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천재 타자' 강백호(25·KT 위즈)가 정말 포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것일까. 이강철(57) KT 감독이 개막 10경기 만에 벌써 두 번째 '포수' 강백호를 출전시키면서 설마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KT는 3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총 8050명 입장)에서 KIA에 1-5로 패했다.
선발 투수 엄상백은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잘 버텨줬다. 그러나 KT 타선이 상대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에게 5안타로 꽁꽁 묶인 것이 아쉬웠다.
이날 경기 막판에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때는 KT가 1-5로 뒤진 8회 초, 케이티 위즈파크 전광판에는 강백호의 이름 앞에 있는 포지션의 영어가 DH에서 C로 변경됐다. 강백호가 2018년 프로 데뷔 후 4번째로 포수 마스크를 쓴 순간이었다.
올해 강백호의 포수 출전은 심상치 않다. 강백호가 포수로 출전한 네 번 모두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이뤄졌다. 올해 전까진 포수가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 출전이었던 2019년 4월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포수가 없었다. 선발 이해창이 장성우로 교체됐고, 장성우마저 9회 초 역전하는 과정에서 대주자로 바뀌어 9회 말부터는 포수가 없었다. 이때 강백호는 2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두 번째는 2021년 9월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이때도 허도환, 이홍구, 장성우를 모두 소진해 강백호가 8회 말 포수 마스크와 함께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가장 최근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었는데 이때는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여겨졌다. 이미 KT가 1-13으로 크게 뒤진 8회 말 출전한 것이기 때문.
이날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KT가 1-5로 뒤지고 있긴 했으나, 8회 말과 9회 말 두 번의 공격이 남아있었고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경기였다. 벤치에는 김준태가 백업 포수로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강백호가 기회를 받았다. 다행히 포수 강백호는 큰 무리 없이 8회 우규민, 9회 이선우와 호흡을 맞춰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도루 저지나 블로킹 등 특별한 상황이 나오지 않아 포수로서 능력을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줬다. 8회를 마치고는 우규민과 진짜 포수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강백호의 포수 출장은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경기 후 KT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강백호는 전날(2일) 장재중(53) 1군 배터리 코치와 포수 훈련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보면 차근차근 포수 수업을 밟고 있는 과정으로도 느껴진다.
이러한 변화는 시범경기 무렵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 계기는 올 시즌 KBO리그에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일명 로봇 심판 때문이었다. 로봇 심판으로 볼과 스트라이크가 프레이밍 기술 없이도 자동으로 구분이 되면서 강백호가 포수를 도전하기 위한 장벽 하나가 사라졌다.
이강철 감독도 지난달 15일 이 점을 언급하며 "이제는 프레이밍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블로킹 잘하고 송구 잘하는 포수가 1등 아닌가. 이제 어떻게 잡는지는 의미 없다"면서 "그럼 (강)백호를 (포수) 시켜야 한다. ABS 체제에서는 그냥 잡기만 하면 된다. 프레이밍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타고난 재능도 이강철 감독이 '포수' 강백호 카드를 새삼 떠올린 이유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로서 모두 활약하며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에 지명됐다. 프로에서는 외야수와 1루로 뛰었으나, 포수로 나설 때마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천재성을 뽐냈다. 3년 만에 포수로 나섰던 지난 한화전에서도 임종찬의 적시타 때 우익수 조용호의 크게 벗어나는 송구를 슬라이딩해 잡아내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강)백호가 볼 빠진 걸 블로킹해내는 장면을 보셨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포수를 몇 년 안 하다가 그렇게 잡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타고난 것 같다. 강한 어깨도 어깬데 팔 휘두를 때 보면 포수에게서 보이는 스윙이 나온다. 포수에 최적화된 몸 같다"고 감탄했다.
무엇보다 활짝 웃는 제자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스승이다. 최근 몇 년간 강백호는 몇 가지 이슈와 타격 슬럼프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어디 하나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수비 포지션도 나름의 고민이었을 터. 하지만 포수를 할 때만큼은 재미있어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대전 경기 끝나고 다들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강)백호 자체는 이미 자기가 (포수를) 하겠다고 했다. 외야든 1루든 시키면 다 하겠다고 했다"며 "난 백호가 수비를 나가면서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수비 나갈 때나 들어올 때 항상 긴장하는 모습이었는데 (포수를 할 때는) 웃으면서 들어왔다"고 미소 지었다.
만약 강백호가 올 시즌 포수를 백업 수준으로라도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KT의 타선 운영에도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올해 강백호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오고 있지만, KT에는 체력을 안배해 줘야 할 고령의 베테랑들이 많다. 만약 강백호가 포수로 출전해 지명타자 자리를 비워준다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강백호가 포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지만 모처럼 미소 짓는 천재 타자의 또 다른 가능성에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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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사진=KT 위즈 |
KT는 3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총 8050명 입장)에서 KIA에 1-5로 패했다.
선발 투수 엄상백은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잘 버텨줬다. 그러나 KT 타선이 상대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에게 5안타로 꽁꽁 묶인 것이 아쉬웠다.
이날 경기 막판에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때는 KT가 1-5로 뒤진 8회 초, 케이티 위즈파크 전광판에는 강백호의 이름 앞에 있는 포지션의 영어가 DH에서 C로 변경됐다. 강백호가 2018년 프로 데뷔 후 4번째로 포수 마스크를 쓴 순간이었다.
올해 강백호의 포수 출전은 심상치 않다. 강백호가 포수로 출전한 네 번 모두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이뤄졌다. 올해 전까진 포수가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 출전이었던 2019년 4월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포수가 없었다. 선발 이해창이 장성우로 교체됐고, 장성우마저 9회 초 역전하는 과정에서 대주자로 바뀌어 9회 말부터는 포수가 없었다. 이때 강백호는 2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두 번째는 2021년 9월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이때도 허도환, 이홍구, 장성우를 모두 소진해 강백호가 8회 말 포수 마스크와 함께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가장 최근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었는데 이때는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여겨졌다. 이미 KT가 1-13으로 크게 뒤진 8회 말 출전한 것이기 때문.
이날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KT가 1-5로 뒤지고 있긴 했으나, 8회 말과 9회 말 두 번의 공격이 남아있었고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경기였다. 벤치에는 김준태가 백업 포수로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강백호가 기회를 받았다. 다행히 포수 강백호는 큰 무리 없이 8회 우규민, 9회 이선우와 호흡을 맞춰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도루 저지나 블로킹 등 특별한 상황이 나오지 않아 포수로서 능력을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줬다. 8회를 마치고는 우규민과 진짜 포수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강백호(왼쪽)와 장재중 KT 위즈 1군 배터리 코치. /사진=KT 위즈 |
타이트한 상황에서 강백호의 포수 출장은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경기 후 KT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강백호는 전날(2일) 장재중(53) 1군 배터리 코치와 포수 훈련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보면 차근차근 포수 수업을 밟고 있는 과정으로도 느껴진다.
이러한 변화는 시범경기 무렵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 계기는 올 시즌 KBO리그에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일명 로봇 심판 때문이었다. 로봇 심판으로 볼과 스트라이크가 프레이밍 기술 없이도 자동으로 구분이 되면서 강백호가 포수를 도전하기 위한 장벽 하나가 사라졌다.
이강철 감독도 지난달 15일 이 점을 언급하며 "이제는 프레이밍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블로킹 잘하고 송구 잘하는 포수가 1등 아닌가. 이제 어떻게 잡는지는 의미 없다"면서 "그럼 (강)백호를 (포수) 시켜야 한다. ABS 체제에서는 그냥 잡기만 하면 된다. 프레이밍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타고난 재능도 이강철 감독이 '포수' 강백호 카드를 새삼 떠올린 이유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로서 모두 활약하며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에 지명됐다. 프로에서는 외야수와 1루로 뛰었으나, 포수로 나설 때마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천재성을 뽐냈다. 3년 만에 포수로 나섰던 지난 한화전에서도 임종찬의 적시타 때 우익수 조용호의 크게 벗어나는 송구를 슬라이딩해 잡아내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강)백호가 볼 빠진 걸 블로킹해내는 장면을 보셨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포수를 몇 년 안 하다가 그렇게 잡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타고난 것 같다. 강한 어깨도 어깬데 팔 휘두를 때 보면 포수에게서 보이는 스윙이 나온다. 포수에 최적화된 몸 같다"고 감탄했다.
강백호. /사진=KT 위즈 |
무엇보다 활짝 웃는 제자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스승이다. 최근 몇 년간 강백호는 몇 가지 이슈와 타격 슬럼프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어디 하나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수비 포지션도 나름의 고민이었을 터. 하지만 포수를 할 때만큼은 재미있어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대전 경기 끝나고 다들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강)백호 자체는 이미 자기가 (포수를) 하겠다고 했다. 외야든 1루든 시키면 다 하겠다고 했다"며 "난 백호가 수비를 나가면서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수비 나갈 때나 들어올 때 항상 긴장하는 모습이었는데 (포수를 할 때는) 웃으면서 들어왔다"고 미소 지었다.
만약 강백호가 올 시즌 포수를 백업 수준으로라도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KT의 타선 운영에도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올해 강백호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오고 있지만, KT에는 체력을 안배해 줘야 할 고령의 베테랑들이 많다. 만약 강백호가 포수로 출전해 지명타자 자리를 비워준다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강백호가 포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지만 모처럼 미소 짓는 천재 타자의 또 다른 가능성에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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