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정권이 바뀌고, 국제선 취항 허용기준이 절반으로 완화되면서 신규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시기는 1년 앞당겨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같은 취항기준(지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고작 1년도 유지되지 못했다. 2009년 6월10일 항공법이 다시 한번 바뀌면서 완전 폐지된 것이다.
그동안 항공운송사업 면허체계를 정기와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자로 구분하던 것을 국제, 국내, 소형 등 3개 항공운송사업자로 개편되었다. 이는 항공사 설립단계에서부터 국제 항공운송사업자로 면허를 받으면 곧바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조건만 갖추면 2009년 9월 이후부터는 곧바로 국제선을 띄울 수 있도록 했다.
각 사업자별 등록기준도 크게 완화했다. 국제 운송사업 면허기준은 종전 항공기 5대, 자본금 200억원에서 항공기 3대, 자본금 150억원으로, 국내 운송사업 면허기준은 항공기 1대, 자본금 5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소형 운송사업 면허기준은 19인승 이하 항공기 1대와 자본금 20억원 또는 9인승 이하 항공기 1대와 자본금 10억원으로 등록기준을 낮췄다.
돌이켜보면, 2007년 초 국내선 운항을 3년 이상은 해야 국제선에 취항할 수 있다는 초강력 안전규정을 내세웠고, 2007년 말에는 무사망사고를 전제로 국내선에서 2년 동안 최소한 2만 편 이상의 운항을 해야 국제선 부정기 운항을 허가하고 이후 국제선 부정기 운항을 1년 이상 해야 국제선 정기운항을 허용하겠다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고강도 안전대책을 요구했던 정부가 불과 2년 만에 전면허용으로 정책을 튼 것이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국제선 취항기준이 수시로 바뀌면서 K-LCC 초기진입자들의 혼란만 가중된 꼴이 되었다. 국토부는 당초 K-LCC업계 출범 초기인 2007년까지 특별히 국제선 취항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노선허가권으로 신규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을 미뤄왔다. 이 때문에 근거리 국제선 취항을 노리고 출범한 K-LCC들은 국제선 면허기준이 2년여 만에 3번이나 바뀐 국제선 취항기준에 불만을 터뜨렸다.
취항 기준으로 가장 빨랐던 부정기항공사 한성항공의 경우 2007년경 정부가 2년 2만 편 무사망사고 운항으로 국제선 면허기준을 정하겠다고 하자 항공기 추가 도입 등 준비를 서두르며 투자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2008년 7월 그 기준이 대폭 완화됨에 따라 투자 메리트가 완전 상실되면서 해외펀딩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급속히 자금난에 빠져들었고 2008년 10월18일 국내선에서조차 운항을 중단하고 날개를 꺾었다.
당시 K-LCC업계는 "'2년 2만 편 기준'에 따라 준비를 해오다가 2008년 7월 '1년 1만 편'으로 기준을 완화해 놓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자본금 기준으로 바꾼 것은 대기업 산하 항공사들만 유리한 정책"이라면서 "기준을 정하기 전에 참가자들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크게 완화된 사업자별 등록기준과 함께 항공사 설립단계에서부터 국제 항공운송사업자로 면허를 받아 곧바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새로운 항공법에 따른 첫 수혜자는 에어프레미아였다. 에어프레미아는 10여년의 K-LCC 역사에서 전혀 다른 개념을 표방했다. 차별화 포인트는 LCC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근거리 노선이 아닌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라는 점이었다.
K-LCC 1세대 항공사들은 비록 국제선 취항이 처음부터 가능한 정기항공사 면허를 받았을지라도 2~3년의 국내선 운항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를 경험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취항을 막을 방침"이라며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취항허가를 내줄 경우 불의의 사고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K-LCC 첫 주자였던 제주항공은 국내선 운항 2년 1개월 만이었던 2008년 7월11일에야 국제선시대를 열수 있었다.
K-LCC 2세대가 열리고 대한항공이 만든 신생항공사 진에어는 처음부터 국내선 운항을 안하고 곧바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국제선 운항을 계획했지만 이 역시 국내선 운항 1년이라는 '의무기간'을 거쳐야 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했던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흑역사를 거쳐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국제선 직행은 K-LCC 역사에서 격세지감을 실감케 할 따름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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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우여곡절 끝에 2008년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같은 취항기준(지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고작 1년도 유지되지 못했다. 2009년 6월10일 항공법이 다시 한번 바뀌면서 완전 폐지된 것이다.
그동안 항공운송사업 면허체계를 정기와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자로 구분하던 것을 국제, 국내, 소형 등 3개 항공운송사업자로 개편되었다. 이는 항공사 설립단계에서부터 국제 항공운송사업자로 면허를 받으면 곧바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조건만 갖추면 2009년 9월 이후부터는 곧바로 국제선을 띄울 수 있도록 했다.
각 사업자별 등록기준도 크게 완화했다. 국제 운송사업 면허기준은 종전 항공기 5대, 자본금 200억원에서 항공기 3대, 자본금 150억원으로, 국내 운송사업 면허기준은 항공기 1대, 자본금 5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소형 운송사업 면허기준은 19인승 이하 항공기 1대와 자본금 20억원 또는 9인승 이하 항공기 1대와 자본금 10억원으로 등록기준을 낮췄다.
돌이켜보면, 2007년 초 국내선 운항을 3년 이상은 해야 국제선에 취항할 수 있다는 초강력 안전규정을 내세웠고, 2007년 말에는 무사망사고를 전제로 국내선에서 2년 동안 최소한 2만 편 이상의 운항을 해야 국제선 부정기 운항을 허가하고 이후 국제선 부정기 운항을 1년 이상 해야 국제선 정기운항을 허용하겠다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고강도 안전대책을 요구했던 정부가 불과 2년 만에 전면허용으로 정책을 튼 것이다.
/사진제공=pixabay |
이처럼 단기간 내에 국제선 취항기준이 수시로 바뀌면서 K-LCC 초기진입자들의 혼란만 가중된 꼴이 되었다. 국토부는 당초 K-LCC업계 출범 초기인 2007년까지 특별히 국제선 취항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노선허가권으로 신규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을 미뤄왔다. 이 때문에 근거리 국제선 취항을 노리고 출범한 K-LCC들은 국제선 면허기준이 2년여 만에 3번이나 바뀐 국제선 취항기준에 불만을 터뜨렸다.
취항 기준으로 가장 빨랐던 부정기항공사 한성항공의 경우 2007년경 정부가 2년 2만 편 무사망사고 운항으로 국제선 면허기준을 정하겠다고 하자 항공기 추가 도입 등 준비를 서두르며 투자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2008년 7월 그 기준이 대폭 완화됨에 따라 투자 메리트가 완전 상실되면서 해외펀딩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급속히 자금난에 빠져들었고 2008년 10월18일 국내선에서조차 운항을 중단하고 날개를 꺾었다.
당시 K-LCC업계는 "'2년 2만 편 기준'에 따라 준비를 해오다가 2008년 7월 '1년 1만 편'으로 기준을 완화해 놓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자본금 기준으로 바꾼 것은 대기업 산하 항공사들만 유리한 정책"이라면서 "기준을 정하기 전에 참가자들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
크게 완화된 사업자별 등록기준과 함께 항공사 설립단계에서부터 국제 항공운송사업자로 면허를 받아 곧바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새로운 항공법에 따른 첫 수혜자는 에어프레미아였다. 에어프레미아는 10여년의 K-LCC 역사에서 전혀 다른 개념을 표방했다. 차별화 포인트는 LCC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근거리 노선이 아닌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라는 점이었다.
K-LCC 1세대 항공사들은 비록 국제선 취항이 처음부터 가능한 정기항공사 면허를 받았을지라도 2~3년의 국내선 운항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를 경험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취항을 막을 방침"이라며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취항허가를 내줄 경우 불의의 사고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K-LCC 첫 주자였던 제주항공은 국내선 운항 2년 1개월 만이었던 2008년 7월11일에야 국제선시대를 열수 있었다.
K-LCC 2세대가 열리고 대한항공이 만든 신생항공사 진에어는 처음부터 국내선 운항을 안하고 곧바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국제선 운항을 계획했지만 이 역시 국내선 운항 1년이라는 '의무기간'을 거쳐야 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했던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흑역사를 거쳐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국제선 직행은 K-LCC 역사에서 격세지감을 실감케 할 따름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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