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천=안호근 기자]
김천 한국도로공사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올 시즌 출전기회가 줄어들며 존재감이 줄어든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 문정원(32)의 활약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한국도로공사는 16일 경상북도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페퍼저축은행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22, 25-16, 25-2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8승 16패, 승점 25를 기록한 한국도로공사는 5위 대전 정관장(승점 33)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2승(21패)에서 더 승수를 늘리지 못하며 16연패에 빠졌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강한 서브를 주문했다. 페퍼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서브 득점에선 5-3으로 압도하진 못했으나 리시브 라인을 제대로 흔들어 놨다. 페퍼는 22.39%로 도로공사(43.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블로킹에서도 10-5로 밀렸고 공격 성공률에서도 46%-36.73%로 뒤졌다.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정확히 80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양 팀 최다인 28점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으나 그와 같은 공격 성공률 57.14%로 6득점한 문정원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리시브 효율 또한 50%로 빼어났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정원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이겨서 다행이다. 휴식기 때 죽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내용도, 결과도 좋아 휴식기 이후를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가장 돋보였던 건 1세트였다. 승부의 분수령이기도 했다. 블로킹 하나 포함 4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0%로 홀로 10점을 올린 부키리치보다도 높았다. 리시브 효율 53.14%로 팀 동료이자 수비 전문인 리베로 임명옥(53.8%)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는 그는 이날도 세터 이윤정에게 토스하기 편한 안정적인 리시브를 배달했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는 탓에 공격적 기여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시즌의 3분의 2를 지났지만 득점은 지난 시즌(172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은 자신감 있게 때렸다.
세터 이윤정과 호흡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윤정이한테도 많이 말하는 게 공격에서 믿음을 주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세터와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니 그래서인지 윤정이도 더 공을 올려준 것 같다. 그래서 자신 있게 때렸다"고 전했다.
접전 끝에 1세트를 잡아낸 한국도로공사는 이후 세트를 손쉽게 따내며 승점 3을 챙기는 동시에 페퍼저축은행에 16연패를 안겼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 지명을 받은 문정원은 3시즌 동안 무명에 가까운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2014~2015시즌 27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라는 여자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왼손잡이로 뛰어난 탄력을 활용해 뿌리는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는 문정원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이날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서브 득점이 하나 있었지만 네트에 맞고 운 좋게 상대 코트에 떨어진 것이었다.
행운의 서브 득점에 대해 "안도했다. 서브 리듬감이 너무 안 좋았다"며 "내 손이 내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너무 좋아하기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감독은 강력한 서브를 요구했는데 이날따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정원은 "내가 스파이크 서버라서 미스 없이 때려줘야 하는데 감이 안 좋으면 실수를 많이 한다. 지난 경기도 미스 3,4개를 했는데 그러면 다음 사람이 부담스러워진다"며 "줄이려고 하지만 자신 없게 넣기엔 너무 찬스를 제공할 수 있어 부담이 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들어 공인구가 미카사 공으로 바뀌고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타나차와 출전 시간을 나눠가진 영향인지 서브의 위력이 줄어든 모양새다. 강력했던 서브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문정원은 "예전엔 모 아니면 도로 미친 듯이 때렸고 인 아니면 아웃일 정도였고 그만큼 경기를 좌지우지했다"며 "미스를 줄이려다보니 날카롭게 넣으려고 하고 있고 강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서브퀸을 노릴 가장 강력한 후보를 꼽으라면 당연히 문정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김연경(흥국생명·3만 9813표)에 이어 팬 투표에서 가장 많은 2만 8481표를 득표한 문정원은 당당히 K스타 팀 대표로 올스타전에 나서게 됐다.
올스타전은 축제의 장이다. 득점 후 펼치는 댄스 세리머니는 이제 올스타전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가 됐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을까. 문정원은 "왜 나에게 올스타전 이야기만 물어보시는 것인가"라고 당황스러워하더니 "진짜 몸치인데 하긴 해보려고 한다. 기대는 안했으면 좋겠다. (노래는) 팬들이 SNS에 올려준 것에서 골라서 하는 걸로 했다. 나중에 보시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자아냈다.
서브퀸 도전도 한다. 문정원은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우스갯소리로 (김)세빈이가 나가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 시즌 흐름이 좋지 않아 이날까지 패배했다면 휴식기 아닌 휴식기가 될 뻔했다. 문정원도 이를 알고 있기에 더욱 악착 같이 경기에 나섰다. "우리도 못 이기면 못 쉰다는 생각을 했다"며 "동료들에게 '지면 우린 죽는다' 바로 운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남다른 승리 비결도 공개했다.
모처럼 긴 휴식에 돌입한다. 오는 27일 올스타전을 치르고 31일 흥국생명과 홈에서 일정을 이어간다. 문정원은 "잘 먹고 잘 자고 몸 관리를 하다가 회복해서 '2주 동안 운동을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예쁜 조카가 있어서 집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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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문정원이 16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사진=KOVO |
한국도로공사는 16일 경상북도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페퍼저축은행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22, 25-16, 25-2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8승 16패, 승점 25를 기록한 한국도로공사는 5위 대전 정관장(승점 33)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2승(21패)에서 더 승수를 늘리지 못하며 16연패에 빠졌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강한 서브를 주문했다. 페퍼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서브 득점에선 5-3으로 압도하진 못했으나 리시브 라인을 제대로 흔들어 놨다. 페퍼는 22.39%로 도로공사(43.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블로킹에서도 10-5로 밀렸고 공격 성공률에서도 46%-36.73%로 뒤졌다.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정확히 80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양 팀 최다인 28점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으나 그와 같은 공격 성공률 57.14%로 6득점한 문정원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리시브 효율 또한 50%로 빼어났다.
안정적으로 리시브를 하는 문정원(가운데). /사진=KOVO |
이날 가장 돋보였던 건 1세트였다. 승부의 분수령이기도 했다. 블로킹 하나 포함 4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0%로 홀로 10점을 올린 부키리치보다도 높았다. 리시브 효율 53.14%로 팀 동료이자 수비 전문인 리베로 임명옥(53.8%)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는 그는 이날도 세터 이윤정에게 토스하기 편한 안정적인 리시브를 배달했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는 탓에 공격적 기여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시즌의 3분의 2를 지났지만 득점은 지난 시즌(172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은 자신감 있게 때렸다.
세터 이윤정과 호흡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윤정이한테도 많이 말하는 게 공격에서 믿음을 주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세터와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니 그래서인지 윤정이도 더 공을 올려준 것 같다. 그래서 자신 있게 때렸다"고 전했다.
접전 끝에 1세트를 잡아낸 한국도로공사는 이후 세트를 손쉽게 따내며 승점 3을 챙기는 동시에 페퍼저축은행에 16연패를 안겼다.
팀 득점 후 문정원(오른쪽에서 2번째)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사진=KOVO |
왼손잡이로 뛰어난 탄력을 활용해 뿌리는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는 문정원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이날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서브 득점이 하나 있었지만 네트에 맞고 운 좋게 상대 코트에 떨어진 것이었다.
행운의 서브 득점에 대해 "안도했다. 서브 리듬감이 너무 안 좋았다"며 "내 손이 내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너무 좋아하기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감독은 강력한 서브를 요구했는데 이날따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정원은 "내가 스파이크 서버라서 미스 없이 때려줘야 하는데 감이 안 좋으면 실수를 많이 한다. 지난 경기도 미스 3,4개를 했는데 그러면 다음 사람이 부담스러워진다"며 "줄이려고 하지만 자신 없게 넣기엔 너무 찬스를 제공할 수 있어 부담이 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들어 공인구가 미카사 공으로 바뀌고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타나차와 출전 시간을 나눠가진 영향인지 서브의 위력이 줄어든 모양새다. 강력했던 서브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문정원은 "예전엔 모 아니면 도로 미친 듯이 때렸고 인 아니면 아웃일 정도였고 그만큼 경기를 좌지우지했다"며 "미스를 줄이려다보니 날카롭게 넣으려고 하고 있고 강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브를 준비하는 문정원. /사진=KOVO |
올스타전은 축제의 장이다. 득점 후 펼치는 댄스 세리머니는 이제 올스타전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가 됐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을까. 문정원은 "왜 나에게 올스타전 이야기만 물어보시는 것인가"라고 당황스러워하더니 "진짜 몸치인데 하긴 해보려고 한다. 기대는 안했으면 좋겠다. (노래는) 팬들이 SNS에 올려준 것에서 골라서 하는 걸로 했다. 나중에 보시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자아냈다.
서브퀸 도전도 한다. 문정원은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우스갯소리로 (김)세빈이가 나가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 시즌 흐름이 좋지 않아 이날까지 패배했다면 휴식기 아닌 휴식기가 될 뻔했다. 문정원도 이를 알고 있기에 더욱 악착 같이 경기에 나섰다. "우리도 못 이기면 못 쉰다는 생각을 했다"며 "동료들에게 '지면 우린 죽는다' 바로 운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남다른 승리 비결도 공개했다.
모처럼 긴 휴식에 돌입한다. 오는 27일 올스타전을 치르고 31일 흥국생명과 홈에서 일정을 이어간다. 문정원은 "잘 먹고 잘 자고 몸 관리를 하다가 회복해서 '2주 동안 운동을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예쁜 조카가 있어서 집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문정원이 까다로운 공을 살려내고 있다. /사진=KOVO |
김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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