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역대급' 불펜듀오, 감독은 ''남아달라'' 부탁했지만... 샐러리캡 나비효과, 비FA 다년계약도 쉽지 않다
입력 : 2024.0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롯데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사진=OSEN
롯데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사진=OSEN
롯데 자이언츠 역사상 손에 꼽을 강력한 불펜 듀오인 김원중(31)과 구승민(34)을 함께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구승민과 김원중은 지난해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셋업맨 구승민은 7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100홀드, 8월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4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했다. 클로저 김원중은 8월 16일 사직 SSG전에서 통산 100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구단 역사로 보면 흔치 않은 기록이다. 구승민에 앞서 통산 100홀드를 기록한 선수는 14명에 불과했고, 이 중에서 롯데에서만 이를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4년 연속 20홀드 역시 구단 최초이자 KBO 전체로 봐도 안지만(전 삼성, 5년 연속)에 이은 2번째 업적이었다. 김원중 역시 롯데에서만 100세이브를 올린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렇듯 차근차근 마일스톤을 쌓아온 두 선수는 2023시즌에도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을 수행했다. 구승민은 시즌 67경기에 등판해 63⅔이닝을 소화, 2승 6패 3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초반부터 연투도 불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올스타에도 선발됐다. 시즌 막판 어깨에 피로감을 느끼며 주춤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구승민. /사진=뉴시스
구승민. /사진=뉴시스
김원중.
김원중.
김원중 역시 한 시즌 내내 롯데의 뒷문을 탄탄하게 지켜왔다. 63경기(63⅔이닝)에 등판한 그는 5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4월 한 달 동안 3.95의 평균자책점으로 흔들렸지만, 이후 5월부터 4개월 동안은 2.13으로 크게 낮췄다. 이에 김원중은 2012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1군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거뒀다. 세이브 순위에서도 서진용(42세이브)과 김재윤(30세이브)에 이어 공동 3위에 올랐다.

특히 두 선수가 팀 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꾸준함'이다. 김원중과 구승민 모두 2020년부터 4년 동안 큰 부상 없이 마운드를 지키면서 8회와 9회를 삭제했다. 이 기간 구승민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65경기에 등판했고, 김원중 역시 225게임에 출격해 12위에 올랐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상수'로 생각할 수 있는 필승조 자원이 둘이나 있다는 점은 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동안 롯데는 불펜이 헐거운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세이브 타이틀은 2009년 존 애킨스(26세이브)와 2017년 손승락(37세이브), 홀드왕은 2004년 임경완(22홀드), 2018년 오현택(25홀드)으로 각각 2명씩 차지하는 데 그쳤다. 리그 정상급 구원투수를 장기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김원중과 구승민의 존재가 클 수밖에 없다.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사진=롯데 자이언츠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제 롯데는 올 시즌 종료 후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바로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가는 김원중과 구승민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선수는 모두 2024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된다. 이들은 서진용(SSG)과 함께 다음 스토브리그에서 주목할 불펜 매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비(非) FA 다년계약과 같은 방법도 있다.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묶어둔다면 두 선수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내부 FA가 없는 롯데 입장에서는 마음 편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롯데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샐러리캡 문제가 대두된다. 대부분의 구단이 샐러리캡 준수를 위해 아직까지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데, 롯데 역시 김원중과 구승민을 모두 잡으면 샐러리캡 한도에 가까워지게 된다. 두 선수에게만 돈을 줄 수 없는 롯데 입장에서는 복잡한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롯데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여기에 불펜투수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KBO 리그에서 구원투수들은 최상급을 제외하면 롱런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있고, 이 때문에 타 팀에서 손을 뻗을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여기에 샐러리캡까지 감안한다면 롯데나 타 구단 모두 섣불리 나설 수 없다.

현장의 입장은 당연히 '잡아달라'다. 김태형(57) 롯데 감독은 지난해 10월 취임식에 참석한 구승민과 김원중을 향해 "당연히 팀에 남아서 저를 도와달라고 하고 싶다. 감독은 선수가 많을 수록 좋고 욕심이 있다. 대표님께 필요한 선수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이번 비시즌에 나온 두 명의 내부 FA 자원 중 전준우(38)는 4년 47억 원에 붙잡았지만, 주장이었던 안치홍(34)은 한화 이글스에 내주고 말았다. 과연 다음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집토끼 2명을 모두 잡을까, 아니면 이번처럼 누군가는 불가피하게 놓아주고 말까.

롯데 구승민(왼쪽)이 지난해 10월 열린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롯데 구승민(왼쪽)이 지난해 10월 열린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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