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아랍에미리트(두바이)] 이현민 기자= 울산 HD 김판곤 감독이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 스타일로 K리그 4연속 우승과 국제 대회에서 돌풍을 다짐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왕좌를 지켰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은 흐트러진 분위기와 전력을 빠르게 수습해 창단 최초 3연속 우승 쾌거를 이뤘다.
김판곤 감독은 울산 출신 선수 중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한 최초 인물에 등극했다. 1996년 울산의 창단 최초 리그 우승 멤버였다. 더불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다섯 번째 레전드로 이름을 새겼다. 조광래(대우(1984·1987 선수), 서울(2000 감독)), 최용수(서울(2000 선수), 서울(2012 감독)), 김상식(성남(2001·2002·2006 선수), 전북(2021 감독)), 홍명보(포항(1992 선수), 울산(2022·2023 감독)) 감독에 이어 김판곤 감독(울산(1996 선수), 울산(2024 감독))이 대한민국 프로축구사(史)의 획을 그었다.
영광의 순간을 잠시 접어둔 김판곤 감독은 2025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풀 시즌이다. 지배·통제하는 축구가 이번 시즌 얼마나 빛을 낼지 관심사다.
울산은 지난 6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한 김판곤 감독은 “좋은 스태프들와 시작을 잘한 것 같다. 우선, 부상이 없어야 한다. 체력적, 전술적, 경기력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과정도 좋고 부상자도 없다. 선수들 분위기는 물론 문화가 좋아졌다고 느꼈다. 상당히 밝고 모두 열심히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프로 감독으로 처음 풀 시즌이다. 화룡정점 선수 몇 명을 놓쳤지만, 그것까지 안 되는 게 인생이다. 최대한 모아서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 많은 대회가 있는데 K리그1이 무조건 우선이다. 두 번째는 ACLE다. 물론 FIFA 클럽 월드컵도 중요하다. 모기업에서 기대를 많이 한다. 부담이 있지만,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 아래는 김판곤 감독과 일문일답
Q : 온전히 준비하는 첫 시즌이다.
A : 지도자 생활 12년 만에 처음으로 풀 시즌이다. 과거 부산아이파크에 있을 때 짧게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울산에서 좋은 스태프들과 잘 시작을 한 것 같다.
첫째, 부상이 없어야 한다. 체력적, 전술적, 경기력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두바이에 와서 7일 이후에 첫 경기를 했다. 과정이 좋고, 부상자도 없다. 선수들 분위기는 물론 문화가 좋아졌다는 걸 느꼈다. 상당히 밝고 모두 열심히 한다.
Q : 팀이 젊어졌다. 활력이 넘친다. 보강에 만족하나?
A : 걱정을 많이(외부에서) 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노련미가 있는 중심 선수들을 안 놓쳤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좋다. 성품도 많이 봤다. 울산 HD가 가진 성품과 직업정신, 그것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는. 내가 밖으로 물어보고 많이 챙겨봤는데 좋다고 하더라. 왔는데 딱 좋다. 기존 선수들에게도 물으니 좋다더라. 한 명이라도 실패를 하면 안 된다. 전력강화부에서 애를 많이 썼다.
Q : 외국인 선수들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A : 민감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기 힘든데, 내 속을 다보여주면 안 된다(웃음).
* 인터뷰 이후 23일 베네수엘라 국가대표 윙어 마티아스 라카바 영입.


Q : 지난 시즌 소방수로 와서 가장 큰 목표였던 K리그1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마지막 코리아컵 준우승은 아쉬움이 들었을 것 같다. 코리아컵 우승 여부와 이번 시즌 선수 구성이 관련 있었나?
A : 그것(코리아컵 준우승)과 별개로 두 대회 우승(K리그1, 코리아컵)을 다 했어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 코리아컵은 울고 싶었다. 어릴 때 냇가에 물고기 잡으러 가면 그물에 장어가 걸렸는데,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손 사이로 ‘장어가 쑥 빠져나간’ 기분이랄까. 더블 자신감이 있었고, 우리는 충분히 코리아컵 우승 자격이 있었다. 확률도 높았다. 그러나 못해서 속상했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또 기회가 있을까. 이 기회를 놓친 게 상당히 아쉬웠다.
Q : 2025시즌을 앞두고 젊은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A : 프로 감독으로 첫 풀 시즌이다. 오픈된 상태에서 내가 강화부에 요구할 수도 있고, 100% 만족 못하지만 화룡점정 몇 명을 놓쳤다. 그것까지 안 되는 게 인생이다. 최대한 모아서 첫 시즌을 준비하는 거다. 지난 시즌 더블 달성 여부와 별개다.


Q : 2025시즌 네 개 대회에서 최소 50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 시즌 플랜, 그리고 우선순위가 있다면?
A : 무조건 K리그1이 우선순위다. 두 번째는 ACLE다. 사실 클럽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조 편성?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좋은지 모르겠다. 부담은 있다. 모기업에서도 기대를 많이 한다. 더 준비를 해야 한다.
클럽 월드컵을 위한다면 외국인 선수를 특별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은 몇 년씩 계약됐다. 때로는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회장님께서도 새해를 맞을 때 클럽 월드컵을 이야기하셨다.
내 생각도 있지만(외국인 선수 영입), 최대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숨을 걸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의무다. 전략적으로 시즌 초반에 최대한 승점을 많이 따고, 후반기 ACLE 운영도 그렇고, 그 다음 ACLE(2025/2026시즌)까지 쏟을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


Q : 2025시즌 김판곤 축구는?
A : 공격적, 투쟁적, 다이나믹하게 상대 숨을 못 쉬게 하면서 지배하고. 현재 속도도 빨라진 것 같다. 지구력과 기술도 좋아졌다. 기대가 많이 된다.
Q : 전술은 Back-3, 4를 준비하고 있나?
A : 어떤 포메이션이든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숫자 싸움이고 원리는 똑같다. 두 전술을 준비하고 있지만, 원리는 같다. 게임 플랜에서 3, 4명이 어떻게 하이프레싱을 하고 블록을 쌓고, 방식은 같다. 상대 숨을 못 쉬게 만들어야 한다. 지난 시즌에 맛을 봤다면 올해는 보여줘야 한다.
Q : 지난 시즌 K리그1 우승을 한 뒤 ‘지하 10층에서 출발했다(지도자 생활)’는 말을 했다. 이제 개인적으로 몇 층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는지?
A : 울산에 왔다는 건 지상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왔다고 검증된 건 아니다. 그래도 경쟁할 수 있는 자리에 왔다. 좋은 경쟁을 하고 내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Q : K리그1 우승을 했는데, 감독상은 2위 팀 감독이 받았다.
A : 상은 중요하지 않다. 우승 여부가 더 중요하다. 상은 내가 달라고 주는 게 아니다. 받을 자격이 되면 언젠가 주지 않겠나. 상 달라고 애쓴다고 안 준다(미소).
Q : 울산은 매 시즌 트로피 1개 이상 가져가야 하는 팀이다. 부담은 없나?
A : 이 팀은 트로피가 없으면 집에 가야된다. 반드시 트로피 들어 올려야 한다. 이 팀은 좋은 선수를 앉혀두려 한다. 내가 괜찮은 지도자라 생각해서 울산에서 데려왔을 거다. 우승 트로피를 못 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부담은 있다. 가장 좋은 팀, 그리고 좋은 전력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건 ‘페어’하다. %가 높은 상황에서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 내가 오고 나서 모든 통계에서 확률을 높이는 건 됐다. ACLE에서 이겼던 한 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는 볼 점유율이 높았다. 상대 기세를 꺾고 결과를 가져올 준비가 안 됐었다. 상대 팀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외국인 선수들이 하나(PK 득점 한 골 외에)도 못 넣었다. 거기서 차이가 났다. 준비를 해달라(외국인 선수 영입)고 했다.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국내 선수들은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보다 낫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는 우리가 안 좋다고 본다. 그 무대(ACLE)에서는 내팽개치고 왜졌냐고 하실 수 있다. 그렇지만 결과에 책임은 져야 한다. 공부해서 준비할 때 수정하겠다.

Q : 코칭스태프를 재편했다.
A : 만족한다. 어렵게 데려왔다. 수석코치(폰세카)는 유럽에서 판 깔았던 친구가 동아시아까지 왔다. 울산이 톱팀이고, 클럽 월드컵, ACLE까지 나가다보니 왔다. 매력이 없으면 안 왔을 것이다.
우리 (박)주영이도 코치로 대단히 잘됐다. 피지컬 코치(박지현)도 함께 일을 해보니 좋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골키퍼 코치(조준호)도 실력이 있다. 기대가 크다. 김석우 코치의 경우 매탄고를 지도했다.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현대 축구 트렌드에 뛰어나다. 축구계에서 지속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보를 공급하고 있다. 게임 모델에 있어 어떤 정보를 주고 플랜을 짜고, 훈련을 만들 때 폰세카 코치 옆에서 계속 서포트한다.


Q : 김영권이 주장으로 임명됐다.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다.
A : (김)영권이는 지난 시즌 힘든 시기를 보냈다. 책임을 주면 더 잘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책임을 안 주면 한 발 뒤에서 본다. 책임을 주면서 영권이를 앞으로 끌어내고자 했다. 책임을 주니가 아주 열심히 잘한다. 아래위로 챙기고, 부주장인 조현우, 고승범과 묶어 좋으니 좋다.
Q : K리그1 내에서 견제가 심할 것 같다.
A : 우리 전력을 강화시키고 가장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모델, 내가 하고 싶은 모델을 구현했을 때 가장 잘했으면 좋겠다.
전북현대는 여전히 강할 것이다. 세계적인 지도자를 모시고 왔다. 다시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FC서울도 그렇고 광주FC는 감독이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이라 여전히 만들어서 견제할 것 같다. 김천상무는 좋은 선수와 감독이 있다.
나의 바람은 우리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우리를 다 잡아 먹으려고 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이겨내야 자격이 있다. 어렵겠지만, 잘 준비해야 한다.
Q : 2월에 ACLE와 K리그1 개막이 있다. 휴식이 짧아 부상 우려가 있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A : 올해 1월 2일 선수들에게 모이자고 했는데, 며칠 만 더 달라고 하더라. 더 긴 시즌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6일에 출발해 이곳으로 왔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4일을 더 주는 건 엄청난 것이다. 훈련 강도는 별로 세지 않다. 상당히 단계적으로 애들 입에 밥맛이 좋게 시키고 있다. 예전 스타일로 지금도 몇몇 팀은 기초 체력과 웨이트를 많이 시킨다. 우리는 그런 것보다 바로 첫 날부터 게임 모델을 소개했다. 공격적인 패스부터 일주일 동안 게임을 준비했다. 새로운 선수들에게도 소개했다. 신기해하는 선수도 많았다. 새로 온 선수들을 다 만나봤다. 기존 선수들도 좋아한다. 준비를 잘 시켰다. 2주 전부터 프로그램을 줬다. 하고 오라고 했다. 여기서(이 단계)부터 시작할 테니. 잘 해올까 의심을 조급 했다. 요즘은 선수가 개인 트레이너도 두고 막 안 놀더라. 준비를 잘해왔다. 내가 계속 피지컬 코치에게 볼륨(훈련 강도↑)을 넣자고 하는데 그렇게 안 하더라(웃음).
Q : 2025년은 어떤 해가 되기를 바라나?
A : 항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다. 내일은 알 수 없다. 걱정하지 말고 오늘도 열심히 하자고 말한다. 책임을 완수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구단이 준 미션이 있다. 올해는 감독 김판곤의 색과 축구 철학이 팬들에게 인식됐으면 좋겠다.

사진=울산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