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꼴찌 굴욕→부활 날갯짓' 위력 되찾은 김광현, 국대 은퇴 번복하고 WBC 마운드 다시 오를까
입력 : 2025.04.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마치고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던 김광현(37·SSG 랜더스)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 위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대표팀에 뽑히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김광현은 지난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2사사구(1볼넷 1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간 김광현은 팀이 연장 10회 승부 끝에 2-3 역전패를 당해 선발승을 챙기지 못했다.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투구 내용은 올 시즌 4번의 등판 중 제일 좋았다.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하며 피안타는 가장 적었고, 탈삼진은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3월 23일 두산 베어스전 8개)을 세웠다. 김광현은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재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KBO리그 역대 3번째로 1,900탈삼진 기록도 달성했다.


지금까지 4경기서 보여준 모습은 '부활'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마치 2022년 SSG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은 듯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로 복귀한 김광현은 28경기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 기대에 걸맞은 활약으로 SSG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23년 3월 열린 WBC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조금씩 내리막이 시작됐다. WBC 대회서 일본전에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2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펼치다 3회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무너졌다(2이닝 3피안타 4실점 패전). 한국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WBC를 마친 뒤 김광현은 SNS를 통해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며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WBC 후유증 탓이었을까. 김광현은 2023시즌 떨어진 구속과 제구 불안을 노출하며 흔들렸다. 시즌 최종 성적은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7시즌 연속 이어오던 두 자릿수 승리 행진이 마감됐다.

지난해 김광현은 데뷔 후 가장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31경기에서 12승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승수 회복엔 성공했다. 그러나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패전(10패)을 떠안았고,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2024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가운데 평균자책점 최하위라는 굴욕도 경험했다. 그뿐만 아니라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 시즌 20개가 넘는 홈런을 허용(24개)했고, ABS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2014년(4.20개) 이후 10년 만에 9이닝당 볼넷 4개 이상(4.05)을 기록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김광현은 절치부심하며 2025시즌을 준비했다. 그 결과 시즌 초반 순조롭게 예전의 좋았을 때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2022년 145.4km/h에서 2023년 144.2km/h, 2024년 143.9km/h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던 김광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올해 평균 145.2km/h로 3년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스탯티즈 기준). 슬라이더 역시 지난해 132.7km/h에서 올해 136.0km/h까지 구속이 올라왔고, 날카로움도 되살아났다.

공의 위력이 살아나자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오고 있다. 4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중인 김광현은 STATIZ 기준 투수 WAR 1.11로 리그 전체 6위, 국내 투수 가운데 LG 트윈스 임찬규(1.54), 한화 이글스 류현진(1.19)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9이닝당 탈삼진(9.55)은 전체 8위이자 국내 투수 3위(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10.80, KT 위즈 고영표 10.70), 그리고 국내 좌완 선발 중에는 1위다(규정이닝 투수 기준).


이미 2년 전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드러냈던 김광현이지만, 다시 태극마크를 달 여지는 남아있다. 그는 지난겨울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해 2026 WBC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윤석민이 "우리나라가 왼손 어린 선수가 나오는 사람이 없다. 아직도 김광현, 류현진, 양현종이다. 내년 WBC 준비해라"라고 말하자 류현진은 "내후년? (김광현) 너도 준비해"라고 김광현을 끌어들였다.

김광현은 "난 안 한다. 벌써 (국가대표 은퇴를) 선포했다"라며 "현진이 형이 '실력이 되면 김광현과 양의지를 꼬셔서 2026 WBC에 같이 나가겠다'라는 인터뷰를 봤다. 현진이 형이 부르면 나가야 한다"라고 웃어넘겼다. 류현진이 "정예 멤버로 한 번 (국가대표) 하고 싶지 않냐"라고 재차 의사를 묻자, 김광현은 "2009년 (WBC) 같은 그런 느낌이라면 하고 싶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시점 KBO리그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좌완 선발 투수로는 김광현, 류현진, 손주영(LG 트윈스)을 꼽을 수 있다. 류지현 WBC 대표팀 감독이 "최상의 전력으로 최정예 팀을 꾸리려고 한다"라고 공언한 만큼 나이와 경력을 떠나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베테랑 투수인 김광현, 류현진에게도 다시 대표팀 승선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김광현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성적을 기록한 뒤 국가대표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WBC 무대 위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진=뉴스1, 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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