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KBO리그 타점왕의 신화는 42세까지 계속된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
KIA는 5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최형우와 계약 기간 1+1년 총액 22억 원(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억 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발표했다. 2025년 계약은 2024년 옵션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연장되는 조건이다.
이로써 최형우는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17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100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100억 FA 시대'를 연 최형우는 2020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3년 47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로 3년 계약이 끝나면서 FA 계약 대상자가 아닌 일반 연봉 협상 대상자가 된 최형우였다. 지난해까지 40세의 나이로 현역 은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하지만 최형우는 여전히 현역 연장의 의지가 있었고 KIA도 최대 2년의 비FA 다년계약을 안겨줬다. KIA와 최형우의 동행은 42세까지 이어진다. 최형우는 '타이거즈맨'으로서 현역 생활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최형우는 2017년 KIA 이적 첫 해 팀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끌며 '우승 청부사'로 자리매김했다. KIA와 두 번의 FA 계약을 맺은 7년 동안 918경기 타율 3할9리(3278타수 1014안타) 139홈런 631타점 OPS .912의 특급 성적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이 기간 리그 전체 타율 9위, 최다안타 4위, 홈런 6위, 타점 3위, OPS 2위 등으로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3년 계약 이후 2021년 안과 질환과 허벅지 부상으로 주춤했고 2022년도 전반기까지는 부진했다. 3년 계약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랐다. 그러나 40세 시즌이자 두 번째 FA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해 최형우는 다시 부활했다.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리(431타수 130안타) 17홈런 81타점 64득점 OPS .887의 성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아울러 지난해 6월20일 대전 한화전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면서 이승엽을 넘고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 신기록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현재 기록 중인 1542타점 신기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규시즌 막판이던 9월, 주루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쇄골 골절을 당하며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지만 최형우에 대한 KIA의 믿음은 굳건했다. KIA 구단은 단년 계약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최형우가 지난 7년 동안의 기여도, 후배들을 챙기는 헌신적인 리더의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다년계약에 대한 생각을 하고 최형우 측과 협상을 이어나갔고 이날 1+1년의 비FA 다년계약이 확정됐다.
이로써 최형우는 옵션 충족시 42세 시즌까지 활약하게 됐고 FA 2차례 포함 3번의 다년계약을 통해서 169억 원을 벌게 됐다. 과거 그저그런 선수로 평가 받으면서 방출 통보를 당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최형우가 3번의 계약으로 벌게 된 169억 원은 포기하지 않은 정당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형우는 지난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다. 하지만 4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방출됐다. 그러나 경찰야구단에서 최형우의 야구인생은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경찰야구단에서 외야수로 전향했고 2007년 퓨처스리그 타격 7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삼성에 재입단을 한 뒤 현재까지 이르렀다. 2008년 신인왕, 삼성의 통합 4연패, 역대 최초 FA 100억 계약, 그리고 최다 타점 신기록까지. 최형우는 '방출생 신화'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표본이다.
이러한 최형우의 일대기는 미국에서도 주목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초, MLB.com은 '과거 KBO리그 팀에서 방출됐던 선수가 기록을 깨는 선수가 됐다. 복수를 다짐한 최형우는 리그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라면서 최형우를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MLB.com은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됐을 당시 SNS 플랫폼인 싸이월드에 적었던 ‘이런 말을 하면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난 반드시 돌아온다. 날 배신했던 것에 대한 것에 대한 복수를 품고 반드시 돌아온다. 이곳을 부수기 위해 칼을 갈 것이다. 반드시 언젠가는 복수한다’라고 적은 최형우의 다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으로 복귀할 당시 김응용 사장의 에피소드도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에서 방출된 이후 최형우가 퓨처스리그를 지배하고 있을 당시, 김응용 사장이 최형우를 지목하며 "저 친구 아직 우리 팀이지?"라고 구단 직원에게 물었고 부랴부랴 재입단을 추진했던 스토리까지 설명했다. 최형우는 "한 번의 인터뷰에서 얘기하기에는 너무 긴 얘기"라고 했다.
최형우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방출되기 전 1,2군을 오갈 때는 내 워크에식에 조금 무관심한 편이었을 수도 있다. 언제나 안타를 칠 수 있었고 내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정말 내려놓고 정말 열심히 하기 시작한 것은 경찰야구단에서부터였다. 내가 프로에서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나를 증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 보면서 "내가 걸어온 길과 느꼈던 감정들이 후배들에게 롤모델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라면서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더 밝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한 바 있다.
결국 최형우는 42세 시즌까지 현역을 이어가게 되면서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최형우는 KIA와 계약한 이후 "구단에서 다년 계약이라는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가을야구의 함성을 광주에서 들을 수 있도록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았던 선수로 타이거즈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라면서 '타이거즈맨'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다짐했다.
KIA 심재학 단장은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모범이 됐기에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동료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한다"라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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