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혜림 기자]
영풍의 환경개선 충당부채 '과소계상'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을 환경개선에 투자한다는 영풍 주장과 달리 환경개선 투자금을 미리 비용으로 설정하는 '환경개선 충당부채' 적립액이 지난해 300억원대에 그쳤다.
충당부채를 쌓아두고 실제 집행조차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쓴 금액은 작년 390억원, 연평균으로는 23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말로만 환경 개선을 강조하는 영풍이 과연 토양정화명령, 연내 통합환경허가 조건 이행 등의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이 환경개선 충당부채로 쌓은 금액은 390억원에 불과했다. 2023년 적립액 853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54.2%(463억원) 줄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오염물질 반출을 염두에 두고 충당부채를 늘린 규모가 349억원을 기록했다. 토지정화 충당부채 증가분이 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변하천 복구 목적의 충당부채 적립액은 9076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지하수정화 충당부채 증가액은 '제로(0)'였다. 과거 낙동강에 카드뮴을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수질오염으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지하수정화 충당부채를 추가로 쌓아두지 않은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이 외부에 공표하는 환경개선 투자액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재무제표상 '충당부채' 항목이 유일하다. 충당부채는 지출하는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출 자체는 확실한 비용을 미리 추산해 쌓아놓은 부채를 뜻한다. 충당부채를 적립하는 만큼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충당부채 적립액은 환경개선에 얼마나 지출했는가를 확인하는 바로미터다.
지난해 3분기 영풍의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과 견줘 적자 전환했다. 당시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환경개선 사업을 지목하면서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0년부터 영풍은 토지 정화, 주변하천 복구, 오염물질 반출, 지하수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부채로 쌓기 시작했다. 연간 환경개선 충당부채 적립액은 △2020년 609억원 △2021년 806억원 △2022년 1036억원 △2023년 853억원 △2024년 390억원으로 합산하면 총 3694억원이다. 연평균 환산액은 739억원으로 해마다 1000억원 넘게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한다는 영풍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환경개선 충당부채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촉발됐다. 2024년 들어 9월 말까지 설정한 충당부채가 단 '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주변하천 복구에 필요한 비용으로 쌓은 것이 전부였고 토지정화, 반출, 지하수 정화에 대해서는 충당부채를 적립하지 않았다.
앞서 환경개선 충당부채 과소계상 의혹이 불거지자 영풍은 지난해 11월 "매년 충당금으로 설정한 비용 외에도 투자 및 비용, 운영비 등을 통해 약 1000억원을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존에 구축한 설비인 무방류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투입되는 비용도 투자금으로 분류한 점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있다. 일반적으로 정화, 복구 등에 자금을 투입한 경우 재무제표상 충당부채 사용(환입)으로 인식한다. 영풍은 첫 환경개선 충당부채 설정 이듬해인 2021년부터 사용에 나섰다.
지난해의 경우 토지정화 충당부채 249억원, 반출 충당부채 123억원, 지하수 정화 충당부채 14억원 등 386억원을 사용했다. 최근 4년간 누적으로 쓴 금액이 1148억원으로 연평균 287억원에 그치면서 환경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소극적으로 집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풍의 환경분야 투자가 부실한 탓에 일각에서는 당국이 석포제련소를 겨냥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6월 말까지 토양정화명령을 이행해야 하지만 토양정화 이행률이 미흡한 실정이다.
경북 봉화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토양정화 대상 부지 기준으로 완료율은 1공장 10%대, 2공장 1%에 그쳤다. 토량(흙의 양) 기준으로도 1공장은 50%, 2공장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기한 내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봉화군청이 토양환경보전법에 의거해 고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환경허가(환경오염시설 허가) 조건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부담도 남아 있다. 2022년 당시 환경부가 허가를 내주며 부여한 조건 103개 가운데 23%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완료 시한은 올해까지로 시민사회와 업계에서는 영풍의 통합환경허가 조건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58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에 이어 황산가스감지기를 꺼놓은 상태에서 조업한 위법사실이 드러나 10일간 추가 조업정지 처분을 받는 타격도 입었다.
재가동 준비기간까지 감안하면 최대 4개월간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적과 투자 모두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석포제련소 폐쇄 또는 타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주장까지 나오는 만큼 환경오염 개선 미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환경개선 충당부채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의심하고 있다"며 "영풍은 억울해할 게 아니라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왜 적게 쌓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밝힌 대로 환경개선 설비를 운영하는 비용까지 투자금으로 본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림 기자 khr073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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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
충당부채를 쌓아두고 실제 집행조차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쓴 금액은 작년 390억원, 연평균으로는 23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말로만 환경 개선을 강조하는 영풍이 과연 토양정화명령, 연내 통합환경허가 조건 이행 등의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이 환경개선 충당부채로 쌓은 금액은 390억원에 불과했다. 2023년 적립액 853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54.2%(463억원) 줄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오염물질 반출을 염두에 두고 충당부채를 늘린 규모가 349억원을 기록했다. 토지정화 충당부채 증가분이 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변하천 복구 목적의 충당부채 적립액은 9076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지하수정화 충당부채 증가액은 '제로(0)'였다. 과거 낙동강에 카드뮴을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수질오염으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지하수정화 충당부채를 추가로 쌓아두지 않은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이 외부에 공표하는 환경개선 투자액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재무제표상 '충당부채' 항목이 유일하다. 충당부채는 지출하는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출 자체는 확실한 비용을 미리 추산해 쌓아놓은 부채를 뜻한다. 충당부채를 적립하는 만큼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충당부채 적립액은 환경개선에 얼마나 지출했는가를 확인하는 바로미터다.
지난해 3분기 영풍의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과 견줘 적자 전환했다. 당시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환경개선 사업을 지목하면서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0년부터 영풍은 토지 정화, 주변하천 복구, 오염물질 반출, 지하수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부채로 쌓기 시작했다. 연간 환경개선 충당부채 적립액은 △2020년 609억원 △2021년 806억원 △2022년 1036억원 △2023년 853억원 △2024년 390억원으로 합산하면 총 3694억원이다. 연평균 환산액은 739억원으로 해마다 1000억원 넘게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한다는 영풍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환경개선 충당부채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촉발됐다. 2024년 들어 9월 말까지 설정한 충당부채가 단 '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주변하천 복구에 필요한 비용으로 쌓은 것이 전부였고 토지정화, 반출, 지하수 정화에 대해서는 충당부채를 적립하지 않았다.
앞서 환경개선 충당부채 과소계상 의혹이 불거지자 영풍은 지난해 11월 "매년 충당금으로 설정한 비용 외에도 투자 및 비용, 운영비 등을 통해 약 1000억원을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존에 구축한 설비인 무방류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투입되는 비용도 투자금으로 분류한 점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있다. 일반적으로 정화, 복구 등에 자금을 투입한 경우 재무제표상 충당부채 사용(환입)으로 인식한다. 영풍은 첫 환경개선 충당부채 설정 이듬해인 2021년부터 사용에 나섰다.
지난해의 경우 토지정화 충당부채 249억원, 반출 충당부채 123억원, 지하수 정화 충당부채 14억원 등 386억원을 사용했다. 최근 4년간 누적으로 쓴 금액이 1148억원으로 연평균 287억원에 그치면서 환경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소극적으로 집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풍의 환경분야 투자가 부실한 탓에 일각에서는 당국이 석포제련소를 겨냥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6월 말까지 토양정화명령을 이행해야 하지만 토양정화 이행률이 미흡한 실정이다.
경북 봉화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토양정화 대상 부지 기준으로 완료율은 1공장 10%대, 2공장 1%에 그쳤다. 토량(흙의 양) 기준으로도 1공장은 50%, 2공장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기한 내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봉화군청이 토양환경보전법에 의거해 고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환경허가(환경오염시설 허가) 조건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부담도 남아 있다. 2022년 당시 환경부가 허가를 내주며 부여한 조건 103개 가운데 23%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완료 시한은 올해까지로 시민사회와 업계에서는 영풍의 통합환경허가 조건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58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에 이어 황산가스감지기를 꺼놓은 상태에서 조업한 위법사실이 드러나 10일간 추가 조업정지 처분을 받는 타격도 입었다.
재가동 준비기간까지 감안하면 최대 4개월간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적과 투자 모두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석포제련소 폐쇄 또는 타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주장까지 나오는 만큼 환경오염 개선 미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환경개선 충당부채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의심하고 있다"며 "영풍은 억울해할 게 아니라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왜 적게 쌓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밝힌 대로 환경개선 설비를 운영하는 비용까지 투자금으로 본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림 기자 khr073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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