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 동남아시아의 에어아시아 등 이른바 성공한 해외 LCC들도 신생항공사 시절에는 주외(州外)노선이나 국제선 취항이 쉽지 않은 하늘길 개척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지정학적인 환경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더 많았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에 K-LCC 1세대들의 국제선 취항을 향한 도전의 역사는 험난한 여정 외에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불리했다. 우리나라는 한반도 자체가 워낙 좁은 국토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동서남북 중 남쪽으로 밖에 하늘길이 열려 있지 않아 확대여력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쪽은 비행금지구역이다. 동쪽에는 일본밖에 없다. 하늘길 확대를 위한 유리한 환경이 되려면 일본 너머에도 항공수요가 있는 나라가 더 있어야 좋았다. 그리고 한반도 서쪽의 중국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고 하지만 하늘길 확대는 늘 어려웠다. 현재 시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항공노선 회복이 가장 더디고, 게다가 항공자유화가 100% 이루어지지 않은 난해한 상대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합의한 항공자유화지역은 고작 산둥반도와 하이난섬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항공사의 영역은 동쪽은 일본밖에 없고, 서쪽은 중국이 발목을 잡고 있고, 북쪽은 비행하지 못하는 곳이다. 그래서 K-LCC업계의 주무대인 근거리 국제선 확대는 오로지 남쪽을 향한 하늘길 외엔 신통치 않다. 그나마 최근에는 일본노선이 K-LCC업계를 먹여 살리고 있다지만 노선 확장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처럼 불리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2006년 취항한 국내 첫 LCC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을 향한 도전은 사뭇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외(州外)노선 취항 도전 못지 않은 험난한 역사와 상당한 불공정이 있었다. 그래서 제주항공의 국제선 추진과정은 항공사(史)에 길이 남을 흑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LCC업계 전체를 통틀어 제주항공 이후 나머지 모든 K-LCC들은 국제선 취항을 둘러싼 흑역사가 일시에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성항공, 제주항공 등 K-LCC 1세대의 국제선 취항을 기존항공사와 정부가 가로막았고,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등 기존항공사들이 설립한 K-LCC 2세대가 속속 취항하면서 이번에는 '그들의 K-LCC'가 국제선에 취항하는 길을 터주기 위해 기존항공사들이 노력한 결과였다.
2006년 6월5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국적항공사 중 세번째 정기항공사로 취항한 제주항공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취항 2년차이후 국제선 정기노선 취항을 준비했다. 2007년 중 내부준비를 마치고 2008년부터는 국제선에 뛰어든다는 계획이었다. 2007년 당시 중국 국적항공사들의 저가공세가 워낙 심해 운임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중노선 대신 한일노선을 첫 대상으로 정했다. 2007년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여행도 늘기 시작하는 때였다. 또한 한일 항공자유화가 조만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항공사들의 인기노선을 피해 경쟁력 있는 일본 지방노선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7년 초 일본 최대 여행사 JTB로부터 부산과 제주 여행을 희망하는 일본인 단체여행객 수송을 위한 기타큐슈(北九州)~부산 노선의 전세편 취항을 요청받았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취항을 위한 예행연습 차원에서 2월 말 정부에 운항허가를 신청했다. 기타큐슈시는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현에 있는 도시로 나중에 첫 국제선 정기노선 취항 도시이기도 했다. 당시 제주항공 경영진은 처음으로 국제선 전세편 신청을 하면서 쉽게 허가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의 진의를 떠보기 위한 테스트 성격도 겸했다.
현재는 국적항공사의 면허기준이 국제선, 국내선, 소형 등 3종류로 구분되지만 당시 항공법에는 K-LCC의 국제선 취항을 막는 특별한 제한규정은 없었다. 다만 부정기항공사는 국내선, 정기항공사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모두 운항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2007년 당시 한성항공이 부정기항공사로 등록되어 있었고, 정기항공사 면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3곳뿐이었다. 따라서 당시 항공법에 따라 한성항공은 조건을 바꿔 정기항공사 면허를 추가 발급받는 대로 국제선 운항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고, 제주항공은 별다른 조건 없이 곧바로 국제선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제주항공이 기타큐슈~부산 노선의 전세편 신청이 들어가자 돌연 건설교통부는 3월 초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취항을 막을 방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건교부에서 내세운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취항허가를 내줄 경우 불의의 사고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는 신생 K-LCC에게 국제선 허가를 해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기존항공사의 논리와 동일했다. 건교부는 기존항공사의 논리를 받아들였고, 제주항공은 '취항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본 전세편 운항신청은 즉각 반려됐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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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그런데 이들은 지정학적인 환경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더 많았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에 K-LCC 1세대들의 국제선 취항을 향한 도전의 역사는 험난한 여정 외에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불리했다. 우리나라는 한반도 자체가 워낙 좁은 국토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동서남북 중 남쪽으로 밖에 하늘길이 열려 있지 않아 확대여력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쪽은 비행금지구역이다. 동쪽에는 일본밖에 없다. 하늘길 확대를 위한 유리한 환경이 되려면 일본 너머에도 항공수요가 있는 나라가 더 있어야 좋았다. 그리고 한반도 서쪽의 중국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고 하지만 하늘길 확대는 늘 어려웠다. 현재 시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항공노선 회복이 가장 더디고, 게다가 항공자유화가 100% 이루어지지 않은 난해한 상대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합의한 항공자유화지역은 고작 산둥반도와 하이난섬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항공사의 영역은 동쪽은 일본밖에 없고, 서쪽은 중국이 발목을 잡고 있고, 북쪽은 비행하지 못하는 곳이다. 그래서 K-LCC업계의 주무대인 근거리 국제선 확대는 오로지 남쪽을 향한 하늘길 외엔 신통치 않다. 그나마 최근에는 일본노선이 K-LCC업계를 먹여 살리고 있다지만 노선 확장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처럼 불리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2006년 취항한 국내 첫 LCC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을 향한 도전은 사뭇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외(州外)노선 취항 도전 못지 않은 험난한 역사와 상당한 불공정이 있었다. 그래서 제주항공의 국제선 추진과정은 항공사(史)에 길이 남을 흑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LCC업계 전체를 통틀어 제주항공 이후 나머지 모든 K-LCC들은 국제선 취항을 둘러싼 흑역사가 일시에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성항공, 제주항공 등 K-LCC 1세대의 국제선 취항을 기존항공사와 정부가 가로막았고,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등 기존항공사들이 설립한 K-LCC 2세대가 속속 취항하면서 이번에는 '그들의 K-LCC'가 국제선에 취항하는 길을 터주기 위해 기존항공사들이 노력한 결과였다.
2006년 6월5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국적항공사 중 세번째 정기항공사로 취항한 제주항공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취항 2년차이후 국제선 정기노선 취항을 준비했다. 2007년 중 내부준비를 마치고 2008년부터는 국제선에 뛰어든다는 계획이었다. 2007년 당시 중국 국적항공사들의 저가공세가 워낙 심해 운임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중노선 대신 한일노선을 첫 대상으로 정했다. 2007년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여행도 늘기 시작하는 때였다. 또한 한일 항공자유화가 조만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항공사들의 인기노선을 피해 경쟁력 있는 일본 지방노선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7년 초 일본 최대 여행사 JTB로부터 부산과 제주 여행을 희망하는 일본인 단체여행객 수송을 위한 기타큐슈(北九州)~부산 노선의 전세편 취항을 요청받았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취항을 위한 예행연습 차원에서 2월 말 정부에 운항허가를 신청했다. 기타큐슈시는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현에 있는 도시로 나중에 첫 국제선 정기노선 취항 도시이기도 했다. 당시 제주항공 경영진은 처음으로 국제선 전세편 신청을 하면서 쉽게 허가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의 진의를 떠보기 위한 테스트 성격도 겸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
현재는 국적항공사의 면허기준이 국제선, 국내선, 소형 등 3종류로 구분되지만 당시 항공법에는 K-LCC의 국제선 취항을 막는 특별한 제한규정은 없었다. 다만 부정기항공사는 국내선, 정기항공사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모두 운항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2007년 당시 한성항공이 부정기항공사로 등록되어 있었고, 정기항공사 면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3곳뿐이었다. 따라서 당시 항공법에 따라 한성항공은 조건을 바꿔 정기항공사 면허를 추가 발급받는 대로 국제선 운항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고, 제주항공은 별다른 조건 없이 곧바로 국제선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제주항공이 기타큐슈~부산 노선의 전세편 신청이 들어가자 돌연 건설교통부는 3월 초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취항을 막을 방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건교부에서 내세운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취항허가를 내줄 경우 불의의 사고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는 신생 K-LCC에게 국제선 허가를 해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기존항공사의 논리와 동일했다. 건교부는 기존항공사의 논리를 받아들였고, 제주항공은 '취항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본 전세편 운항신청은 즉각 반려됐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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