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남 무리뉴가 눈물이라니...' AS로마서 충격 경질, 구단 첫 유럽대항전 우승 이루고도 3년 못 채웠다
입력 : 2024.01.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경질 이후 눈물을 흘리는 조세 무리뉴 감독. /사진=스포츠바이블 캡처
경질 이후 눈물을 흘리는 조세 무리뉴 감독. /사진=스포츠바이블 캡처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냉혈남' 조세 무리뉴(60) 감독이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충격적인 경질이었다. 이탈리아 AS로마에 구단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우승을 선물하고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나야 했다.

로마는 1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구단의 60번째 사령탑인 무리뉴 감독과 그의 사단은 즉시 팀을 떠난다. 무리뉴 감독은 2022년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도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로마 구단 소유주 댄 프리드킨은 "로마를 대표해 무리뉴 감독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를 표한다. 구단은 항상 무리뉴 감독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는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로마는 최선을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댄 프리드킨은 "앞으로 무리뉴 감독과 그의 사단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로마가 무리뉴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은 올 시즌 리그 성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가 20라운드까지 치러진 가운데 로마는 8승5무7패, 승점 29를 기록하고 리그 9위에 위치했다. 4위 피오렌티나(10승4무6패·승점 34)와 격차가 크지 않지만, 최근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로마는 직전 리그 6경기에서 1승 2무 3패에 머물렀다. 최근 강팀들을 연거푸 만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컵대회인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최대 라이벌' 라치오를 맞아 1-2로 패했다. 결국 로마는 경질 버튼을 눌렀다.

무리뉴 감독이 로마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21년 7월이었다. 명장답게 첫 시즌부터 뚜렷한 성적을 남겼다. 당시 신설된 '유럽대항전'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로마는 구단 창단 처음으로 유럽 클럽 대항전 정상에 올랐고, 2008년 코파 이탈리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로마는 우승후보에서 제외되는 분위기였는데, 무리뉴 감독의 지휘 아래 로마는 상승세를 달렸다. 대회 결승에서도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를 1-0으로 잡아냈다.

지난 시즌에도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이 빛났다. 로마는 유로파 콘퍼런스리그보다 높은 수준의 대회인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로마는 승부차기에서 세비야(스페인)에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는 평가를 남겼다. 참고로 당시 패배로 무리뉴 감독의 유럽대항전 결승전 100% 승률도 깨졌다.

하지만 올 시즌 로마는 리그 부진에 빠졌다. 최전방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했으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간 무리뉴 감독은 2년 연속 유럽대항전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리그 성적은 약간 아쉬웠다. 2021~2022시즌, 2022~2023시즌 모두 6위를 기록했다. '별들의 전쟁'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올 시즌까지 리그 부진이 이어지면서 로마 경영진은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무리뉴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 6월까지였다. 하지만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2년차까지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3년차에서 부진해 팀을 떠나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로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년차의 저주'가 재현됐다. 로마 소식을 다루는 이탈리아 로마 프레스는 "무리뉴 감독은 세리에A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로마에서 경질된 이유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 결승행을 이끌었지만, 올 시즌은 세리에A 9위로 뒤처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드는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드는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충격적인 경질에 카리스마 넘치는 무리뉴 감독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영국 스포츠바이블은 "로마에서 경질된 뒤 무리뉴 감독이 눈물을 흘리는 가슴 아픈 영상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마 팬들은 구단을 떠나는 무리뉴 감독에게 작별인사하기 위해 팀 훈련장을 찾았다. 그러자 자동차 안에 있던 무리뉴 감독은 감동을 받았는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잡혔다. 이 영상이 SNS 등을 통해 공유돼 많은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매체는 "무리뉴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로마 수뇌부는 무리뉴 감독을 당장 경질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무리뉴 감독은 보상금으로 300만 파운드(약 50억 원)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무리뉴 감독의 차기 행선지 후보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이 꼽힌다. 에디 하우 감독이 이끌고 있는 뉴캐슬은 올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10위(9승2무10패·승점 29)로 부진하고 있다.

아쉬운 결말을 맞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유럽 최고 명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포르투갈 리그 등 유럽 빅리그 팀들을 맡았다. 특히 감독 커리어 초기 시절에는 FC포르투(포르투갈)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를 계기로 무리뉴 감독은 핫스타로 떠올랐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 체제의 첼시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첼시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리뉴 감독의 또 다른 매력은 자신감이었다. 첼시에서 우승을 이끈 뒤 무리뉴 감독은 "나는 특별한 사람(스페셜 원)"이라고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인터밀란에서도 무리뉴 감독은 훌륭한 커리어를 안았다. 유럽 트레블에 성공했다. 세리에A, 코파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당시 인터밀란은 4강에서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바르셀로나(스페인)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2-0으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무리뉴의 다음 행선지는 '드림클럽'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였다. 2011~2012시즌 '최대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넘어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0~2011시즌에는 스페인 수페르 코파(슈퍼컵) 정상에도 올랐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첼시로 돌아왔고, 2014~2015시즌 첼시를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다시 올려놓으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무리뉴 감독의 3년차 징크스가 이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뒤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뤄냈지만, 2020~2021시즌 도중 성적 부진, 구단과 충돌 등을 이유로 팀을 떠났다. 무리뉴 감독은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토트넘)도 지도했다. 무리뉴 감독은 2019년 11월 토트넘 감독직을 맡았다. 2019~2020시즌 리그 6위를 기록했고, 두 번째 시즌에는 잉글랜드리그컵(EFL컵)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EFL컵 결승을 앞두고 깜짝 경질됐다. 토트넘 구단 수뇌부와 마찰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로마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쌓았다.

영극 축구전문매체 90MIN는 "전성기 동안 무리뉴는 2004년 포르투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첼시에서도 두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인터밀란에서 다시 한 번 유럽을 정복했다. 레알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다"며 "또 포르투갈 감독인 무리뉴는 로마에서도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 영광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풋볼 이탈리아에 따르면 전설적인 감독 파비오 카펠로는 무리뉴 감독의 경질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세리에A 클럽을 소유하는 미국 구단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무리뉴 감독 등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 앞서 AC밀란(이탈리아) 레전드 출신 파울로 말디니 디렉터도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다. 카펠로 감독은 "무리뉴는 마치 팀을 한 번도 맡지 않은 감독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미국 구단주들은 클럽을 위해 일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존중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말디니 디렉터는 전화로 경질됐고 무리뉴도 마찬가지였다"며 "미국 구단주들은 감정 없이 오직 비즈니스적으로만 일하는 것 같다. 그들이 구단주이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로서 전화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떠나보내는 게 더 나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코리엘레 델레 스포르트도 "팬들은 무리뉴의 해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모두들 놀랐다. 무리뉴의 해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로마의 발표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며 "최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팬들은 여전히 무리뉴 감독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로마의 결정에 물음표를 달았다.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조세 무리뉴 감독. /AFPBBNews=뉴스1
AS로마(빨간색 유니폼) 경기. /AFPBBNews=뉴스1
AS로마(빨간색 유니폼) 경기. /AFPBBNews=뉴스1
무리뉴 감독을 대신해 '로마 레전드' 다니엘레 데로시가 로마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다. 로마 구단은 무리뉴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직후 구단 채널을 통해 "데로시가 로마 감독직에 부임했다. 로마는 데 로시와 2024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다. 이 소식을 알리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댄 프래드킨 구단 소유주는 "로마 감독으로 데로시를 데려오게 되어 기쁘다. 우리는 항상 데로시의 리더십과 야망을 믿고 있었다. 그가 구단의 목표를 향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데로시와 로마의 유대감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도전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열정은 선수들을 위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구단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대표할 능력이 있는 지도자다. 집에 온 걸 환영한다"고 기뻐했다.

이탈리아 국적의 데로시는 선수 시절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로마 한 팀에서만 줄곧 뛴 '의리맨'이기도 했다. 맨유 등 수많은 빅클럽들의 러브콜도 뿌리쳤다. 로마 소속으로 데로시는 2007년과 2008년 이탈리아 슈퍼컵을 두 차례 들었다. 데로시는 로마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출전 기록을 세웠다. 총 616경기에 출전해 63골 60도움을 기록했다. '로마 원클럽맨' 프란체스코 토티(783경기)가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한동안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5위 안에 로마 현역 선수가 없을 정도다. 데로시는 2019~2020년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서 짧게 뛰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데로시는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눈부신 경력을 쌓았다. 아주리 군단의 핵심 미드필더로 117경기에 출전했다. 이탈리아 사상 4번째 최다 출전에 해당한다. 또 다른 레전드 프란체스코 토티,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파비오 칸나바로 등과 함께 2006 독일 월드컵 정상에 서기도 했다.

은퇴 이후 데로시는 2021년 3월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테크니컬 코치로 약 1년 반 활약했다. 2022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코치로 일했다. 감독 경험은 짧은 편이다. 데로시는 이탈리아 세리에C의 스팔에서 약 4개월 간 감독직을 수행했다. 두 번째 감독직은 친정팀 로마에서 하게 됐다.

선수 시절 다니엘레 데로시. /AFPBBNews=뉴스1
선수 시절 다니엘레 데로시.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시절 다니엘레 데로시.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시절 다니엘레 데로시. /AFPBBNews=뉴스1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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