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재계약 실패로 한국을 떠났던 좌투좌타 외야수 닉 마티니(34·신시내티 레즈)가 메이저리그 개막 3연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더니 잊을 수 없는 3연전을 보냈다.
마티니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2024시즌 개막전에 8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2회 투런포에 이어 3회 스리런포로 연타석 홈런을 가동하며 4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데뷔 첫 메이저리그 개막전 경기에 선발로 나서 깜짝 활약을 한 마티니는 “내가 개막 로스터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드래프트 지명 이후 13년 만이었다. 한국에 갔다가 작년에 다시 미국에 돌아와 마이너 계약을 했다. 빅리그 캠프에도 가지 못했는데 모든 게 한꺼번에 이뤄진 것 같아 특별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은 “마티니는 오랫동안 좋은 선수였고, 항상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우리 팀 개막전 일원이 될 만한 자격이 있다. 수년간 엄청난 노력을 했고, 이제 기회를 얻었다. 개막전부터 두 번의 멋진 스윙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31일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선 워싱턴 선발투수가 좌완 패트릭 코빈이라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4-4 동점으로 맞선 8회 2사 1,2루에서 대타로 등장, 우측 라이드라이브 타구로 2타점 2루타를 폭발했다. 팀은 역전패했지만 결정력을 보여줬다.
1일 워싱턴전에는 다시 8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들어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개막 3연전 성적은 8타수 4안타 타율 5할에 2홈런 7타점 3득점 1볼넷 무삼진 출루율 .556 장타율 1.375 OPS 1.931. 강렬한 숫자들이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230순위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지명을 받은 마티니는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빅리그 데뷔했다. 2019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021년 시카고 컵스를 거쳤지만 자리를 잡진 못했고, 2022년 한국으로 무대를 이동했다.
총액 80만 달러에 NC와 계약한 마티니는 139경기 타율 2할9푼6리(510타수 151안타) 16홈런 85타점 51볼넷 86삼진 15도루 출루율 .365 장타율 .461 OPS .826으로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올스타에 뽑혔고, 그해 8월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KBO리그 역대 4번째 인사이더 더 파크 만루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며 중장거리 타자로 활약했지만 거포형 타자를 원한 NC는 마티니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도 영입 제안을 받지 못한 마티니는 1년만 뛰고 한국을 떠나야 했다.
이후 신시내티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마티니는 33세의 적잖은 나이였지만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젊은 선수들과 어울려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팀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적까지 받쳐주면서 8월말 빅리그 콜업을 받은 마티니는 29경기 타율 2할6푼4리(72타수 19안타) 6홈런 16타점 OPS .912로 짧은 기간 임팩트를 보여줬고, 올해는 개막 로스터에 들어 잊지 못할 3연전을 보냈다.
이제 3경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마티니의 활약은 그가 NC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성공한 선수, 실패한 선수 가리지 않고 올해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든 NC 출신 선수가 마티니 포함 5명이나 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가장 잘 뽑는 팀으로 정평이 난 NC의 선수 보는 눈이 얼마나 좋은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KBO리그 MVP를 차지한 투수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년만 뛰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2년 1500만 달러에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페디는 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상대로 가진 복귀전에서 4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지난해 후반기 NC에 대체 선수로 들어와 힘을 보탠 좌완 투수 태너 털리는 뉴욕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시범경기 활약(3경기 6이닝 1실점)을 발판 삼아 개막 로스터에 들었다. 아직 시즌 등판은 없다.
2021~2022년 NC에 몸담았던 우완 투수 웨스 파슨스도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구원으로 나와 3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2019년 시즌 중 NC에서 방출됐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도 2022년 빅리그 복귀 후 주전급 포수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 4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1타점을 올렸다.
현재는 없지만 NC를 거쳐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1경기라도 뛴 선수는 투수 아담 윌크, 왕웨이중, 드류 루친스키, 마이크 라이트, 맷 더모디, 1루수 에릭 테임즈 등 6명이 또 있다. 이 중 테임즈(3년 1600만 달러), 루친스키(1년 3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대우를 받고 복귀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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