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결산] ‘무득점 MVP’ 이니에스타, “유로2012를 상징하는 인물”
입력 : 2012.07.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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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이니에스타는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축구연맹 테크니컬 디렉터 앤디 록스버그의 말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UEFA 유로2012 대회 최우수 선수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 FC 바르셀로나)를 선정했다. 6차례 경기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고, 공식 도움 기록도 1회에 불과했지만 스페인의 우승 과정에서 이니에스타가 경기 중에 발휘한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플레이(Juego, 스페인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결과다.

지난 유로2008 대회의 MVP는 스페인 대표팀의 차비 에르난데스였다. 그는 당시 압박 축구의 트렌드를 뒤집고 패스 축구의 미학을 선보이며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이니에스타 역시 발군의 활약을 펼쳤으나 차비의 조율과 볼 배급이 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더 빛난 것은 이니에스타였다. 그는 미래 축구의 전술이라 불린 ‘제로톱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로톱의 특징은 통상적으로 포스트 플레이를 구사하는 타깃형 공격수 9번이 최전방이 아닌 후방으로 배치되어 사실상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비워둔 채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스페인은 ‘가짜 9번’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진짜 9번’ 페르난도 토레스를 번갈아가며 기용했다. 이들을 보좌한 좌우 측면 공격수는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였다. 파브레가스와 토레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문전에서 공간을 확보하며 득점을 올렸다. 실바는 직접 2골을 넣었고 3개의 도움도 공급하며 이번 대회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니에스타의 볼 컨트롤 덕분이다. 왼쪽 지역을 기반으로 전후좌우로 활발하게 이동하며 볼을 운반한 이니에스타는 파브레가스가 뒤로 쳐지고, 실바가 오른쪽에서 문전으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를 자신에게 몰아두고, 몰아둔 수비를 절묘하게 벗겨낸 뒤 이들이 침투한 시점에 볼을 내줬다.

파브레가스와 실바의 기술도 탁월했다. 차비의 볼 배급력도 여전했다. 하지만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로 2선 공격수들에 압박이 심해지는 제로톱 전술상에서 안정적인 볼 소유가 가능했던 이유는 이니에스타의 컨트롤 기술 덕분이었다. 문전을 가득 메운 질식 수비 속에서도 볼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정밀함은 오직 이니에스타만이 가진 무기다. 팀동료 실바는 이를 두고 “리오넬 메시가 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이니에스타는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 3차례 경기 MVP에 선정됐다. 스페인이 가장 고전했던 크로아티아전에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직접 어시스트했고, 승부차기까지 갔던 포르투갈과의 준결승 접전 당시에는 골키퍼의 선방으로 아쉽게 무산될 결정적 슈팅을 골문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공격 포인트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더 큰 빛을 발하는 선수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결승골을 기록한 바 있다.

이니에스타는 소속팀 동료인 리오넬 메시, 그리고 소속팀과 대표팀의 파트너 차비 에르난데스에 가려져 ‘이름 없는 영웅’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 MVP 수상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니에스타는 아직 만 28세다. 이미 프로 선수로 클럽과 대표팀에서 모든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남은 것은 개인 트로피다. 그는 더 큰 빛을 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많이 남은 ‘슈퍼스타’다. 포지션 파괴, 전술 파괴, 그리고 압박 파괴를 보여준 유로2012 대회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준 남자 이니에스타가 MVP 트로피의 적임자라는 사실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피를로는 훌륭했다. 주변 상황이 결승전에서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사비 알론소와 차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는 모두 최고였다. 차비의 경우 지난 대회에 MVP를 수상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쉽게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니에스타가 수상의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선수다. 창조적이고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 모두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그가 완벽한 본보기가 되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 앤디 록스버그

*UEFA 테크니컬 팀 –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 예르지 엥겔(폴란드), 두산 피첼(체코), 제라르 울리에(프랑스), 라르스 라예르베크(스웨덴), 조지 메지(헝가리), 홀거 오지크(호주 대표팀 감독)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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