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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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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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26)를 팍팍 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구단 프론트와 현장, 지역 언론들이 모두 같은 생각이다.
미국 매체 머큐리 뉴스는 17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의 2024시즌 팬 이벤트를 전하면서 이정후의 버블헤드(Bobblehead) 데이 개최 소식을 언급했다.
버블헤드는 머리 부분을 강조해 목 부분이 스프링으로 돼 건드리면 움직이는 인형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벤트를 통해 입장 관중에게 선수를 본딴 버블헤드 인형을 주곤 한다. 최근에는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지난해 8월 23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버블헤드가 제작돼 4만 명의 관중에게 선물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정후의 버블헤드 데이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오는 7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경기다. 이날 구장을 찾는 선착순 2만 명의 관중에게 이정후를 본따 만든 인형이 증정된다.
이런 행사는 모든 선수에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이벤트 목록을 보면 7월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는 2010년대 팀의 월드시리즈 3회 우승에 공헌한 불펜투수진인 세르히오 로모와 하비에르 로페즈, 산티아고 카시아, 제레미 어펠트를 본딴 피규어를 나눠준다. 또한 9월 2일에는 전 포수 버스터 포지의 피규어를 증정한다. 이외 현역선수로는 외야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버블헤드), 투수 로건 웹(컵), 그리고 이정후 셋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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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정후의 버블헤드 데이 일정을 발표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웨이드의 버블헤드 데이는 지난해 달성한 오라클 파크 역대 100번째 '스플래시 히트'(오라클 파크 우측 담장 밖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떨어진 홈런)를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다. 그렇다면 선수 자체를 대상으로 한 건 사실상 웹과 이정후밖에 없다. 웹은 지난해 33경기(216이닝)에서 11승 13패 평균자책점 3.25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던 에이스다. 그런 선수만큼이나 구단에서 이정후를 신경써준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진심'은 이미 계약도 하기 전에 나왔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장급 스카우트를 여러 차례 파견해 이정후를 관찰했다. 또한 KBO 리그 시즌 중에도 고척 스카이돔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등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정후를 면밀히 지켜봤다.
화룡점정은 이정후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나왔다. 7월 말 발목 수술을 받고 사실상 시즌아웃됐던 이정후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키움의 지난해 마지막 홈 경기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8회 말 대타로 출전했다. 팬들의 환호성을 한 몸에 받은 가운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도 기립박수를 보낸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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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해 10월 10일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 8회 말 이정후의 타석 때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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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푸틸라 단장이 자신의 응원가를 불러줬다는 이야기를 풀고 있는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유튜브 갈무리 |
푸틸라 단장의 '이정후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6일 키움 히어로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 비하인드에 따르면, 계약 후 이정후와 식사 자리를 가진 푸틸라 단장이 갑자기 그의 응원가를 불러줬다고 한다. 한국어 가사를 몰라 허밍으로만 불렀지만, 그만큼 이정후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현장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해 12월 말 한 팟캐스트에 출연,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가지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1번 타자는 이정후가 해봤던 경험이 있어 편할 것이다"면서 "지금으로선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통화를 대화를 나눈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훌륭한 인성이 보였고, 샌프란시스코의 일원이 되는 것에 만족했다"면서 "나에게나 우리 팀에나 모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후의 영입은) 오프시즌의 만족스러운 출발을 알렸다"며 기뻐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역시 여기에 가세했다.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3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했는데, 이 중에서 이정후의 이름도 있었다. 선수 중에는 웹과 오클랜드의 루키 잭 겔로프, 그리고 이정후뿐이었다. 매체는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면서도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롭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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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이렇듯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음에도 프런트와 현장, 언론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는 그만큼 모두가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까지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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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시절의 이정후. |
다만 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기존의 활약상을 토대로 이정후는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달 13일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13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7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3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4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4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4억 원)를 받는다.
이정후는 16일 기준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 단 4명뿐인 1억 달러(약 1321억 원) 이상 계약자다. 앞서 시장 개장 초기 애런 놀라(31)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7년 1억 7200만 달러(약 2272억 원)에 재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오타니가 다저스와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226억원) 계약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어 야마모토 요시노부(26·다저스)가 각각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2억 원) 계약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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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입단식에 참석한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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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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