카테나치오를 풀려면 외칠의 만능 열쇠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하지만 좌우 측면으로 오가며 공격 기회를 창출한다. 슈바인슈타이거와 케디라와 협력하는 동시에 자기 앞에 있는 고메즈에게 치명적인 패스를 찔러준다.
이번 대회에서 피를로를 향한 세상의 마음가짐은 사랑이 아니라 ‘존경’이다. 올해 만 33세의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는 본 대회 4경기에 전부 출전해 1골 2도움, ‘맨 오브 더 매치’ 2회를 기록했다. 8강전에선 잉글랜드를 상대로 총 146개의 패스 중 117개를 성공시켜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단 몇 센티미터의 틈과 여유만 있어도 피를로의 발끝에서는 상대 수비를 한방에 무너트릴 수 있는 킬 패스가 만들어진다. 볼 궤적 자체가 ‘아저씨’스럽지만, 방향과 세기 그리고 정확도 면에선 피를로를 따를 자가 없다.
타짜의 선택 | 독일 < 이탈리아
해외 스포츠 베팅업체의 예상도 독일의 우세다. 영국의 윌리엄힐은 독일 승리에 1.91배를 내건 반면 이탈리아에는 4.7배의 고배당을 걸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셔츠 스폰서로 유명한 ‘비윈’도 독일(1.85배)이 이탈리아(4.33배)를 꺾을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의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무승부 배당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대부분 무승부 항목에는 3.2~3.4배의 평범한 배당률을 보였다.
말말말
“올 시즌 정말 많은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전이야말로 올 시즌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그리고 브라질까지 세계 축구 강호들을 모두 꺾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차례다.” (슈바인슈타이거, 독일 미드필더)
“2006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모두 개최국(독일)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졌다. 독일은 이번에도 우승 후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지리란 법도 없다. 또 하나의 역사적인 밤이 되길 소망한다.” (데로시, 이탈리아 미드필더)
“이탈리아전에서 우리의 리듬을 살리고 싶다. 주도권을 잡아 이탈리아가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반응보다 먼저 움직이고 싶다.” (조아킴 뢰브, 독일 감독)
그래픽=김재원
사진=ⓒBPI/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