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현장 리뷰] 한국 '라마단 리스크' 오만에 1-1 무승부...홍명보호 35212명 앞에서 졸전
입력 : 2025.03.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고양] 박윤서 기자= 또다시 재현된 악몽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7차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전 홍명보호는 쾌조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4승 2무 (승점 14), 조 1위를 질주했다. 반면 오만은 2승 4패(승점 6)로 4위에 그쳤다. 양 팀이 처한 상황은 다르나 중요성은 매한가지였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오만전에 승리하면 3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여기에 이어진 요르단(25일)과의 경기까지 이길 시 1, 2위만 차지하는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 짓는 상황이었다.

선두권 경쟁에서 밀려난 오만도 동기 부여는 확실했다. 한국과의 경기서 승점을 얻는다면 3, 4위에게 주어지는 4차 예선 추가 진출권에 다가설 수 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총력전을 예고하며 2연전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택했다. 최후방은 조현우가 지켰다. 이태석-권경원-조유민-설영우가 포백을 형성했다. 3선은 박용우- 백승호, 2선은 손흥민-이재성-황희찬이 맡았다. 원톱은 주민규가 책임졌다.

경기 초반 한국이 주도권을 쥔 채 우세한 운영을 펼쳤다. 오만은 선수비 후역습을 통해 역습을 노렸다. 간헐적인 공격 찬스에서도 기본적으론 최후방에 5명 이상을 유지했다. 한국은 이강인, 황인범이 빠진 탓인지 경기 초반 내려앉은 오만의 수비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20분이 넘도록 별다른 위협인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주민규는 고립됐다. 3선과 2선 라인은 호흡이 맞지 않는 듯 잦은 빌드업 실수를 반복했다. 안 풀리던 한국은 전반 35분 백승호가 쓰러지는 악재에 부딪쳤다. 홍명보 감독은 곧바로 이강인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오만이 밀어붙였다. 압둘 라흐만이 기습적인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약 4분 만인 전반 41분 후방 깊숙한 지역에서 황희찬이 침투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후 단번에 환상적인 패스를 넘겼다. 황희찬은 깔끔한 터치 후 예리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열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민규를 빼고 오세훈을 넣었다. 오세훈은 투입 직후 존재감을 발휘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설영우가 넘긴 정확한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다. 이브라힘 알 무카이니의 선방에 막히지 않았다면 그대로 추가골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제골 이후 흐름을 탄 한국은 후반 5분 손흥민이 기습적인 슈팅으로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강인이 투입되자 볼 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원 내 유의미한 점유가 확연히 늘었다. 안정적인 키핑력과 센스 있는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냈다. 후반 25분 이강인이 왼쪽을 허물며 침투하는 손흥민을 향해 감각적인 패스를 건넸다. 서로 간의 사인은 맞았으나 살짝 길게 빠지며 무위에 그쳤다.

좋은 흐름에도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하자, 오만에 일격을 허용했다. 후반 25분 알리 알 부사이디는 이강인이 넘어지는 등 혼전 상황이 반복된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찬스를 잡자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기록했다. 조현우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이었다.

한국은 추가 득점을 위해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1-1의 균형을 깨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추운 날씨 속 경기장을 찾은 35,212명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이날 무승부가 더욱 충격적인 배경은 오만이 라마단 등 악조건 속에 경기를 펼쳤단 점에 있다. 오만 감독 라시드 자베르는 경기 전 "한국의 추위는 우리와 달라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에 3일 동안 체류하며 추위에 있어선 적응했다"라며 "라마단 기간이다. 음식을 먹는 시간이 다르고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13시간 이상 이동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는 우리의 문화이고 적응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KFA,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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