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V리그 여자부의 살아있는 역사 양효진(35·현대건설)이 여자부 최초 공격득점 5500점의 비결로 남자부 경기 모니터링을 꼽았다.
선두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30-28, 21-25, 25-16, 17-25, 19-17)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4연승을 질주하며 2위 흥국생명과의 격차를 승점 5점으로 벌렸다. 시즌 17승 5패(승점 52)다.
승리의 주역은 베테랑 미들블로커 양효진이었다. 블로킹 4개를 포함해 팀 최다인 25점(공격성공률 52.50%)을 책임지며 5세트 혈투 끝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양효진은 “경기가 풀세트로 갔고, 랠리도 많았다. 정신없이 경기를 했다. GS칼텍스 기세가 좋아서 많이 당황했는데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이길 수 있었다”라며 “특히 오늘 경기는 모든 선수들이 다 같이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박진감 속에서 각자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경기 몰입도가 더 강했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양효진은 이날 공격득점 21점을 추가하며 V리그 여자부 최초로 공격득점 5500점 고지(5505점)를 밟았다. 2위 황연주(4848점·현대건설)와의 격차는 무려 657점이며, 이는 남자부에서도 박철우(5582점·한국전력)밖에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양효진은 “한 시즌에 보통 몇 득점을 하나요”라고 웃으며 “5500득점을 올려서 감사하다. 이전에 1500블로킹도 했고, 공격 득점도 계속 올리고 있는데 최초의 기록은 늘 의미가 남다르다”라며 “다만 득점 기록과 관계없이 올 시즌에는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록 달성 소감을 남겼다.
양효진은 대기록 달성 원동력으로 남자부 경기 모니터링을 꼽았다. 그는 “내가 남자 선수들처럼 하지는 못하지만 남자부 경기를 보고 나면 동작을 조금 더 파워풀하게 하려고 의식하게 된다. 소심하게 하는 느낌이 들 때 남자부 경기를 보면 좋다”라며 “특히 신영석 선수 플레이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 미들블로커임에도 폼이 멋지고 장악력이 있다. 영감을 많이 얻는다”라고 설명했다.
양효진은 앞서 언급했듯 기록 달성과 함께 올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엄밀히 말하면 개인 기록보다 우승에 향한 열망이 훨씬 큰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두 차례나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도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챔피언결정전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뒷심이 부족했다.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16연승)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지만 시즌 막바지 외국인선수 야스민, 리베로 김연견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1위를 흥국생명에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패해 챔피언결정전이 또 다시 허락되지 않았다.
우승 도전에 있어 최대 경계대상은 역시 김연경의 흥국생명이다. 양효진은 “흥국생명은 (김)연경 언니를 필두로 조직력을 비롯해 모든 면이 좋다. 강팀이다”라며 “남은 경기에서 1위를 확정 지으려는 욕심을 내면 움직임이 경직될 수 있다. 열정은 가지되, 욕심은 버려야 한다. 공 하나만 보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흥국생명에 김연경이 있다면 현대건설에는 끈끈한 팀워크가 있다. 양효진은 “우리 팀은 정말 팀워크가 좋다. 선수들과 소통이 정말 잘 된다. 믿고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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