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 중 2승이 대한항공' 최하위 KB 깜짝승 이끈 두 주역 ''친정팀이라 잘 알고 있다''
입력 : 2024.0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의정부=김동윤 기자]
KB손해보험의 안드레스 비예나(오른쪽)와 황승빈./사진=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의 안드레스 비예나(오른쪽)와 황승빈./사진=한국배구연맹
아는 만큼 보였다. 대한항공 점보스 출신의 두 선수가 최하위 KB손해보험의 깜짝승을 이끌었다.

KB손해보험은 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정규시즌 4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3-1(25-14, 29-27, 14-25, 25-22)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 눈 부상에서 돌아온 주전 세터 황승빈이었다. 비예나는 63.64%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양 팀 최다인 30점을 올리며 주포이자 에이스로서 역할을 확실히 했다. 황승빈은 비예나(공격 점유율 44.9%) 외에도 홍상혁(24.49%), 황경민(11.22%)을 고르게 활용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홍상혁은 공격성공률 50%로 13점, 미들블로커 한국민은 71.43%로 9점, 황경민은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54.55%로 8점을 올리며 팀에 보탬이 됐다.

경기 후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생각하고 계획했던 대로 선수들이 잘해줬다. 오늘(9일) 서브로 공략한 것이 잘 들어갔다"고 총평했다. 홍상혁에게는 "잘해줬다. (홍)상혁이에게 조금 더 바란다면 시작과 끝을 일관된 패턴으로 가면 좋겠다. 초반에 좋았다가 후반에 서브 미스가 나오는 등 안 좋았던 것이 집중력이 떨어져 나오는 건데 이 부분을 보완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어 황경민에게는 "시즌 초만큼 몸 상태가 아닌데 공격을 곧잘 해주고 있다. 리시브에서 리우훙민이 강점이 있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 황경민이 도움이 된다. 투입 돼서도 수비에서 잘 버텨줬다"고 칭찬했다.

1세트부터 KB손해보험이 분위기를 가져왔다. 리시브 효율에서 10% 대 55%로 크게 밀렸으나, 블로킹 득점 5 대 1로 번번이 대한항공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도리어 큰 점수 차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당황한 나머지 보기 드문 포지션 폴트 범실을 내기도 했다.

이에 경기 후 만난 비예나는 "초반에 우리 팀이 블로킹을 잘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초반부터 불편하고 서로 호흡이 잘 안 맞아 보였다. 우리는 거기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답했다. 곧이어 인터뷰실을 찾은 황승빈 역시 "우리 팀이 비예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비예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경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다른 공격수들이 공을 줬을 때 안정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나도 공을 믿고 보내는 상황이 나왔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시절 안드레스 비예나(오른쪽)와 황승빈./사진=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시절 안드레스 비예나(오른쪽)와 황승빈./사진=한국배구연맹

두 선수는 대한항공과 인연이 깊다. 황승빈은 2014~201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아 2020~2021시즌까지 7년간 활약한 친정팀이다. 이후 삼성화재, 우리카드를 거쳐 KB손해보험을 거쳤으나, 불과 3년 전만 해도 대한항공 소속이었기에 익숙한 선수들이 많다. 비예나에게도 대한항공은 한국에서의 친정팀이나 다름 없다. 한국과 V리그를 대한항공을 통해 첫 경험했다. 2019~2020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즌이 중단되긴 했으나, 짧은 기간에도 KOVO컵 MVP, 정규시즌 2라운드, 5라운드 MVP 등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황승빈은 "대한항공이 잘 안다는 것이 공을 원활히 분배하는 가장 큰 이유 같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선수들이라 나름대로 데이터가 있다 보니 도움 된다"며 "확실히 대한항공을 상대로는 부담 없이 편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예나는 "대한항공이 친정팀이라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맞춰서 노력하고 분석하다 보니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평소와 달랐던 매치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대한항공은 비예나를 상대로 곽승석 대신 정한용과 정지석을 배치해 막으려 했다. 비예나는 "곽승석을 상대로는 아무래도 높이의 차이 때문에 직선으로 때릴 루트가 확보된다"며 "정지석, 정한용은 공격보단 수비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정지석과 정한용은 다양한 루트의 공격을 때리는 선수들이다 보니 내가 블로킹 때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 다만 오늘(9일)은 정지석이 원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또 정한용은 내가 전위에 있을 때 한선수가 정한용에게 공을 잘 주지 않아 붙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6연패에서 탈출해 반전의 기회를 잡은 KB손해보험은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을 상대한 후 4라운드를 마친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4승을 한 KB손해보험이 이겨본 몇 안 되는 팀들이다. 선수층이 얇은 KB손해보험으로서는 4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고, 주포 비예나와 주전 세터 황승빈의 호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KB손해보험의 안드레스 비예나. /사진=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의 안드레스 비예나. /사진=한국배구연맹

황승빈은 "비시즌과 1라운드 때 비예나와 호흡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시즌 들어가서는 연패가 길어지면서 원하는 높이와 속도가 잘 안 나오는 느낌이었다. 비예나도 연패가 길었을 때는 어려운 공을 많이 때렸다고 생각한다. 점점 좋아지기보단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그래도 최근 경기에서는 서로 간의 초흡이 괜찮다고 느끼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비예나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 같다. 어려운 상황에서 집중할 것과 어떤 부분에서 잘됐는지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해지려면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이날은 국내 공격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비예나의 어깨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후인정 감독이 바라던 그림이었다. 비예나는 "나 혼자서는 승리하기 어렵다. 다른 경기에서 내가 퍼포먼스가 좋았지만, 승리는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매 경기 팀원들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매 경기 동료 아웃사이드 히터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오늘(9일)처럼만 된다면 팀의 공격도 잘 풀릴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창단 이래 우승을 해본 적이 없으나, 단 한 번도 꼴찌를 경험한 적도 없다. 올 시즌은 그 기록이 위태하다. 1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6위 한국전력(10승 11패·승점 29)과 승점 12점 차로 벌어져 있어 부지런히 승점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황승빈은 "3라운드에 2승했으니까 4라운드는 3승으로 마치고 싶다. 경기에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비예나 역시 "어려운 순간에는 범실이 많이 없어야 하고, 앞서가는 순간에는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공격에 나서야 한다. 지금 순위에서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며 "상대보다 우리 팀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노력하고 연습할지 서로 의논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제 상대 팀에도 우리가 쉬운 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때가 된 거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의정부=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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