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지난 16일 내부 프리에이전트(FA) 포수 김민식(34)과 재계약을 마무리했다. 2년간 총액 5억원(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의 계약 조건이다. SSG는 지난 12일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포수 이지영(38)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영입한 지 나흘 만에 FA 시장에 나왔던 주전 포수 김민식까지 붙잡아 포수 자리에 한층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하게 됐다. 이지영은 키움과 계약기간 2년, 총액 4억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FA 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SSG로 트레이드됐다. SSG는 현금 2억 5000만원과 2025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준다.
김민식은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해 2017∼2021년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다가 2022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SSG에 복귀했다. KBO리그에서 9시즌 동안 8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1875타수 426안타), 24홈런, 214타점을 기록했다. 2017년 KIA의 통합 우승, 2022년 SSG의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끈 '우승 포수' 경험을 갖고 있다.
이지영은 2009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KBO리그 통산 12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3368타수 942안타), 16홈런, 368타점, 362득점을 기록한 베테랑 포수다. 군(상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2년부터 주전 포수로 성장해 2014년까지 3년 연속 우승 포수로 활약하며 삼성의 4연패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18년 삼성이 FA 포수 강민호를 영입한 후 입지가 줄어들어 고종욱(KIA), 김동엽(삼성)과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그해 12월 키움으로 이적했고 2019년부터 다시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국가대표 선수로도 출전했다.
SSG는 우승 경험을 가진 두 명의 베테랑 FA 포수를 한꺼번에 품에 안아 2024시즌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포수 진용을 꾸렸다. 2023시즌을 마친 뒤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중요한 숙제의 하나였던 포수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SSG는 이지영 김민식을 확보하기 전에 'SK 왕조'에 기여했던 '원클럽맨' 공격형 포수 이재원(36·한화 이글스)을 본인의 방출 요청에 따라 떠나보냈고, 삼성-두산 베어스-SSG에서 우승 반지를 낀 베테랑 백업포수 이흥련(34)은 포수 마스크를 벗고 구단 원정 전력분석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 공백은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KIA 출신의 신범수(26)와 NC 다이노스 출신의 박대온(29)으로 메웠다. 2021년 입단한 기존의 유망주 포수 조형우(22)와 함께 경쟁구도를 이루게 했다. 여기에 베테랑 FA 포수 김민식과 이지영이 경험을 전수하며 무게 중심을 잡는 구도다.
2명의 '우승 포수' 김민식과 이지영에, 잠재력있는 유망주 포수를 다수 거느린 SSG는 과연 '포수 왕국'을 이룰 수 있을까.
당장 이 같은 '금빛' 희망에 찬 전망을 내놓기는 힘들다. SSG의 포수 진용에서 어느 누구도 우승을 이끌 수 있는 리그 최정상급 재목이라고 내세울 만한 선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23년 성적을 보자. 김민식은 SSG에서 가장 많은 122경기에 나서 타율 0.218(266타수 58안타), 5홈런, 34타점 28득점을 기록했다. 어깨 좋은 제1 백업포수 조형우는 62경기에서 타율 0.185(119타수 22안타), 2홈런, 12타점, 9득점에 그쳤다. 지난해 1군에 잠깐 모습을 내비쳤던 이재원(27경기, 타율 0.091)과 이흥련(16경기, 타율 0.071)은 이제 떠나고 없다.
이지영은 지난해 키움에서 급성장한 김동헌(102경기) 다음으로 많은 81경기에 나와 타율 0.249(217타수 54안타) 8타점 23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고, 2022년 키움에서 개인 최다인 137경기에 출전하는 등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하던 예전의 기량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C에서 온 박대온은 지난해 26경기에 나와 타율 0.286(28타수 8안타), 3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NC에서 박세혁(88경기), 안중열(77경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와 포스트시즌에서 잠재력을 폭발한 김형준(26경기)에 이은 '제4 포수'였다.
KIA 출신 신범수는 지난해 36경기에서 타율 0.170(88타수 15안타), 2홈런, 10타점 7득점을 기록했다. 역시 김태군(114경기) 한승택(49경기) 한준수(48경기)의 뒤를 잇는 '4번째 포수'였다.
'포수 왕국'의 원조는 두산
'포수 왕국'의 원조는 두산이다. 두산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 해 우승 때의 김경문 조범현을 비롯해 김태형 이도형 최기문 진갑용 홍성흔을 거쳐 최재훈 박세혁 양의지까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들이 계보를 이어오며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두산은 정상급 포수를 계속 발굴하면서 기존 포수를 활용해 이적 시장에서 약점을 보강하기도 했다. 두산 출신 포수들이 그동안 여러 팀에서 활약한 이유다. 세 명의 포수 출신 명감독(김경문 조범현 김태형)을 배출한 것도 인상적이다. 어떤 구단도 해내지 못한 결과물이다.
우승 팀에는 언제나 좋은 포수가 있었다. 포수 왕국 두산 외에도 '해태 왕조'의 김무종 장채근, 롯데의 1984년 첫 우승 때 '무쇠팔' 최동원과 함께 호흡한 한문연과 1992년 두 번째 우승 때 안방을 지킨 강성우, 1985년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없는 통합 우승과 함께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린 삼성 레전드 포수 이만수, 현대와 SK 왕조를 아우르는 박경완, LG의 1990·1994년 우승 주역 김동수, 2000년대 삼성 왕조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진갑용, 그 뒤를 잇는 강민호, 2020년 NC의 첫 우승에 앞장선 양의지, 2021년 KT 위즈 첫 우승의 안방지기 장성우 등이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LG가 2023시즌 29년 만에 역대 세 번째로 정상에 다시 섰을 때도 포수 박동원의 한국시리즈 2, 3차전 연속 역전 투런포 등 결정적인 활약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첫 우승의 영광을 안은 염경엽 감독이 인정하는 '우승 도우미'였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2022년 말 초보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을 때 구단에 최우선으로 요청한 전력 보강이 FA 포수 양의지를 친정으로 다시 데려오는 것이었다. 포수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선택한 결정이었다. 당시 포수가 넘쳐나던 FA 시장에서 두산의 박세혁이 양의지와 자리를 맞바꿔 NC로 옮기고, LG의 안방을 지키던 유강남이 롯데와 계약하면서 박동원이 KIA에서 새 둥지를 찾아 LG로 날아왔다. LG의 29년 만에 우승은 포수 대이동이 낳은 '나비 효과'였다.
SSG는 '우승 포수' 김민식 이지영을 한꺼번에 보유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레전드 포수들과 비교해 약세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김민식 이지영이 제 몫을 다해준다면 2022년 우승 때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와 다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 2022년에는 이재원이 105경기를 뛰었고, 그해 5월 트레이드를 통해 5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김민식이 104경기에 나서며 서로 힘을 모아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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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포수 김민식. /사진=SSG 랜더스 |
김민식은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해 2017∼2021년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다가 2022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SSG에 복귀했다. KBO리그에서 9시즌 동안 8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1875타수 426안타), 24홈런, 214타점을 기록했다. 2017년 KIA의 통합 우승, 2022년 SSG의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끈 '우승 포수' 경험을 갖고 있다.
김재현 SSG 단장(왼쪽)과 이적생 포수 이지영. /사진=SSG 랜더스 |
SSG는 우승 경험을 가진 두 명의 베테랑 FA 포수를 한꺼번에 품에 안아 2024시즌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포수 진용을 꾸렸다. 2023시즌을 마친 뒤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중요한 숙제의 하나였던 포수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SSG는 이지영 김민식을 확보하기 전에 'SK 왕조'에 기여했던 '원클럽맨' 공격형 포수 이재원(36·한화 이글스)을 본인의 방출 요청에 따라 떠나보냈고, 삼성-두산 베어스-SSG에서 우승 반지를 낀 베테랑 백업포수 이흥련(34)은 포수 마스크를 벗고 구단 원정 전력분석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 공백은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KIA 출신의 신범수(26)와 NC 다이노스 출신의 박대온(29)으로 메웠다. 2021년 입단한 기존의 유망주 포수 조형우(22)와 함께 경쟁구도를 이루게 했다. 여기에 베테랑 FA 포수 김민식과 이지영이 경험을 전수하며 무게 중심을 잡는 구도다.
2명의 '우승 포수' 김민식과 이지영에, 잠재력있는 유망주 포수를 다수 거느린 SSG는 과연 '포수 왕국'을 이룰 수 있을까.
SSG 포수 조형우. /사진=SSG랜더스 |
NC 시절 박대온(왼쪽)과 KIA 시절 신범수. /사진=OSEN |
이지영은 지난해 키움에서 급성장한 김동헌(102경기) 다음으로 많은 81경기에 나와 타율 0.249(217타수 54안타) 8타점 23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고, 2022년 키움에서 개인 최다인 137경기에 출전하는 등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하던 예전의 기량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C에서 온 박대온은 지난해 26경기에 나와 타율 0.286(28타수 8안타), 3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NC에서 박세혁(88경기), 안중열(77경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와 포스트시즌에서 잠재력을 폭발한 김형준(26경기)에 이은 '제4 포수'였다.
KIA 출신 신범수는 지난해 36경기에서 타율 0.170(88타수 15안타), 2홈런, 10타점 7득점을 기록했다. 역시 김태군(114경기) 한승택(49경기) 한준수(48경기)의 뒤를 잇는 '4번째 포수'였다.
두산 양의지가 지난해 12월 11일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2020년 NC에 우승을 안긴 뒤 집행검을 들어올리고 있는 양의지(가운데). /사진=뉴스1 |
'포수 왕국'의 원조는 두산이다. 두산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 해 우승 때의 김경문 조범현을 비롯해 김태형 이도형 최기문 진갑용 홍성흔을 거쳐 최재훈 박세혁 양의지까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들이 계보를 이어오며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두산은 정상급 포수를 계속 발굴하면서 기존 포수를 활용해 이적 시장에서 약점을 보강하기도 했다. 두산 출신 포수들이 그동안 여러 팀에서 활약한 이유다. 세 명의 포수 출신 명감독(김경문 조범현 김태형)을 배출한 것도 인상적이다. 어떤 구단도 해내지 못한 결과물이다.
우승 팀에는 언제나 좋은 포수가 있었다. 포수 왕국 두산 외에도 '해태 왕조'의 김무종 장채근, 롯데의 1984년 첫 우승 때 '무쇠팔' 최동원과 함께 호흡한 한문연과 1992년 두 번째 우승 때 안방을 지킨 강성우, 1985년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없는 통합 우승과 함께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린 삼성 레전드 포수 이만수, 현대와 SK 왕조를 아우르는 박경완, LG의 1990·1994년 우승 주역 김동수, 2000년대 삼성 왕조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진갑용, 그 뒤를 잇는 강민호, 2020년 NC의 첫 우승에 앞장선 양의지, 2021년 KT 위즈 첫 우승의 안방지기 장성우 등이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LG가 2023시즌 29년 만에 역대 세 번째로 정상에 다시 섰을 때도 포수 박동원의 한국시리즈 2, 3차전 연속 역전 투런포 등 결정적인 활약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첫 우승의 영광을 안은 염경엽 감독이 인정하는 '우승 도우미'였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가운데)이 지난해 11월 8일 KT 위즈와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4로 뒤진 8회 역전 투런포를 터뜨린 박동원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OSEN |
SSG는 '우승 포수' 김민식 이지영을 한꺼번에 보유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레전드 포수들과 비교해 약세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김민식 이지영이 제 몫을 다해준다면 2022년 우승 때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와 다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 2022년에는 이재원이 105경기를 뛰었고, 그해 5월 트레이드를 통해 5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김민식이 104경기에 나서며 서로 힘을 모아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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