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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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1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수비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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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1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타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국내에서도 미국에서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걱정은 사치라는 게 공식화됐다. 아직 빅리그를 경험해보지도 못한 새내기는 복귀 후 일주일 만에 곧바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개막을 앞두고 완벽히 준비를 마쳤음을 알렸다.
이정후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칼 야스트렘스키(우익수)-닉 아흐메드(유격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난 1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4회 교체된 후 5경기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이정후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당시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다리 뒤쪽에 약간의 뻐근함을 느꼈다. 다만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내일(15일) 쉴 수 있는 날이 있기에 나는 이정후를 경기에서 더 이상 뛰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생각보다 결장이 길어졌다.
미국 CBS스포츠는 19일 이정후의 20일 재검진 결과에 따라 복귀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시범경기에선 명단에서 빠졌지만 이날 라인업에 복귀하며 큰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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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트링 부상으로 5경기에 결장했던 이정후(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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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
경기에 나서는 것과 자유자재로 안타를 때려낼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이날 복귀를 했다고는 하지만 실전 공백이 있었기에 이날 큰 활약을 기대하기보다는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만 해도 소득인 경기였다.
게다가 상대 선발은 좌완 타일러 앤더슨.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50승 49패 평균자책점(ERA) 4.35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체인지업을 앞세운 기교파 베테랑을 맞아 충분히 공략에 애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침착하면서도 정교한 타격을 뽐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냈다. 상대 선발 앤더슨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내야 절묘한 곳으로 타구를 보냈고 2루수 리반 소토가 공을 놓치며 내야 안타가 됐다. 후속 타자들의 침묵으로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0-1로 끌려가던 3회초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는데, 바깥쪽 낮은 공에 꿈쩍도 하지 않으며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5회초엔 타점까지 쏘아올렸다. 야스트렘스키의 2루타 이후 아흐메드가 유격수 땅볼, 웨이드 주니어가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타석에 오른 이정후는 볼카운트 3-1에서 앤더슨을 공략해 좌중간을 가르는 강한 타구를 날렸다. 1타점 2루타. 야스트렘스키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1-1 동점이 됐다. 좌완 선발을 상대로 만들어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결국 이정후에게 호되게 당한 앤더슨은 조기 강판됐다. 에인절스는 드류 포머란츠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어 이정후도 대주자 이스마엘 문구이아에게 임무를 맡기고 이날 경기를 일찍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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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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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
3회말 2사엔 타일러 워드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하며 박수를 자아냈다. 샌프란시스코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Jung Smooth Lee"라며 이정후의 스무스한 호수비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 맹활약 속에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0.400(25타수 10안타)에 도달했다. 2루타 2개, 1홈런 4타점 4득점 1도루 4볼넷 3삼진 출루율 0.483 장타율 0.600 OPS(출루율+장타율)도 무려 1.083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9경기 중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건 단 2경기에 불과했다. 테이블 세터로서의 덕목인 눈야구도 뛰어났고 발 야구 부문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4득점을 해냈다. 1번 타자로서 완벽한 자질을 갖췄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미국 매체 머큐리 뉴스는 "패트릭 베일리와 이정후가 개막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에 복귀했다"며 "이정후는 일주일 만에 복귀한 첫 경기에서 3출루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일주엘 만에 복귀한 이정후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에인절스 선발 타일러 앤더슨을 상대로 세 번의 기회에서 안타와 볼넷, 2루타를 쳤고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겪은 뒤 가진 첫 경기에서 이후 대주자와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사령탑도 미소지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태어나 살면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그렇게 했다는 게 정말 놀랍다"며 "타석은 환상적이었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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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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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
이정후는 햄스트링 부상 관리를 도와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감사를 표하며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제 개막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6년 1억 1300만 달러(1514억원)에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는 벌써부터 기대를 한 가득 받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선수 기용의 절대 권한을 갖는 멜빈 감독이 이정후에게 무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로 낙점하며 "만약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충격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타격 재능과 선구안, 주루 플레이 등 1번 타자로서 필요한 덕목을 두루 갖췄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정후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지 하루 빨리 개막이 찾아오길 고대하고 있다. 운명의 개막전은 오는 29일 열린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옛 동료 김하성이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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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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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운데)가 시범경기에서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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