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돔, 한용섭 기자] 야구공이 글러브를 뚫고 지나갔다. 마치 마법처럼. 야구공이 1루수 글러브(미트)의 그물(웹)을 끊고 빠지면서 경기 승패가 결정됐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울리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웃게 만들었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정규 시즌 개막전.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경기였다. 그것도 개막전.
샌디에이고는 선발 다르빗슈 유가 3⅔이닝(72개)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고 내려갔다. 투구수가 많아져 4회 1사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을 허용하고 교체됐다.
샌디에이고는 4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흔들린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 상대로 루이스 캄푸사노의 병살타 때 1점을 뽑아 2-1로 앞서 나갔다.
다르빗슈 이후 톰 코스그로브가 ⅔이닝 무실점, 엔옐 데 로스 산토스가 1이닝 무실점, 마쓰이 유키가 ⅔이닝 무실점으로 이어 던졌다. 완디 페랄타가 7회 무실점으로 막고, 8회 선두타자 맥스 먼시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자니 브리토가 등판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중전 안타, 제임스 아웃맨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허용했다.
1사 1,2루. 샌디에이고는 다시 투수를 아드리안 모레혼으로 교체했다. 개빈 럭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포수 앞에서 약간 크게 원바운드 된 타구는 1루수 쪽으로 향했다.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백핸드로 잡는 순간, 공이 미트에 들어갔다가, 그물을 뚫고 빠져나갔다. 타구가 외야로 굴러가는 사이, 2루주자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왔다. 기록은 1루수 실책.
크로넨워스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럭스가 때린 타구속도는 88.9마일(143.1km)로 빠른 편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글러브 그물이 찢어지면서 경기가 역전됐다. 경기 도중 나오기 힘든 장면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이후 무키 베츠가 3유간을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렸고, 오타니 쇼헤이가 몸쪽으로 붙은 98마일(157.7km) 싱커를 인아웃 스윙으로 좌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1타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5-2로 달아났고, 경기 최종 스코어가 됐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경기 후 8회 황당한 실책 장면에 대해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글러브 사이로 빠져 크로넨워스가 어려움을 겪었다. 3-6-1로 병살이 됐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글러브가 찢어지지 않고, 크로넨워스가 정상적으로 잡았더라면,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을 것이다.
이어 "8회 이전까지 좋은 경기였다. 불펜이 그 역할을 잘 해줬다. 8회 위기 상황을 가기 전까지는 불펜이 든든하게 잘 던졌다. 산토스와 좌완 투수들(유키, 페랄타)이 잘 던졌다. 다만 8회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상황들이 생기면서 상대 타자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점수를 만회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행운이 따른 8회 실책 장면을 두고 “처음에는 글러브에 맞고 나간 줄 알았다. 크로넨워스가 굉장히 훌륭한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인데, 나중에 글러브를 뚫고 지나간 것을 알았다. 샌디에이고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우리에겐 굉장히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크로넨워스는 경기 후 "(글러브) 끈이 끊어진 것은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다. 최악이다.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낙담했다고 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