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홍천에서 열린 국제대회서 개최국 한국이 들러리로 전락했다. 이유가 있었다.
‘NH농협은행 FIFA 3x3 홍천 무궁화 챌린저 2024’가 13일 홍천군군민체육센터 특설코트에서 이틀 간의 열전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예산 한울을 비롯해 뉴욕 할렘(미국), 비엔나(오스트리아), 로잔(스위스), 칸다바(라트비아), 장크트파울리(독일) 등 세계적인 3x3 16개팀이 출전했다. 모든 팀들이 FIBA 3x3 선전 월드투어 2024 출전권과 총상금 5만 달러를 놓고 경쟁했다.
13일 오후 열린 대망의 결승전에서 장크트파울리(독일)가 뉴욕 할렘(미국)을 21-17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 장크트파울리에게는 2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졌다. 10점을 넣으며 맹활약한 파비안 기스만은 MVP에 선정됐다.
류경식, 이재홍, 안정훈, 이승배로 구성된 예산 한울은 16개팀 중 유일한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예산 한울은 12일 개최된 예선에서 일본 시나가와(5-21)와 대만 난터우(12-22)에게 완패를 당했다. 예산 한울은 오전에 치른 두 경기만에 탈락이 확정돼 일찌감치 짐을 쌌다.
너무나 저조한 경기력이었다. 예산 한울은 시나가와전 단 5득점에 그쳤다. 이재홍과 이승배가 2점, 안정훈이 1점을 넣은 것이 전부였다. 외국선수가 뛰는 다른 팀들과 달리 시나가와는 네 명이 모두 순수 일본선수로 구성됐다. 예산 한울은 167cm 일본가드 이토 나오토에게 무려 11점을 허용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기술로 무장한 일본선수들 앞에 한국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안방에서 더 유리한 조건에서 뛰었지만 실력으로 박살이 난 셈이다. 더구나 시나가와 선수들은 평소에 직장인으로 활동해 훈련조건도 불리하다. 아무리 에이스 방성윤이 빠졌다지만 예산 한울은 KXO리그 최다우승을 자랑하는 국내최강팀이다. 왜 이렇게 경기력이 저조했을까.
준비자세부터 달랐다. 외국팀들은 모두 탄탄한 몸과 기본기로 무장했다. 군살이 있는 선수를 찾아볼 수 없다. 몸관리도 철저했다. 외국선수들은 대회 환영만찬에서도 몸에 나쁜 탄산음료나 튀김 등은 손도 대지 않았다. 라트비아 칸다바는 무려 26시간을 날아와 곧바로 다음 날 경기를 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만큼 평소에 몸관리를 잘했다는 뜻이다.
충격적인 것은 외국선수들 중 정말 농구만 해서 먹고 사는 전문프로선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3X3농구에서는 아직 대기업의 후원을 받고 뛰는 선수가 별로 없다. 외국선수들은 자영업, 직장인, 교사 등 평소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제한적인 시간에 운동하면서 탁월한 기량을 뽐냈다.
스위스 로잔팀은 3x3농구로 올림픽에 가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까지 받고 있다. 올림픽에 가기 위해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려면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월드투어에 참가해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경비가 없으면 실현이 불가능한 꿈이다. 이를 위해 스위스 팬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반면 한국선수들은 돈을 받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훨씬 좋은 환경에서 뛰고 있다.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서 공짜로 강호들과 겨룰 기회를 가졌다. 그럼에도 한국선수들이 보여주는 기량은 창피한 수준이었다. 프로농구 KBL에서 전향한 선수들도 많지만 개인기 수준은 동호회 농구와 다를바 없다. 3x3 농구에서 슈팅과 개인기, 몸싸움 능력이 없다면 아무런 무기 없이 싸우는 셈이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한국이 사자 같은 외국선수들과 만나면 싸움 자체가 되지 않는다.
대회를 준비하는 절박한 자세도 아쉽다. 외국팀을 만나 한 수 배워보겠다는 투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회관계자는 “일부 팀의 경우 대회직전에 음주를 하거나 새벽에 간식을 먹는 등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탄산음료도 먹지 않는 외국선수들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을까. 홍천 챌린저에 전처럼 무작정 국내팀을 많이 참가시키기보다 최고의 팀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선수들도 국내최강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천 챌린저가 준 교훈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