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지난해 행운의 7번을 달고 도루왕을 차지한 호세 카바예로는 왜 김하성에게 흔쾌히 등번호를 양보했을까.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6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 이적한 호세 카바예로가 탬파베이의 별난 유니폼 역사를 만들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SI가 카바예로의 유니폼을 별나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가 김하성에게 기존 등번호 ‘7’을 양보하고 선수는 좀처럼 달지 않는 ‘77’을 새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에서 FA 권리를 행사한 김하성은 지난달 30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의 스몰마켓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약 420억 원) 조건에 계약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을 비롯해 복수 언론에 따르면 김하성은 이번 계약으로 단숨에 탬파베이 연봉킹으로 우뚝 섰다. 탬파베이는 1999년 12월 외야수 그렉 본에게 4년 3400만 달러를 안긴 뒤 26년 만에 야수 두 번째 최고액을 투자했다. 이는 탬파베이 FA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다.
김하성은 계약 첫해인 올해 1300만 달러(약 189억 원)를 수령하고, 내년 1600만 달러(약 233억 원) 옵션이 걸려있다.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 2025시즌 이후 다시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인센티브 조항을 삽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통역과 재활 트레이너 고용 비용도 제공하는데 금액을 각각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책정됐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8장, 영어 교육이 계약에 포함됐다.
특급 대우를 받는 연봉킹답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 ‘7’을 새 유니폼에 새기는 과정도 순조로웠다. 기존 7번의 주인 카바예로가 흔쾌히 이를 양보했기 때문이다.
SI는 “카바예로가 김하성에게 7번을 양보하고 77번을 새롭게 택했다. 카바예로는 탬파베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77번을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선수가 됐다”라며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4년 동안 7번을 달고 활약했으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등번호가 7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파나마 출신 내야수인 카바예로(29)는 202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입성,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맨이 됐다. 첫해 104경기 타율 2할2푼1리 4홈런 26타점 37득점 26도루로 빅리그의 맛을 본 뒤 탬파베이에서 139경기 타율 2할2푼7리 9홈런 44타점 53득점 44도루로 성장했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호세 라미레즈(41개)를 3개 차이로 따돌리고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을 거머쥐었다.
SI에 따르면 카바예로는 시애틀에서 76번을 달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탬파베이 이적과 함께 배번을 7번으로 변경했다. 행운의 7번과 함께 도루왕 타이틀을 새겼지만, ‘연봉킹’ 김하성이 뜨자 이를 양보하고 1년 만에 다시 70번대 등번호를 택했다.
SI는 “김하성이 수술 여파로 시즌 첫 한 달을 놓칠 가능성이 높지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레이스 역사상 최고의 7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하성은 지난 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순조롭게 재활 일정대로 나아가고 있다. 구단과 계속 대화를 하면서 건강한 시기에 최대한 빠르게 복귀를 하고 싶다. 4월 말에서 5월 초 안에는 복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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