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인터뷰] 파브레가스, ''바르사 플레이에 방해된다고 느꼈다''
입력 : 2012.01.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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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처음 왔을 때 동료를 방해하는 느낌 들었다"
"박주영, 칼링컵에서 잘하면 리그 출전 기회가 생긴다"
"박지성은 스페인 라리가에서도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선수다"


[스포탈코리아] 어느새 '거너스'의 주장 완장을 찬 세스크 파브레가스(24)의 모습은 잊혀졌다. 아스널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에 앞서 '카탈루냐의 아들'이었던 파브레가스는 아스널에서 보낸 힘겨운 무관의 시간을 지나 FC 바르셀로나의 '우승행진'에 합류했다.

FC 바르셀로나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영입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뜻은 확고했다. 아스널에 기꺼이 4,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지급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이제 누구도 파브레가스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벌써 14골을 기록했고, 하루하루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바르셀로나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델보스케 감독 역시 환영하고 있다. 델보스케 감독은 올 시즌 파브레가스의 환상적인 경기력을 주목하고 있으며, 다가올 유로2012 대회 본선에서 그를 선발 선수로 기용하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스포탈코리아'는 2012년을 맞아 또 한 명의 특급 스타 파브레가스와 독점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브레가스의 입을 통해 아스널과 바르셀로나의 공통점과 차이점, 전 소속팀 아스널에서 활동 중인 박주영의 적응 문제,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수차례 경합한 박지성과의 후일담을 직접 들었다.

-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 아스널로 떠났던 건가요?
(하하하) 얼마나 지난 일인데요!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변했어요. 그때 전 16살이었고 정말 어렸죠. 바르셀로나 1군 팀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당시는 지금이랑 달랐거든요. (편집자 주: 지금의 바르셀로나보다 유소년 선수의 1군 진입률이 낮았다.) 아스널이 제게 강하게 대시해왔죠. 특히 벵거 감독의 제안에 설득됐어요. 부모님께서도 제가 런던에 가서 사는 것을 허락하셨죠. 축구 선수 경력에서 16살부터 20살 사이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해요. 이 시기에 좋은 선수가 될지, 아니면 위대한 선수가 될지가 가려지죠.



- 잉글랜드에서 어떤 걸 배웠나요?
어휴, 정말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인생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강행군 하는 날들을 보내며 성숙해졌죠. 함께 사는 법과 불편한 상황,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고요. 이런 일들이 저를 어엿한 성인으로 만들어줬어요. 축구적인 면에서는 잉글랜드의 투쟁심을 갖추게 됐죠.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일은 스페인보다 정신없고 분주해요. 스페인은 규율이나 전술, 터치와 플레이를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죠. 잉글랜드에서는 경기장 위에서 포지션을 지키는 것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팬들은 자신의 팀이 후퇴하거나 소심한 전술을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죠.

- 그런데 아스널을 떠난 이유가 뭔가요? 팀의 주장인데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접받고 있었잖아요.
제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던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죠. 아스널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에 네 개의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어요. 칼링컵과 FA컵,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잘하고 있었죠. 하지만 결국에는 무관에 그쳤어요. 하지만 전에도 우승하지 못했었죠.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 바르셀로나에서 관심을 보였어요. 바르사로 떠날지 아스널에 남을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했죠. 돈이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 떠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에요. 유일한 동기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였죠. 그 외에 다른 옵션을 절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돌아가야 할 순간이었고, 정신적으로도 제가 가장 잘 준비된 순간이었어요.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었죠.

- 잉글랜드에서 활동하면서 박지성 선수와 자주 마주쳤죠? 그의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요? 라리가 무대에서나 바르셀로나에 와도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잉글랜드라는 무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역사적인 클럽에서 큰 공적을 세우고 있는 선수예요. 요구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함께 일하고 있고요. 이 모든 것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에요. 그는 두 가지 능력이 다른 선수들 보다 뛰어나요. 지치지 않고 헌신하는 선수인데다 문전 위험 지역에서 볼을 컨트롤하고 득점 상황을 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맨체스터에서 성장한 선수라면 스페인 라리가에서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죠.



- 베테랑 선수만큼 경험을 쌓았지만, 나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축구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축구를 하는 것에 지쳤다고 느껴본 적은 없어요. 제 꿈은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었고,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죠. 전 이제 제 축구 인생 최고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축구 선수는 26살이나 27살 때쯤 돼서야 성숙해졌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들 하죠. 전 이번 5월에야 25살이 돼요.

- 피케와 푸욜은 당신이 돌아온 것을 가족들만큼이나 기뻐하는 것 같아요. 떨어질 수 없는 삼총사 같던데요?
그래요. 우리 셋의 관계가 정말 특별한 것이 사실이에요. 피케와 전 겨우 3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요. 피케는 1987년 2월에 태어났고 전 5월생이니까요. 푸욜은 운동 세계에서 볼 때 제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9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서로 정말 좋아해요. 서로 많은 것을 가르치고 배우고 축구적인 면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죠. 마드리드에서 월드컵 우승 기념행사를 하던 때 제게 했던 장난들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절 뒤에서 붙잡고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혔죠. 제게 정말 즐거웠던 순간이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죠.

- 아스널과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과 콘셉트가 비슷한가요?
어느 정도는 그래요. 제가 축구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이었죠. 아름다운 축구에 대한 의지를 주입해주었어요. 상대 팀의 경향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축구를 구사하자는 인식을 하게 해줬죠. 게다가 벵거와 과르디올라 모두 어린 선수들에게 완전히 믿음을 주는 분들이에요. 감사해야 할 부분이죠.

- 아스널에는 등번호 9번 선수에 대한 저주가 있어요. 지금 아스널의 9번은 한국 선수 박주영이 달고 있는 데 알고 있나요?
그를 거의 보지 못했어요. 박주영이 입단했을 때 전 바로 팀을 떠났기 때문에 함께 훈련하지도 뛰어보지도 못했죠. 칼링컵에서 출전 기회를 잡았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요. 잉글랜드 리그가 좋은 점은 치러야 할 대회가 많다는 점이죠. 감독이 많은 시험을 해볼 수 있거든요. 칼링컵은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고 감독에게 실력을 입증하고 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기회예요. 칼링컵에서 활약한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칼링컵에서 많은 경기를 뛰어봤기 때문에 애정을 갖고 있는 대회예요.

- 어린 시절에 우상이 누구였어요?
펩 과르디올라요. 그래서 지금 모든 것들이 꿈을 이룬 것이죠. 제가 유소년 선수 시절에 선수로 계셨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사인해준 유니폼은 지금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어요.

- 팀을 일찍 떠나기는 했지만, 알렉시스 등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라마시아 출신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고 느끼나요?
그런 면이 있어요. 하지만 축구는 보편적입니다. 지금 우리 팀은 하나의 기계처럼 정밀해요.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요. 사람들이나 언론에서는 저의 득점력을 주목하지만 전 완벽주의자이고 야망이 큽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욕심이 있어요. 특히 수비적인 수준을 높이고 싶어요. 전 지금까지 우리 팀처럼 공수 전환 과정에 집중하는 팀을 본 적이 없어요.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것 역시 그만큼 어려운 일이죠. 이곳에 왔을 때 제가 조금은 동료를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 기억하겠지만 지난 여름에 언론에서는 큰 논쟁이 있었어요. 바르셀로나 선수단에 이미 티아고가 있는데 4,000만 유로나 들여서 당신을 데려오는 것이 낭비가 아닌가 하는 문제로요. 이제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모든 의견은 존중받아야 해요. 전 겸손한 사람이고 항상 모든 동료 선수들에게 최고의 존중심을 가지고 대합니다. 제가 누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도, 못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제가 바르셀로나에 온 것은 티아고나 차비, 이니에스타와 비교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이 팀에 와서 모래알 하나 정도 만큼은 도움이 됐다고 봐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자신감을 느끼고 있고 감독님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이죠. 그러면 모든 것이 쉬워져요.

- 몇 년 전에 당신이 아스널에서 뛰던 시절에도 논쟁이 있었죠. 스페인 대표팀에서 당신과 차비의 공존이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다른 일이지만 역시 같은 얘기죠. 유로2008 대회 당시 러시아와의 준결승전에서 비야가 불운한 부상을 당하자 아라고네스 감독님은 저와 차비를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함께 선발로 출전시켰어요. 그리고 아무런 나쁜 일도 없었죠. 전 훌륭한 선수들은 언제나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을 지지해요. 차비 역시 자주 그런 의미의 농담을 제게 하곤 합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전 종종 그때 서로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곤 해요.

- 주위에서 차비의 후계자라고 말하는데요?
차비가 은퇴하길 바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하하하)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일이에요. 거듭 말하지만 전 누군가를 은퇴시키거나 경쟁하기 위해서 바르셀로나에 온 것이 아닙니다. 전 이곳에서 즐기고 가능한 모든 대회의 우승을 이루기 위해 왔어요.

- 메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의 옆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죠. 메시는 천재예요. 그의 1분 1초를 즐겨야 하죠.



- 올 시즌에는 거의 여태까지는 많이 뛰지 않았던 포지션에서 뛰고 있죠. 사람들은 '가짜 공격수'라고 말하는 데 그 포지션이 편한가요?
정말 엄청나게 즐기고 있어요. 많은 골을 넣고 있을 뿐 아니라 하루하루 점점 더 편해지고 있어요.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축구를 이해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점도 많이 있죠. 모든 선수가 화려하게 콤비네이션을 이루고 있고 환상적인 수준의 축구를 구사하고 있어요. 이미 대표팀에서 많은 시간 동안 차비, 이니에스타와 함께 뛰고 있습니다. 절 이해해주고 동시에 우리 모두 세밀함을 갖고 있어서 특별한 플레이를 만들어 내고 있죠.

-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도 그랬지만 헤딩으로도 골을 넣고 있어요.
제 헤딩 능력은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보다 공중전에 가담하는 공간이 많아졌죠. 바르셀로나에선 아까도 말했지만, 예전보다 전진해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너킥 상황이나 동료 선수들이 배후에서 볼을 넘겨 줄 때 헤딩을 해야 하죠. 베르나베우에서의 헤딩골은 제겐 아주 특별해요. 상당한 가치를 갖는 골이었어요.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으로 베르나베우에서 뛴 적이 있고, 티에리 앙리의 골로 승리했던 아스널 시절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때도 와봤지만,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는 경기 해보지 못했거든요. 수페르코파 대회 당시에는 소집 명단에 들지 못했었죠.

- 1월에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레이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커요. 팬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경기가 되겠죠?
좋아요. 하지만 우리는 먼저 오사수나를 꺾고 레알 마드리드 역시 말라가를 넘어야 하죠. 두 팀 모두 해낸다면 8강전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치게 되겠죠. 격정적인 대결이 될 겁니다. 캄노우에서도 경기를 하게 되겠죠. 몹시 어려운 경기가 되리라고 확신해요.

- 대표팀 이야기를 잠깐 해보죠. 클럽 월드컵에서 비야가 크게 다쳤어요. 어떻게 그를 격려하고 있나요? 유로2012 본선 대회 전에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힘을 내고 있어요. 다치고 난 뒤에는 오직 대회 전까지 회복하는 일만 생각하고 있죠. 의료진은 그가 대회에 출전한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우리가 모두 바라고 있는 바죠. 돌아오자마자 그가 있는 병원을 찾아갔고 그에게 우승컵을 안겼어요. 정말 고마워하더라고요. 비야는 바르셀로나 선수단에서 정말 사랑받는 선수예요. 즐거움을 전염시키는 선수죠. 모두가 그를 돕고 그가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있어요.

- 이미 유로 대회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입니다. 하지만 델보스케 감독의 스페인 대표팀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는 못했어요. 유로2012 대회에서 선발 선수로 나설 수 있을 거로 생각하나요?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주전이 되고 제힘으로 선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거에요. 하지만 아직 유로 대회의 개막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죠. 만약 델보스케 감독이 믿음을 주신다면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결정권은 감독님에게 달렸죠. 바르셀로나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대표팀에서도 똑같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걸로 생각해요.

- 예전에는 세스크(Cesc)를 등에 새겼는데 언젠가부터 파브레가스(Fabregas)로 바꿔서 달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잉글랜드에선 성을 부르는 게 전통적이죠. 대표팀에 왔을 때 독일 월드컵에서는 세스크를 등에 새겼는데 운이 좋지 않았어요. 제 첫 메이저 대회 본선이었는 데 프랑스에 패하고 탈락하면서 큰 좌절감을 느꼈죠. 오스트리아에서 치른 유로2012 대회 때 아스널에서처럼 파브레가스로 마킹을 바꿨어요. 그때는 운이 좋았고 그 이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겔 앙헬 디아스(스페인 '라디오 마르카' 기자, '스페인 대표팀의 비밀' 저자)
번역/정리= 한준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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