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김하성 환상 레이저 송구 폭발, 왜 3753억 유격수 밀어냈는지 증명했다 [고척 현장]
입력 : 2024.03.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3회초 2사에서 개빈 럭스의 타구를 잡아 1루로 강하게 송구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3회초 2사에서 개빈 럭스의 타구를 잡아 1루로 강하게 송구하고 있다.
"골드글러브 선수잖아요. (김)하성이한테는 따로 해줄 말이 없어요."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믿음이 옳았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명품 수비로 자신이 왜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인지 입증했다.

김하성은 20일 오후 7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5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삼진 없이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8회말 대량 실점하며 2-5로 패했다.

앞서 한국 팀들과 두 번의 스페셜 게임에서 8타수 3안타(2홈런)로 쾌조의 타격 컨디션을 자랑했던 김하성은 이날 LA 다저스 마운드에는 별반 힘을 쓰지 못했다. 상대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제구 난조로 걸어 나간 볼넷이 유일한 출루였다.

대신 수비가 빛났다. 김하성은 지난해 2루수로 주로 출전하면서도 유격수, 3루수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를 펼쳐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역대 처음, 아시아 내야수로도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이었다. 마이크 쉴트 신임 감독은 김하성을 신뢰해 11년 2억 8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유격수 보가츠를 2루로 보냈다. 경기 전 만난 류현진도 김하성과 만나 무엇을 조언해줬는지 묻는 취재진의 말에 "(김)하성이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다. 별 다른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다치지 말라고 했다"며 믿음을 보였다.

김하성은 그 믿음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바뀐 환경에서도 수비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가장 빛난 건 4회초 2사에서 개빈 럭스의 유격수 땅볼로 돌려 세운 장면이었다. 럭스가 친 타구는 샌디에이고 투수 톰 코스그로브 옆 마운드를 맞고 속도가 감소됐다. 다소 느리게 오는 타구에 빠른 주자 럭스가 1루에서 살 수도 있었으나, 김하성은 레이저 같은 송구로 아웃 카운트를 기록, 이닝을 종료 시켰다. 이 밖에도 2루수 잰더 보가츠, 3루수 타일러 웨이드와 호흡을 맞추며 9개의 땅볼을 만들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가장 위)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샌디에이고 김하성(가장 위)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샌디에이고 김하성(가장 위)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1회말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샌디에이고 김하성(가장 위)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1회말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A 다저스는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개빈 럭스(2루수)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타일러 글래스노우. 이에 맞서는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 순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은 다르빗슈 유.

이날은 김하성이 2020년 10월 18일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 이후 1249일 만에 고척돔에서 정식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다. 17일 팀 코리아, 18일 LG 트윈스전에서는 4년 만에 복귀한 김하성에게 한국 야구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김하성은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와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재밌어서 괜찮다"며 "고척돔은 몇 년을 뛴 구장인데 4년 만에 타석에 서니 조금 낯설었다. 좋아진 부분도 있고 경기하고 나면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구 속도나 조명이나 전반적으로 수비하기에는 더 편해졌고 경기하는 데 있어서도 괜찮아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가장 뜨거운 함성이 쏟아진 때가 바로 김하성이 처음 타석에 들어선 2회말이었다. 김하성이 주자 없는 1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자 1루와 3루 가릴 것 없이 박수갈채가 나왔다. 이 광경에 랜스 박스데일 주심은 홈플레이트를 닦으며 시간을 벌어줬고, 김하성은 1루와 3루를 돌아보며 모자를 벗고 화답했다.

첫 타석 결과는 우익수 뜬 공이었다. 글래스노우가 하이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벌었고 시속 91.8마일의 슬라이더를 바깥쪽 하단에 떨어트렸다. 김하성은 이 공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으나, 안타를 만드는 덴 실패했다.

두 번째 타석은 손쉽게 볼넷을 골라 나갔다. 4회말 글래스노우는 김하성에게 시속 95마일이 넘는 빠른 공을 연거푸 뿌렸으나,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나면서 볼넷을 허용했다. 프로파의 안타 때 2루로 향한 김하성은 무사 만루에서 나온 캄푸사노의 유격수 땅볼 타구 때 기민한 움직임으로 팀의 역전 득점을 도왔다. 캄푸사노의 타구가 주루 중인 김하성에게 향했으나, 점프로 그 타구를 피해 아웃당하지 않았다. 그 사이 마차도가 홈을 밟아 샌디에이고의 2-1 리드가 만들어졌다.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3회초 2사에서 개빈 럭스의 타구를 잡아 1루로 강하게 송구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3회초 2사에서 개빈 럭스의 타구를 잡아 1루로 강하게 송구하고 있다.

수비에서는 알토란 같은 활약이 이어졌다. 올 시즌 풀타임 유격수로 첫 출발하는 김하성에게 처음 온 타구는 공교롭게도 오타니의 것이었다. 1회초 무사 1루에서 김하성은 자신에게 온 오타니의 공을 잡아 2루에 송구, 선행 주자를 잡았다. 4회초 2사에서는 럭스의 땅볼 타구를 1루로 강하게 뿌려 간발의 차로 아웃,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3번째 타석에서 김하성은 별다른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6회말 2사에서 라이언 브레이저를 상대한 김하성은 초구 낮게 들어오는 공들을 쳐냈고 4구째 슬라이더를 건드렸다. 이 타구는 2루수 럭스에게 향해 평범한 2루수 땅볼이 됐다.

자신에게 오지 않는 타구는 어쩔 수 없었다. LA 다저스 타선은 1-2로 뒤진 8회초, 김하성이 없는 쪽으로 타구를 몰아쳐 4득점 빅이닝을 만들고 5-2 역전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섰으나, 또 한 번 바깥쪽 공을 건드려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샌디에이고는 이후 한 점도 추가하지 못한 채 첫 패배를 기록했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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