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63. 글로벌 LCC 공통 국제선 흑역사③
입력 : 2024.03.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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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초 제주항공의 국제선 첫 도전이었던 일본 전세편 운항허가 신청을 반려한 건교부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후속대책을 세웠다.

신생항공사의 경우 국내선 운항경험이 최소 3년 이상은 되어야 하고, 안전사고 또한 일정수준 이하여만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세부규정을 2007년 안에 마련해서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운항경험이 풍부하지만 신생항공사의 경우 국내선에서도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국제선 운항을 엄격히 통제하는 규정을 마련해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수년째 운임이 오르지 않는 국내선 만으로는 적자탈출이 요원해 2007년에 국제선 전세기 운항 등을 거쳐 취항 3년차인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선 정기노선 운항을 계획하던 차에 경영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정부의 국제선 취항규정이 원안대로 결정될 경우 2009년 하반기나 되어야 가능해지는 구조여서 속이 타들어갔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건교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을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국익 차원의 인바운드 전세편으로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2007년 3월9일 "일본이나 중국의 도시들은 물론 많은 국내 여행사에서 전세기 취항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5월 황금연휴에 제주를 찾을 일본관광객을 위한 운항허가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건교부는 3월23일 제주항공의 국제선 전세기 취항 시도와 관련해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건교부는 "신생항공사의 국내선 운항경험이 최소 3년 이상 돼야 국제선 취항을 허가할 방침임을 이미 밝혔다"면서 "이는 정기노선 뿐만 아니라 부정기 전세편에도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또 "특히 제주항공은 이제 출범한지 10개월 정도밖에 안 된 데다 안전성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의 경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제주항공이 주장하고 있지만 전세편 또한 국제선을 뛰는 점에서는 똑같아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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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의 즉각적인 강경방침이 확인되자 제주항공은 행정소송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제주항공은 2007년 5월9일 "건교부가 국제선 취항조건으로 내건 '3년 이상 국내선 운항경험'은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만큼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국제선을 띄우는 시점을 앞당기겠다"면서 "설립당시 국제선에 취항할 수 있는 안전규정을 충족한데다 건교부가 지금에야 관련규정을 만든 뒤 소급 적용하려는 것은 법률불소급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항변했다.

법률불소급원칙은 법은 그 시행 이후에 성립하는 사실에 대하여만 효력을 발하고, 과거의 사실에 대하여는 소급 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일단 유효하게 취득한 권리나 적법하게 성립한 행위를 사후에 제정된 법으로 침해·박탈 또는 처벌할 수 있다면, 사회의 안정이 깨지고 국민생활이 불안하게 되므로 기득권의 존중 또는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워진 법률의 기본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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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주항공의 이 같은 대정부 강경발언은 단지 여론 호소를 위한 용도일 뿐이었다. 억울한 심경을 호소하기 위한 말잔치였을 뿐 실제 소송까지는 검토조차 못했다. 당시 신생항공사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항공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분야에 비해 규제가 많은 철저한 허가산업인지라 주무부처의 소급적용이든 구두지침이든 항공사에게는 천명(天命)과 다름없었다.

3년 정도 국내선 운항을 한 뒤에 이야기하자는 건교부 입장에 대해 제주항공은 "그처럼 안전운항이 의심되면 제주도도 못 가게 해야지, 국내선 승객은 괜찮고 국제선 승객은 안 된다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며 "건교부가 안전문제를 철저하게 심사해 정기항공사 운항허가를 내주고는 이제 와서 남쪽으로 날아가는 제주도는 되고 동쪽으로 날아가는 오사카는 안 된다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고 볼멘 소리를 할 따름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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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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