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정규시즌 7위 (71승 72패 1무 승률 0.497)
[스포탈코리아]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인생을 야구 혹은 시즌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어떨까? 아마 KBO 어느 팀에게나 통용되는 말로 바뀔 것 같다. 특히 올해 롯데 자이언츠만큼 이 단어와 어울리는 팀은 또 없다.
성적만 놓고 보면 성장드라마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즌 압도적 꼴찌를 기록했던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렸다. 선수단의 성적으로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투수진은 무려 WAR 19.33을 기록하며 리그 2위에, 타선은 WAR 19.84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각각 8위와 10위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결과적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투타 성적에 비해 아쉬운 순위표를 받아 들었으나, 2019시즌에 바닥을 쳤던 기대치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러나 성장에는 성장통도 따르는 법이다. 롯데는 시즌 시작 전부터 각종 논란을 양산했다. 감독, 단장, 사장 모두 바뀐 탓인지 세 명의 합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선수단에서도 사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냈다.
두둥등장
2020년 롯데의 핵심 키워드는 ‘새로운 얼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이 부임해서 맞는 첫 시즌이었으며, 그 뒤로 허문회 감독과 이석환 대표이사가 새롭게 부임했다. 등장은 화려했다. 롯데라는 인기팀의 대대적인 변화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성민규 단장은 이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방송 전파를 타고 지면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군 감독으로 래리 서튼, 1군 타격코치로 라이언 롱을 선임하는 등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일했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외국인 인재들을 적극 등용했다.
허문회 감독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9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키움 히어로즈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기대감이 높았다. 허문회 감독과 함께 키움 출신으로 노병오 코치와 윤윤덕 코치가 각각 투수코치, 퀄리티 컨트롤 코치로 부임했다. 이러한 인사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미 KBO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키움과 육성 및 지도에 선진화된 미국 야구의 접목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선수단 역시 많이 개편되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국인 선수였다. 롯데는 기존에 있던 모든 외국인 선수단과 작별했다. 2019시즌 투수 한 자리와 타자 한 자리는 각각 대체선수들을 구했기에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을 롯데에서 함께 한 브룩스 레일리의 이탈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롯데는 그 세 자리를 투수 댄 스트레일리, 아드리안 샘슨, 유격수 딕슨 마차도로 채웠다. 스트레일리와 마차도의 활약은 단일시즌만 놓고 보면 롯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활약 중 하나였다. 스트레일리는 KBO 타자들을 압도했고 마차도는 엄청난 수비력을 앞세워 필드 위를 튼튼히 지켰다. 반면 샘슨은 팀에서 두 차례나 이탈했고 성적도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도 팀에는 여러 얼굴들이 등장했다. 지난 몇 년간의 포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한화로부터 지성준을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로 SK에서 발빠른 외야수 최민재를 데려왔다. 또한 마차도 영입으로 쓰임새가 적어진 전병우를 키움으로 보내면서 좌타 외야수인 추재현을 영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움직임은 바로 전 KIA 2루수 안치홍의 FA 영입이었다. 롯데는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마차도-안치홍으로 이어지는 키스톤콤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만 걱정거리도 존재했다. 2019년 안치홍이 보여줬던 2루 수비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사실 전 소속팀에서 1루 전향까지 고려했던 선수에게 다시 2년 동안 2루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어느 정도 도박수였다.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역동적인 시작을 알렸던 롯데의 시즌 중 과정 역시 다른 의미로 다이나믹했다. 롯데는 베테랑 외야수 전준우와 4년 FA 계약을 맺으며 그를 1루로 기용할 계획을 밝혔다. 외야에는 민병헌을 좌익수로, 고승민과 강로한을 중견수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고승민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 뒤로 고승민은 2군 경기를 소화하다가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 외국인 투수 샘슨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샘슨이 개막전을 앞두고 급하게 출국했다. 코로나로 인해 2주 동안의 자가격리까지 이뤄져야 하는 시즌에서 팀에 큰 타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샘슨은 시즌 준비가 한창일 때 제대로 몸을 준비하지 못했고, 입국하고 나서도 2주 동안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에도 안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주전 포수로 기용하기 위해 데려왔던 지성준마저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이탈하게 된 것이다. 롯데는 그에게 무기한 경기 제외 징계를, KBO는 그에게 7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리며 사실상 지성준은 시즌아웃이 됐다.
무엇보다 웃지 못할 소동은 프런트 오피스와 현장 간의 갈등이었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사이의 불화설을 기자들이 제기하자 신임 대표이사가 이를 인정해버린 것이다. 물론 어느 집단에서나 있는 가벼운 충돌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흔하지 않을 뿐더러, 하더라도 부정하는 것이 보통이란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런 보도가 나간 뒤에도 둘 사이의 갈등은 멈추지 않은 듯 보였다. 시즌 말미 롯데에서 진행된 웨이버 공시에 대해 허문회 감독이 “언론을 통해 알았다. 정보 고맙다.”라는 말을 하며 이런 논란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부은 것이다.
몰러유
야구 내적인 부분에서 이번 롯데의 시즌은 예측 불가능한 시즌이었다. 특히 타격에서는 늘 상수로 여겼던 민병헌의 부진이 뼈아팠다. 안치홍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타격에서 안정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난 4년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반전 역시 존재했다. 특히 선수 경력 동안 주로 백업으로 뛰었던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민병헌과 안치홍이 부상 및 부진으로 이탈하는 동안 정훈과 오윤석이 그 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수비 역시 두 얼굴을 보였다. 마차도의 영입으로 내야 수비가 보다 단단해졌고, 포수 수비도 김준태와 정보근이 큰 성장세를 보이며 안정적으로 투수들을 리드했다. 그러나 전준우-민병헌-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 수비 라인은 지난 시즌에 비해 나아질 여지가 없었다. 베테랑들로 꾸려진 만큼 운동능력 감소는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지난 시즌에도 10위에 그쳤던탯티즈 외야 수비 WAA(포지션 보정)는 여전히 9위에 머물렀다.
선발투수진은 스트레일리의 가세로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샘슨이 부진했지만 3, 4선발 박세웅과 노경은이 자신의 몫을 다했다. 시즌 중반에 머리에 타구를 맞으며 부상을 당했던 이승헌이 시즌 후반부에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5선발 서준원의 자리를 꿰찼다.
구원투수들의 활약 역시 2019시즌에 비해 돋보였다. 마무리투수로 전향한 김원중이 자신의 구위를 뽐냈고,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구원투수 구승민 역시 좋은 투구를 펼쳤다. 또한 시즌 중에 콜업이 되어 1군에 합류한 최준용 역시 훌륭한 공을 던지며 미래 투수진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시즌이 거듭됨에 따라 핵심 필승조 투수들의 힘이 떨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시즌 MVP (Most Valuable player) – 댄 스트레일리
15승 4패 194.2이닝 평균자책2.50 205탈삼진 51볼넷
롯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선수라면 댄 스트레일리를 꼽을 수 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탈삼진 능력과 함께 이닝 소화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스트레일리가 기록한 탈삼진 205개는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스트레일리는 이닝도 194.2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전체 3위를 기록했다.
2019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내줬던 홈런 개수와 작은 홈구장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공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압도적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KBO 타자들에게 헛스윙을 유도해냈고, 박세웅에게 배운 커브로 카운트를 잡기도 하는 등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시즌 MIP (Most Improved Player) – 한동희
531타석 17홈런 57볼넷 97삼진 0.278/0.361/0.436
이번 시즌 롯데가 지난 시즌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량이 향상된 선수가 많았다는 의미이다. 야수들 중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정훈, 오윤석, 김준태가, 투수들 중에서는 김원중, 이승헌, 최준용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 중 누구를 뽑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한동희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긴 어려웠다.
사실 한동희의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시즌 전 포지션 경쟁자로 꼽히던 전병우가 키움으로 트레이드되며 3루를 꿰찰 듯 보였지만, 6월까지 OPS 0.621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 때문인지 6월에는 선발로 나서는 횟수가 줄어들어 14경기만을 선발로 뛰었다.
그러나 역전 드라마는 7월에 펼쳐졌다. 7월에만 홈런을 7개 몰아치며 다시 주전자리를 꿰찬 것이다. 비록 8, 9월 홈런은 2개에 그쳤지만 OPS는 유지했고, 10월에는 다시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고교시절 자신을 향한 높은 평가를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시즌 LVP (Least Valuable Player) – 민병헌
342타석 2홈런 21볼넷 62삼진 0.233/0.291/0.291
이번 시즌 가장 아쉬운 활약을 펼친 롯데 선수를 뽑으라면 민병헌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민병헌의 자리를 정훈이 충분히 채우기는 했지만, 이것은 롯데가 시즌 전부터 바라던 그림은 아니었다. 게다가 롯데의 포스트시즌이 좌절됐던 이유를 굳이 꼽는다면 투수보다는 타선에 가까웠기 때문에 민병헌의 부진은 더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적신호는 모든 부분에서 들어왔다. 최근 8시즌 동안 한 시즌을 제외하면 14.2% 이하에 머물렀던 삼진율이 이번 시즌에는 18.1%까지 치솟았다. 또한 볼넷 비율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최하인 6%에 머무르며 타석 어프로치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와 함께 순장타율도 겨우 0.058에 그치며 평소의 반토막도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1시즌, 알려 좀 주쇼
롯데의 2021시즌은 2020시즌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타선 측면에서의 반등은 많은 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치홍과 민병헌이 기대치에 걸맞은 부활을 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롯데는 빈약한 야수 뎁스에도 불구하고 2021 드래프트에서 야수 가운데 손성빈, 나승엽만을 지명하며 투수 위주의 전략을 선보였다. 결국 야수 쪽에서 반등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 부진했던 민병헌과 안치홍의 반등이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만약 돌아온다면), 손아섭, 전준우, 정훈과 같은 선수들은 적지 않은 나이로 언제든 성적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오윤석, 한동희, 김준태와 같은 선수들의 성적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요소는 마차도의 재계약으로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자리를 다시 한번 잘 메웠단 점이다.
반면 2020시즌에도 전체 2위에 빛나던 투수진은 더욱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스트레일리와의 재계약이 확정되며 에이스를 다시 품에 안았고, 부진했던 샘슨을 대체할 선수로 빠른 속구를 던지는 엔더슨 프랑코와의 계약을 속결로 맺었다. 상술했듯 드래프트에서도 투수 위주로 뽑아 뎁스는 더더욱 튼튼해졌다. 특히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김진욱의 가세에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다.
그동안 프로세스를 강조해온 성민규 단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2021시즌에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과연 2020시즌의 프로세스는 2021시즌 우승을 위해 충실히 진행됐을까? 그 답은 1년 뒤 이맘때 공개 예정이다.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상인
기록 출처=스탯티즈
[스포탈코리아]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인생을 야구 혹은 시즌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어떨까? 아마 KBO 어느 팀에게나 통용되는 말로 바뀔 것 같다. 특히 올해 롯데 자이언츠만큼 이 단어와 어울리는 팀은 또 없다.
성적만 놓고 보면 성장드라마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즌 압도적 꼴찌를 기록했던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렸다. 선수단의 성적으로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투수진은 무려 WAR 19.33을 기록하며 리그 2위에, 타선은 WAR 19.84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각각 8위와 10위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결과적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투타 성적에 비해 아쉬운 순위표를 받아 들었으나, 2019시즌에 바닥을 쳤던 기대치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러나 성장에는 성장통도 따르는 법이다. 롯데는 시즌 시작 전부터 각종 논란을 양산했다. 감독, 단장, 사장 모두 바뀐 탓인지 세 명의 합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선수단에서도 사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냈다.
두둥등장
2020년 롯데의 핵심 키워드는 ‘새로운 얼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이 부임해서 맞는 첫 시즌이었으며, 그 뒤로 허문회 감독과 이석환 대표이사가 새롭게 부임했다. 등장은 화려했다. 롯데라는 인기팀의 대대적인 변화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성민규 단장은 이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방송 전파를 타고 지면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군 감독으로 래리 서튼, 1군 타격코치로 라이언 롱을 선임하는 등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일했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외국인 인재들을 적극 등용했다.
허문회 감독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9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키움 히어로즈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기대감이 높았다. 허문회 감독과 함께 키움 출신으로 노병오 코치와 윤윤덕 코치가 각각 투수코치, 퀄리티 컨트롤 코치로 부임했다. 이러한 인사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미 KBO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키움과 육성 및 지도에 선진화된 미국 야구의 접목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선수단 역시 많이 개편되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국인 선수였다. 롯데는 기존에 있던 모든 외국인 선수단과 작별했다. 2019시즌 투수 한 자리와 타자 한 자리는 각각 대체선수들을 구했기에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을 롯데에서 함께 한 브룩스 레일리의 이탈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롯데는 그 세 자리를 투수 댄 스트레일리, 아드리안 샘슨, 유격수 딕슨 마차도로 채웠다. 스트레일리와 마차도의 활약은 단일시즌만 놓고 보면 롯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활약 중 하나였다. 스트레일리는 KBO 타자들을 압도했고 마차도는 엄청난 수비력을 앞세워 필드 위를 튼튼히 지켰다. 반면 샘슨은 팀에서 두 차례나 이탈했고 성적도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도 팀에는 여러 얼굴들이 등장했다. 지난 몇 년간의 포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한화로부터 지성준을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로 SK에서 발빠른 외야수 최민재를 데려왔다. 또한 마차도 영입으로 쓰임새가 적어진 전병우를 키움으로 보내면서 좌타 외야수인 추재현을 영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움직임은 바로 전 KIA 2루수 안치홍의 FA 영입이었다. 롯데는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마차도-안치홍으로 이어지는 키스톤콤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만 걱정거리도 존재했다. 2019년 안치홍이 보여줬던 2루 수비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사실 전 소속팀에서 1루 전향까지 고려했던 선수에게 다시 2년 동안 2루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어느 정도 도박수였다.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역동적인 시작을 알렸던 롯데의 시즌 중 과정 역시 다른 의미로 다이나믹했다. 롯데는 베테랑 외야수 전준우와 4년 FA 계약을 맺으며 그를 1루로 기용할 계획을 밝혔다. 외야에는 민병헌을 좌익수로, 고승민과 강로한을 중견수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고승민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 뒤로 고승민은 2군 경기를 소화하다가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 외국인 투수 샘슨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샘슨이 개막전을 앞두고 급하게 출국했다. 코로나로 인해 2주 동안의 자가격리까지 이뤄져야 하는 시즌에서 팀에 큰 타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샘슨은 시즌 준비가 한창일 때 제대로 몸을 준비하지 못했고, 입국하고 나서도 2주 동안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에도 안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주전 포수로 기용하기 위해 데려왔던 지성준마저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이탈하게 된 것이다. 롯데는 그에게 무기한 경기 제외 징계를, KBO는 그에게 7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리며 사실상 지성준은 시즌아웃이 됐다.
무엇보다 웃지 못할 소동은 프런트 오피스와 현장 간의 갈등이었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사이의 불화설을 기자들이 제기하자 신임 대표이사가 이를 인정해버린 것이다. 물론 어느 집단에서나 있는 가벼운 충돌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흔하지 않을 뿐더러, 하더라도 부정하는 것이 보통이란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런 보도가 나간 뒤에도 둘 사이의 갈등은 멈추지 않은 듯 보였다. 시즌 말미 롯데에서 진행된 웨이버 공시에 대해 허문회 감독이 “언론을 통해 알았다. 정보 고맙다.”라는 말을 하며 이런 논란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부은 것이다.
몰러유
야구 내적인 부분에서 이번 롯데의 시즌은 예측 불가능한 시즌이었다. 특히 타격에서는 늘 상수로 여겼던 민병헌의 부진이 뼈아팠다. 안치홍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타격에서 안정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난 4년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반전 역시 존재했다. 특히 선수 경력 동안 주로 백업으로 뛰었던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민병헌과 안치홍이 부상 및 부진으로 이탈하는 동안 정훈과 오윤석이 그 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수비 역시 두 얼굴을 보였다. 마차도의 영입으로 내야 수비가 보다 단단해졌고, 포수 수비도 김준태와 정보근이 큰 성장세를 보이며 안정적으로 투수들을 리드했다. 그러나 전준우-민병헌-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 수비 라인은 지난 시즌에 비해 나아질 여지가 없었다. 베테랑들로 꾸려진 만큼 운동능력 감소는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지난 시즌에도 10위에 그쳤던탯티즈 외야 수비 WAA(포지션 보정)는 여전히 9위에 머물렀다.
선발투수진은 스트레일리의 가세로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샘슨이 부진했지만 3, 4선발 박세웅과 노경은이 자신의 몫을 다했다. 시즌 중반에 머리에 타구를 맞으며 부상을 당했던 이승헌이 시즌 후반부에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5선발 서준원의 자리를 꿰찼다.
구원투수들의 활약 역시 2019시즌에 비해 돋보였다. 마무리투수로 전향한 김원중이 자신의 구위를 뽐냈고,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구원투수 구승민 역시 좋은 투구를 펼쳤다. 또한 시즌 중에 콜업이 되어 1군에 합류한 최준용 역시 훌륭한 공을 던지며 미래 투수진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시즌이 거듭됨에 따라 핵심 필승조 투수들의 힘이 떨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시즌 MVP (Most Valuable player) – 댄 스트레일리
15승 4패 194.2이닝 평균자책2.50 205탈삼진 51볼넷
롯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선수라면 댄 스트레일리를 꼽을 수 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탈삼진 능력과 함께 이닝 소화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스트레일리가 기록한 탈삼진 205개는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스트레일리는 이닝도 194.2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전체 3위를 기록했다.
2019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내줬던 홈런 개수와 작은 홈구장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공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압도적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KBO 타자들에게 헛스윙을 유도해냈고, 박세웅에게 배운 커브로 카운트를 잡기도 하는 등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시즌 MIP (Most Improved Player) – 한동희
531타석 17홈런 57볼넷 97삼진 0.278/0.361/0.436
이번 시즌 롯데가 지난 시즌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량이 향상된 선수가 많았다는 의미이다. 야수들 중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정훈, 오윤석, 김준태가, 투수들 중에서는 김원중, 이승헌, 최준용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 중 누구를 뽑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한동희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긴 어려웠다.
사실 한동희의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시즌 전 포지션 경쟁자로 꼽히던 전병우가 키움으로 트레이드되며 3루를 꿰찰 듯 보였지만, 6월까지 OPS 0.621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 때문인지 6월에는 선발로 나서는 횟수가 줄어들어 14경기만을 선발로 뛰었다.
그러나 역전 드라마는 7월에 펼쳐졌다. 7월에만 홈런을 7개 몰아치며 다시 주전자리를 꿰찬 것이다. 비록 8, 9월 홈런은 2개에 그쳤지만 OPS는 유지했고, 10월에는 다시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고교시절 자신을 향한 높은 평가를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시즌 LVP (Least Valuable Player) – 민병헌
342타석 2홈런 21볼넷 62삼진 0.233/0.291/0.291
이번 시즌 가장 아쉬운 활약을 펼친 롯데 선수를 뽑으라면 민병헌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민병헌의 자리를 정훈이 충분히 채우기는 했지만, 이것은 롯데가 시즌 전부터 바라던 그림은 아니었다. 게다가 롯데의 포스트시즌이 좌절됐던 이유를 굳이 꼽는다면 투수보다는 타선에 가까웠기 때문에 민병헌의 부진은 더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적신호는 모든 부분에서 들어왔다. 최근 8시즌 동안 한 시즌을 제외하면 14.2% 이하에 머물렀던 삼진율이 이번 시즌에는 18.1%까지 치솟았다. 또한 볼넷 비율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최하인 6%에 머무르며 타석 어프로치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와 함께 순장타율도 겨우 0.058에 그치며 평소의 반토막도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1시즌, 알려 좀 주쇼
롯데의 2021시즌은 2020시즌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타선 측면에서의 반등은 많은 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치홍과 민병헌이 기대치에 걸맞은 부활을 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롯데는 빈약한 야수 뎁스에도 불구하고 2021 드래프트에서 야수 가운데 손성빈, 나승엽만을 지명하며 투수 위주의 전략을 선보였다. 결국 야수 쪽에서 반등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 부진했던 민병헌과 안치홍의 반등이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만약 돌아온다면), 손아섭, 전준우, 정훈과 같은 선수들은 적지 않은 나이로 언제든 성적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오윤석, 한동희, 김준태와 같은 선수들의 성적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요소는 마차도의 재계약으로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자리를 다시 한번 잘 메웠단 점이다.
반면 2020시즌에도 전체 2위에 빛나던 투수진은 더욱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스트레일리와의 재계약이 확정되며 에이스를 다시 품에 안았고, 부진했던 샘슨을 대체할 선수로 빠른 속구를 던지는 엔더슨 프랑코와의 계약을 속결로 맺었다. 상술했듯 드래프트에서도 투수 위주로 뽑아 뎁스는 더더욱 튼튼해졌다. 특히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김진욱의 가세에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다.
그동안 프로세스를 강조해온 성민규 단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2021시즌에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과연 2020시즌의 프로세스는 2021시즌 우승을 위해 충실히 진행됐을까? 그 답은 1년 뒤 이맘때 공개 예정이다.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상인
기록 출처=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