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시즌 프로 무대에 입성해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으로 신인상을 받은 지도 벌써 7년이 흘렀다. 다가오는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면 FA 자격을 취득한다. 타격에서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재능을 맘껏 뽐냈다. 하지만 타격 성적만큼이나 FA 시장에서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비 포지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정해진 바가 없다.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업했던 강백호는 프로 입단 이후 타격에 전념하기 위해 과감히 포지션을 변경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데뷔 후 수비부담이 비교적 적은 코너 외야수와 1루수로 경기에 출전한 그는 신인상 수상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2019시즌 타율 0.336 13홈런 65타점, 2020시즌 타율 0.330 23홈런 89타점, 2021시즌 타율 0.347 16홈런 102타점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대단했던 강백호의 위세도 한풀 꺾였다. 부상과 부진으로 2022년 62경기 타율 0.245 6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71경기에서 타율 0.265 8홈런 39타점에 그쳤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해 수비 부담도 없었지만,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랬던 강백호가 지난해 타격감을 되찾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포수' 출전이었다. 2024시즌 ABS 도입으로 프레이밍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이강철 KT 감독은 3월 31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강백호를 선발 포수로 출전시키는 초강수를 빼 들었다. 해당 경기 이후 강백호는 매월 최소 한 번씩은 포수로 출전하며 이번 시즌 총 30경기 169⅔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수비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로 강백호는 포수 출전을 초반 타격 침체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았다. 정규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89 26홈런 96타점 OPS 0.840으로 타격감을 찾았다. 그는 포수로 출전했을 때(0.947)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0.820)보다 더 높은 OPS를 기록, 수비에서도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도루를 저지하는 등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이론상으로 강백호는 코너 외야수, 1루수, 포수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지명타자는 시장 가치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유틸리티가 아닌 이상 최소한 한 개의 주 포지션을 결정하는 것이 FA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데에 유리하다.
문제는 강백호의 수비가 모두 '반쪽짜리'라는 점이다. 잦은 포지션 변경으로 데뷔 7년 차가 될 때까지 확실한 자기 포지션을 확정 짓지 못했다. 그나마 2020시즌(127경기 1,064이닝)과 2021시즌(133경기 1,068이닝) 2년 연속 1루수로 활약했지만, 이후 3시즌 동안 1루수로 22경기 162이닝, 우익수로 28경기 183이닝, 포수로 30경기 169⅔이닝을 소화하는 등 중구난방이었다.
이미 강백호의 포지션과 별개로 100억 원을 넘나드는 FA 예상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타격감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지명타자 강백호'와 '1루수 강백호', '포수 강백호'의 가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FA 자격 취득을 한 시즌 앞둔 지금, 이젠 정말 자신의 주 포지션을 결정할 시기가 됐다.

사진=OSEN,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