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떠난 뒤 충격 27연패…42세 리빌딩 전문가, 여자배구 살릴까 “김연경 공백, 팀플레이로 메워야” [일문일답]
입력 : 2024.04.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방이동, 이후광 기자] 페르난도 모랄레스(우)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 backlight@osen.co.kr

[OSEN=방이동, 이후광 기자] 42세 젊은 사령탑은 김연경(흥국생명)이 없는 위기의 한국 여자배구를 살릴 수 있을까. 

대한배구협회는 2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 남녀 배구국가대표팀 신임 감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달 18일 남자대표팀 사령탑에 이시나예 라미레스(41·브라질) 현 파키스탄 대표팀, 여자대표팀 사령탑에 페르난도 모랄레스(42·푸에르토리코) 현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감독을 각각 선임했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과 다양한 리그에서 세터로 활약한 모랄레스 감독은 푸에르토리코 여자대표팀의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직후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로 인해 전력이 약화된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을 현재 세계랭킹 16위까지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 4승 3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미국,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지도 역량을 쌓으며 모랄레스 감독과 함께 푸에르토리코 여자대표팀을 지도한 지저스 에체베리아(39) 코치도 대표팀에 합류한다.

한국여자배구는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황금세대가 저문 뒤 끝없는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2년 연속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전패 수모를 당하며 2021년 3연패까지 더해 국제대회 27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로 승승장구했던 한국여자배구의 세계랭킹은 4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모랄레스가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다음은 모랄레스 감독의 위침 일문일답이다.

-대표팀 감독 부임 소감

이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다. 이 자리를 통해 기회를 주신 대한배구협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자리가 한국배구, 세계배구를 통틀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가 과거 좋은 성적을 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여름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가 된다. 

-감독 지원 동기는

한국 여자대표팀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때문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 메달 수상 이력이 있고, 올림픽 준결승에 두 번 진출한 저력이 있다. 한국이 다시 영광스러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조할 수 있을 거 같아 지원했다. 선수들의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그 자리로 돌아가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OSEN=방이동, 이후광 기자] 페르난도 모랄레스(우)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 backlight@osen.co.kr

-한국 여자배구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전술적, 전략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분명하다. 이미 그런 부분을 대표팀 소집과 함께 훈련을 시작한 상태다. 특정 부분에서 향상되는 것도 확인했다. 그밖에 배구 외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협업과 상부상조가 필요하다. 한국의 리그, 구단 모두 뛰어난 경제력을 기반으로 좋은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VNL 등 여러 높은 수준의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나아가려면 구단, 리그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는 목표 달성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소집과 함께 몇몇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과 체력저하를 호소했는데  

진천선수촌 입촌 이후 선수들의 정확한 몸 상태,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몇몇 선수들이 지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이에 이번 여름이 아니더라도 꼭 회복 잘해서 다음 시즌 꼭 올 수 있도록 면담을 실시했다. 지금 선수촌에 입촌한 16명은 최선 다해서 연습과 훈련에 매진 중이다.

-임기 내 목표는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 40위권인데 그보다 더 나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랭킹 상승과 함께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배구 외적으로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오고 싶은 대표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구체적인 훈련 방향은

국제대회에서 성공적으로 경기를 해내기 위해선 모든 공격 자원이 다 가용돼야 한다. 한 팀에서 혼자 40점 이상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고른 득점 분포를 목표로 하고 훈련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체격조건이 좋은 팀도 아니고 체력이 좋은 팀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낮고 빠른 공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블로킹이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루트를 쉽게 가져가기 위해 빠른 공격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대배구는 미들블로커에 양쪽 날개, 후위까지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 빠른 공격을 통해 예측을 어렵게 하는 게 목표다.

-V리그에서 뛰었던 아베크롬비와 한국배구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있나 

이전에 산타나도 한국에서 뛰어서 꽤 오래 전부터 V리그를 봐왔다. 아베크롬비는 V리그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더라.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아베크롬비가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한국은 시설 측면에서 좋은 연습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다. 훈련 강도, 훈련량, 선수들의 훈련 자세도 좋다고 하더라. 기대감을 갖고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개인이 아닌 나라를 대표하는 거라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대표팀에서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꼽자면

한 명을 꼽기는 어렵다. 최고참 박정아, 표승주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 교체되는 상황에서 최고참들의 도움이 없다면 리빌딩이 어렵다. 이들이 코트 밖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다인, 정지윤, 이다현은 현대건설 통합우승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좋은 기운을 훈련장에 가져오고, 팀의 긍정적 분위기 형성에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OSEN=수원, 최규한 기자] 세자르호가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도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9일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3주차 두 번째 경기서 세트 스코어 0-3(18-25, 18-25, 16-25)으로 패했다. 한국의 마지막 VNL 승리는 2021년 7월 14일 폴란드전이다. 이후 지난해 12전 전패를 비롯해 25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했다. 반면 손쉬운 셧아웃 승리를 거둔 도미니카공화국은 4승 6패가 됐다. 경기를 마치고 한국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06.29 / dreamer@osen.co.kr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해본 소감은

푸에르토리코 시절과 비교하자면 진천선수촌의 훈련 시설이 너무 좋다.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또 선수들의 기본기가 포지션 상관없이 뛰어나다. 개개인 모두 팀플레이를 할 수 있고, 기본기가 뛰어나 빠르게 습득한다. 새로운 배구와 시스템을 도입 중인데 뛰어난 기본기로 빠르게 배우고 있다.

-향후 V리그 여자부 구단들과의 소통 계획은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정관장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친선전을 가도 되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이를 통해 팀들과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 나는 구단, 선수의 역학관계 및 입장도 이해하고 있다. 부상 선수 차출과 관련한 이야기도 시작했다. 5월 3일 각 구단 감독들이 진전선수촌에 와서 훈련을 참관할 예정이다. 그날을 최대한 활용해서 감독님들과 빠르게 친해져보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대표팀과 구단이 윈윈하는 협업 관계를 잘 만들면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의 한국 여자배구를 어떻게 살릴 계획인가

김연경을 비롯한 황금세대 떠났고, 여자대표팀이 좋은 시즌을 보내지 못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세대교체에는 적응기, 과도기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미 제법 많은 시간 과도기를 거쳐 왔다. 과도기를 잘 버텨냈고, 이제 세대교체를 본격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김연경 같은 한 선수가 아닌 팀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세대교체를 할 당시 아베크롬비라는 특출난 선수가 있었지만 그 없이 한 경기도 있었다. 스타플레이어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채우면 좋은 세대교체 가능할 것이다.

-지도자로서의 장점을 어필한다면

가장 큰 장점은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왔다. 좋은 팀 분위기는 좋은 관계에서 비롯됐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는지 알고 있다. 이제 의사소통을 통해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은 항상 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세대교체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 부담이 이 직업이 가진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부담을 도전과제로 받아들일 것이고, 내가 나아지면 팀이 나아질 것이다. 

-연령별 대표팀과의 협업 계획도 듣고 싶다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관이 많아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 한국배구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린 선수들과 많이 훈련해야 한다. 다른 연령별 대표팀과도 일해보고 싶다. 친선전도 계획 중이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일하면 세대교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backlight@osen.co.kr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 대한배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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