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임영웅은 내 첫사랑이다.(웃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 같다. 저는 임영웅이 나온 프로그램은 다 챙겨봤는데 이번에 콘서트에 가서 직접 보니까 남달랐다.”
배우 김영옥(86)은 ‘영웅시대’ 못지않게 임영웅에게 빠져있다. 물론 공식 팬클럽 회원들처럼 활발하게 참여하지는 못 해도 시간이 날 때마다 그가 나온 프로그램을 보고 노래를 들으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김영옥은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임영웅 콘서트에 가고 싶어서 표를 구매하려고 했고, 제 매니저에게도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초반엔 코로나 사태로 못 갔고 그 다음에는 표가 매진돼 못 갔다. 근데 이번에 ‘소풍’의 홍보를 하면서 영웅시대에서 나문희와 저에게 콘서트 티켓 2장을 주셨다. 그래서 가게 된 것”이라고 이 같이 알렸다.
김영옥과 나문희(82)가 주연으로 출연한 ‘소풍’(감독 김용균, 제작 (주)로케트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주)에스크로드·(주)로케트필름)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은심(나문희 분)과 금순(김영옥 분)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늘(7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의 엔딩곡으로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가 삽입돼 인물들과 서사에 애절한 감정을 배가했다. 이에 김영옥은 “엔딩에 들어가서 너무 좋다. 욕심 같아서는 오프닝, 중반, 엔딩에 다 깔고 싶다”고 바라 웃음을 안겼다.
‘모래알갱이’를 엔딩곡으로 삽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김용균 감독의 편지 덕분이었다. “감독님이 임영웅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더라. 나는 임영웅이 영웅시대인 날 보고 노래를 쓰게 해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감독님 덕분에 기꺼이 해준 거 같다”며 “임영웅이 정말 대단한 가수인데 ‘오케이’ 해줬다는 건 아마 나와의 인연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모래알갱이’는 엔딩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영옥은 5년 전 ‘소풍’ 측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에 반했다고 한다. “나문희 매니저 아내가 ‘소풍’의 시나리오를 쓰셨다. 제안을 받았을 때 초고를 읽었는데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그때는 영화화 하기엔 상황이 어려웠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찍을 수 있었다. 우리 나이대 이야기라서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감독님도 나문희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게 두었고 감독님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본인이 정확히 짚고 넘어갔다”고 영화 제작기를 전했다.
1960년 CBS 성우극회 5기였던 김영옥은 1961년 MBC 성우극회 1기로 재입사해 그해 데뷔한 나문희와 65년 가깝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척하면 착이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게 있다. 그래서 나문희와 ‘소풍’을 소화한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힘든지 모르고 했다”고 만족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순 없을 거 같다.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했다는 거짓말은 못 한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그래도 이 작품은 즐기면서 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1957년 연극으로 데뷔한 후 TV매체 드라마에 주로 집중해 온 김영옥은 “나는 영화를 많이 안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서 작품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와닿은 시나리오를 김용균 감독이 잘찍었다. 손을 많이 대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길로 이끌어줬다. 특히 우리가 연기하는 대로 믿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배우 박근형(83)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김영옥은 “박근형과 젊었을 때부터 친하다. 같은 작품을 많이 한 건 아닌데, 같이 일일 드라마를 했었다. 그분과 제가 둘 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 만나게 되면 별 얘기를 다 한다.(웃음)”며 “촬영할 때는 나문희와 저희 셋이 대사를 주고 받으며 어색한 순간이 없었다. 잠깐씩 만나면서도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밥을 같이 먹는 시간도 좋았는데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으며 우정을 돈독히 나눴다”고 훈훈했던 촬영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소풍’에 대해 “(이 영화를 보시고)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면 생활이 조금 정화될 테고, 부모에게 나은 삶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영화관 관람을 당부했다.
김영옥은 노년기 건강 관리 비법에 대해서도 당부를 전했다. “술에 취하면 알딸딸한 상태가 좋아서 마시고 싶을 때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 먹지 않는다. 그리고 스트레칭도 한다. 노인이라서 그런지 가만히 있으면 몸이 뻣뻣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하지 못한다”고 했다.
국내 현역 최고령 여배우인 김영옥은 연기 활동을 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넘친다.
“내가 좋아서 한 연기는 나의 행복이다. 연기를 안 했다면, 내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상상해봤는데 모르겠다. 할 게 없었을 거 같다.(웃음) 그만큼 연기에 몰두해왔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감독이나 작가가 제안을 했다면 나를 믿어줬다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내가 안 하겠다고 딱 자르는 성격도 못 된다. 대본을 제게 들이밀면 자아도취가 된다고 할까.(웃음) ‘이건 내가 해야겠구나’ 싶다. 그래서 이건 내가 아니면 다른 배우가 표현 못한다는 오만도 더러 생긴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음 생애도 배우를 꿈꾼다는 김영옥은 “나는 배우를 계속 할 거다. 다음 생애는 주연을 더 많이 해서 스타가 되겠다.(웃음) 그래도 반짝 스타는 싫다. 쉬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스타와 다른 점이다. 이번 삶에서 나만의 분야를 구축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작품 활동에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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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