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왕과 남편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이현욱표 ‘인간 이방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원경왕후(차주영)의 시점에서 재창조된 이야기로 이목을 끌었던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연출 김상호/극본 이영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JS픽쳐스). 이에 수차례 그려졌던 조선의 3대 국왕 태종 이방원(이현욱)의 모습도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화를 뒀다. 난을 통해 왕권을 거머쥐었고, 아버지 태조 이성계(이성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기에 정통성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했던 이방원의 복잡한 심리, 내적 갈등, 인간적 고뇌가 전면에 드러난 것. 여기에 원경을 향한 애틋함과 애증의 감정까지 더해져 ‘킬방원’이 아닌, ‘人방원’이 탄생했다.
이방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왕권 강화였다. 세상을 바꾸고, 백성을 위한 새로운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을 쥐어야 했기 때문. 그러나 그 길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다름 아닌 함께 격동의 시기를 버텨온 원경과 그녀의 민씨 일가였다. 궐 내에는 여흥부원군 민제(박지일)와 민무구(한승원), 민무질(김우담) 등 민씨 일가를 따르는 이가 많았다. 이는 국왕으로서 이방원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때때로 국왕의 면모를 보이는 원경의 존재마저 부담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왕과 왕비가 됐지만, 원경은 그에게 가장 가까운 ‘내 편’이자 견제하고, 끊어내야 할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방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또한 원경이었다. 처음 마음을 확인한 순간부터 왕과 왕비로서 한양 천도를 이루기까지, 그의 곁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후궁의 가례색 설치 문제로 원경이 사가로 물러나자, 이방원은 그녀의 빈자리를 절실히 깨닫았다. 궐내 곳곳에 남아있는 원경과의 추억, 텅 빈 중궁전이 이방원의 불안함을 더한 것.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사가로 찾아가 “보고 싶어서 왔소”라며 진심을 고백했다.
선위파동 사건에서 이방원이 한발 물러선 이유 역시 아내 때문이었다. 신하들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해 양위를 명했지만, 세자를 놓고 피를 부를 가능성이 커지자 원경이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명을 거두지 않으면 세자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내재추를 구성하겠다 엄포도 놓았다. 이방원은 결국 명을 거뒀다. 만약 이방원이 이를 감당하겠다고 나서면 원경 역시도 다치게 될 터. 이방원은 그런 아내에게 “그대는 나를 버리고 가셨소”라는 서운함을 토로하더니, “홀로 떠있는 섬 같다”는 외로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왕을 넘어선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방송에서 이방원은 “나는 임금의 자리에 서 있을 것”이라며 다시금 결단을 내렸다. 왕이 되기 위해 쌓아 올린 모든 것,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왕권을 위해 더 이상 감정에 흔들릴 수 없음을 선언한 것.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방원은 사랑하는 아내의 친정, 민씨 일가를 무참히 끊어내는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몰고 올 후폭풍은 예상할 수 없는 바. 남은 4회에서 왕과 남편이라는 두 개의 이름 사이, 이방원의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렇듯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이방원을 더욱 깊이 있게 그려낸 것은 이현욱의 힘이라는 제작진의 전언이다. 단호하면서도 흔들리는 감정을 담은 눈빛, 절제된 몸짓과 묵직한 호흡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이방원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 제작진은 “이현욱은 그런 왕과 남편 사이 딜레마에 빠진 인간 이방원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냈다”며, “남은 4회에서는 이현욱의 더욱 폭발적인 열연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가 완성할 인간 이방원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 9화는 오늘(3일) 월요일 저녁 8시 50분 tvN에서 방송된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티빙에서 9-10화가 선공개된다. 지난 21일 공개된 프리퀄 <원경: 단오의 인연>도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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