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故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인을 저격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남기는 제3자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MBC 측. 고인과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닐까. 더욱더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MBC는 지난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진상 조사 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에는 사망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27일 한 매체가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생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보도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무시당했고, 유족들은 진실을 원한다면서 가해자들의 사과와 MBC의 진심 어린 사과 방송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MBC 측은 지난 3일 “1월 31일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휴일 사이 조사위원회의 인선 작업을 마무리했다. 2월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가며, 가능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진상조사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린 가운데 MBC 측은 유족과 처음으로 대면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요안나의 유족은 한 매체를 통해 MBC가 지난 5일 찾아와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은폐 시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유족은 “아직까지 회사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 정말 몰랐는데도 이제라도 알았으면 사과를 하거나 보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MBC가 입장문을 냈을 때 ‘고인은 프리랜서’라고 못 박은 것도 대한민국의 모순, 비정규직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MBC와 첫 대면 접촉에서 다시 한번 상처를 입은 유족. 상처를 입은 건 유족뿐만이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된 오요안나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선배 기상캐스터로부터 저격을 당했다. MBC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현재 쇼호스트로 활동 중인 이문정은 SNS에 “뭐든 양쪽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쪽 이야기만 듣고 극단으로 모는 사회. 진실은 밝혀질 거야. 잘 견뎌야 해”라며 고인을 저격하고 가해·방관자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을 두둔하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이 글이 비난을 받자 이문정은 “MBC를 떠난 지 벌써 수년이 지나서 오요안나를 만난 적도 없지만 저 또한 전 직장 후배의 일이라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제가 올린 글은 오요안나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생각을 쓴 것으로, 더 이상의 악의적인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라고 당부했다.
MBC는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유족들이 추천하는 인사를 진상조사위원을 추가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유족들과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 조사 과정에서 유족들과 최대한 소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 원인이 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명명백백히 조사해야 할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음에도 여전히 고인과 유족은 고통받고 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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