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마쓰이 유키(29)에 이어 고우석(26)까지 한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를 연이어 품었다. 이는 ‘최강 마무리’ 조쉬 헤이더(30)와 완전한 작별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뒷문 보강을 노리는 LA 다저스가 헤이더에게 관심을 갖고 있어 같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팀들의 라이벌전이 뜨거워질 듯하다.
샌디에이고는 4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우완 투수 고우석과 2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AP통신’을 비롯해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2년 보장 450만 달러 조건으로 2026년 연봉 300만 달러의 상호 옵션이 포함된 조건이다. 등판 경기수, 마무리 경기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너스 및 연봉 상승분을 다 합하면 3년 최대 940만 달러 계약이 된다.
이에 앞서 지난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24일 일본 좌완 투수 마쓰이를 5년 2800만 달러에 영입한 바 있다. 3~4년차 시즌 후 옵트 아웃으로 FA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넣었다. 여기에 고우석처럼 일정 수준의 마무리 경기수를 충족할 경우 보너스에 다음해 연봉이 상승하는 계약을 했다. 이 경우 마쓰이 계약은 최대 3360만 달러로 불어난다.
고우석과 마쓰이 모두 ‘마무리 옵션’을 넣었다는 점에서 샌디에이고 구단의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몇 년간 대대적인 투자를 한 여파로 올 겨울 페이롤(팀 연봉 총액) 줄이기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샌디에이고는 FA로 풀린 헤이더를 잡을 여력이 안 된다. 헤이더와 재계약은 일찌감치 물건너갔고, 샌디에이고는 마쓰이와 고우석을 비교적 싼값에 연이어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샌디에이고를 떠나게 된 헤이더의 행선지로 다저스가 떠오르고 있다. ‘MLB.com’은 4일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헤이더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알리며 에드윈 디아즈(뉴욕 메츠)가 지난겨울 체결한 마무리투수 역대 최고액(5년 1억200만 달러) 계약을 헤이더가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데뷔한 헤이더는 공을 숨기고 나오는 디셉이 좋은 좌완 스리쿼터. 까다로운 각도에서 100마일(160.9km) 강속구과 슬라이더로 위력을 떨친 헤이더는 지난해까지 7년간 통산 349경기(388⅔이닝) 20승21패165세이브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 648개로 활약했다. 5번의 올스타와 함께 NL 최고 구원투수에게 주어지는 트레버 호프먼 상도 3차례나 수상한 현역 최고 마무리다.
다저스는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 달러)를 FA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로 탬파베이 레이스의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데려와 5년 1억3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여기에 헤이더까지 거액을 들여 영입하면 선발과 마무리 모두 빈틈이 없어진다.
헤이더가 같은 지구팀 다저스로 간다면 샌디에이고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재정적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도 부메랑이 되는 건 부담스럽다. 고우석과 마쓰이의 활약에 따라 샌디에이고의 선택도 냉정한 잣대에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한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지만 아직 메이저리그에선 검증되지 않았다. 리스크가 있고, 적응기가 필요한 만큼 아직 마무리로 확정짓지 않고 있다. 기존 셋업맨 역할을 맡았던 로베르토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로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2014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데뷔한 마쓰이는 올해까지 일본프로야구 10시즌 통산 501경기(659⅔이닝) 25승46패236세이브76홀드 평균자책점 2.40 탈삼진 860개를 기록했다. 구원왕에만 3번 올랐다. 174cm 작은 키에도 최고 154km, 평균 140km대 중후반 직구에 슬라이더, 커터,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2017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고우석은 KBO리그 7시즌 통산 354경기(368⅓이닝) 19승26패139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401개로 활약했다. 2022년 LG 구단 최초 40세이브(42개) 기록을 달성하면서 구원왕에 등극했다. 고우석도 공식 프로필은 182cm이지만 그보다 작은 단단한 체구에 최고 158km 강속구가 트레이드마크.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151.6km에 달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으로는 헤이더에게 명함을 내밀 수 없다. 하지만 한일 프로야구에서 수년간 최고 마무리로 이름을 날렸던 투수들이고, 샌디에이고는 두 선수의 커리어와 적응력을 믿고 있다. 고우석-마쓰이 듀오가 헤이더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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