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이정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보다 촬영장(세트장)에서 더 이상한 규칙을 갖고 있는 감독은 없다고 콜라이더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보도해 눈길을 끈다.
보도에 따르면 놀란의 촬영장에는 휴대폰, 의자, 화장실이 '거의' 금지됐다.
이 같은 그의 기이함에 가장 기본적은 편의를 희생해야 하는 배우들은 오히려 적극 이에 동의해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한 현장 규칙은 배우들에게 집중적이고 규율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놀란은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지 않는다. 놀란은 2020년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에 지루할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놀란의 이 같은 성향은 그의 영화에서 드러난다. CGI가 없고 실용적인 효과에 특화된 것.
그는 또 이메일을 통해 배우에게 대본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송하는 대신 직접 만난다. 그는 '오펜하이머'의 물리학자 역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에게 아일랜드로 날아가서 그가 읽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놀란운 섬세한 캐스팅 과정의 친밀함과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대면 상호 작용의 힘으로 인해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루이스 스트라우스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다우니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캐스팅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38통의 전화' 대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감독 자택에서 놀란을 만났다"라고 언급한 바다.
놀란은 또 2017년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휴대폰 금지' 정책을 옹호하며 "휴대폰은 큰 방해 요소가 되고 사람들은 휴대폰 없이도 훨씬 더 잘 일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실제로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세트장 의자를 반대한다. 배우들은 앉을 자리를 찾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등에서 놀란과 호흡을 맞춘 앤 해서웨이는 2020년 버라이어티에 "놀란은 의자를 허용하지 않으며 그의 추론은 의자가 있으면 사람들은 앉을 것이고, 앉아 있으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해 놀란 대변인은 "놀란의 세트장에서 금지된 유일한 것은 휴대전화(항상 성공한 것은 아님)와 흡연(매우 성공한 것은 아님) 뿐이다. 앤이 언급한 의자는 물리적인 필요가 아닌 계층 구조에 따라 할당된 비디오 모니터 주위에 모여 있는 감독 의자다. 놀란은 자신의 의자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세트에서 의자를 금지한 적은 없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놀란은 배우들이 화장실에 가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칼리언 머피는 놀란이 화장실 휴식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밝힌 것.
머피와 함께 공동 출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는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놀란은 배우들이 화장실에 갈 때 눈살을 찌푸렸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놀란은 그것이 시간과 관련된 것이든, 화장실에 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것이든 간에 낭비의 모든 측면을 경멸한다. 그는 최고 수준의 환경 보호 운동가입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우니에 따르면 놀란은 화장실 휴식 시간을 정해놨다. 오전 11시, 오후 6시. 배우들은 감독의 엄격한 화장실 일정에 깜짝 놀랐다고.
어쨌거나 놀란의 규칙은 그의 영화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놀란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전화, 의자, 화장실에 대한 놀란의 입장을 강박증 행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펜하이머' 언론 정킷 내내 출연진은 놀란의 이 같은 이상한 요구를 두고 내내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 핵심에는 항상 감독이 추구하는 메시지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가 있었다.
할리우드 리포터 특집에서 다우니는 '오펜하이머' 세트의 '집중적이고 스파르타적인' 분위기를 칭찬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수도원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는 감독상을 비롯해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nyc@osen.co.kr
[사진] '오펜하이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