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감독님 리액션이 너무 재밌어서 안 할 수가 없어요. (이)다현이나 (정)지윤이가 세서 힘드실 것 같은데 덕분에 저희도 재밌어서 긴장이 빨리 풀려요."
세터 김다인(26)의 말에서 보이듯, 경기 전 하이 파이브는 어느덧 3년 차를 맞은 강성형(54) 감독 체제 현대건설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힘껏 터치하는 선수들에 강 감독의 손바닥은 관중석에서 봐도 얼얼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현대건설은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4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 3-1(25-9, 29-31, 26-25, 25-19)로 승리했다.
5연승을 달리고 있는 1위 팀과 16연패 중인 꼴찌팀의 대결이지만, 현대건설에 있어 페퍼저축은행은 결코 쉬운 팀이 아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현대건설에 3연패 하는 과정에서도 꼭 한 번씩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팀이었다. 1라운드 경기 때는 한 세트를 빼앗았고 3라운드 때도 듀스를 거듭하는 세트가 꼭 있었다.
현대건설로서도 이번 경기는 놓칠 수 없었다. 2위 흥국생명(18승 6패·승점 50)과 격차를 더욱 벌려놓을 절호의 찬스였고,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기분 좋은 전반기 마무리가 필요했다. 경기 전 강 감독은 "(일방적일 것이라 예상되는) 이런 경기가 더 걱정된다. 페퍼저축은행도 연패를 끊어내기 위해 열심히 할 거다. 또 우리는 원정 경기다. 앞선 세 경기에서도 우리가 다 이겼지만, 세트마다 페퍼저축은행도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가지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현대건설 선수들의 하이 파이브는 더욱 힘찼다. 정지윤, 이다현 등 선수들의 하이 파이브를 받아주던 강 감독은 결국 선수단 절반이 돌기도 전에 팔을 바꿔 하이 파이브를 했다. 그걸 지켜보던 현대건설 선수들은 웃음이 터졌고 더욱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압도적이었던 1세트와 2세트 혈전을 거쳐 승점 3점을 모두 챙기고 4라운드 전승 및 6연승을 달렸다. 2위 흥국생명과 격차도 19승 5패(승점 58)로 8점 차로 벌렸다.
경기 후 강 감독은 이날따라 격했던 하이 파이브에 "오늘(19일) 같은 경기는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원정이라 선수들도 더 힘을 내고 기분을 한껏 끌어올릴 상황이었다"고 이해하며 "그래도 이제 선수들이 감독 보호 차원에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 테이핑으로 견뎌보려고 하는데 강도가 너무 세져서 (사기를 끌어 올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20년 넘게 남자배구에서 활약하던 강 감독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하의 2019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으며 여자배구와 인연을 맺었다. 2021~2022시즌 부임한 현대건설은 그에게 있어 첫 여자배구 프로팀이었다. 강 감독 체제에서 현대건설은 매년 V리그의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 중심에 부드럽고 유연한 강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강 감독의 지도 아래 황연주(38), 양효진(35) 등 베테랑부터 김다인, 이다현(25), 정지윤(23) 등 어린 선수들까지 신구가 조화된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선수들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GS칼텍스에서 2년간 활약하던 이번 시즌 처음 현대건설에 온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1·등록명 모마)는 이미 V리그 시작 전부터 선수들과 오프 때 클럽하우스 근처로 놀러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아시아쿼터로 처음 한국 무대에 발을 디딘 위파위 시통(25·등록명 위파위)은 올 시즌 태국대표팀 일정 탓에 다소 늦게 합류하고 시즌 중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빠르게 합이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13득점과 리시브 효율 40.91%, 리베로 김연견 다음으로 많은 디그(17개)로 근성 있는 수비를 보였다.
경기 후 만난 위파위는 빠른 적응의 이유로 "우리 팀에 좋은 사람이 정말 많다. 또 또래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친하게 지내다 보니 호흡이 좋다.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준다"고 밝혔다.
뛰어난 기량, 물오른 조직력과 분위기로 현대건설은 조심스레 우승에 도전한다. 두 라운드만 남겨둔 상황에서 2위와 8점 차, 3위와 15점 차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만, 조심스러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현대건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팀이었다.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모두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시즌 조기 종료로 우승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도 압도적인 전반기를 달리다가 5라운드부터 휘청이면서 3위로 주저앉았다.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현대건설로서는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강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여기까지는 항상 좋았다. 앞으로 남은 두 라운드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19일) 같은 경우 리시브가 많이 안 됐는데 올스타 브레이크를 잘 쉬고 회복해서 5, 6라운드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인 역시 "항상 마무리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매번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순위 결정이 최종적으로 날 때까지 우리가 더 해야 한다"며 "선수들도 각자 어느 시점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선두 수성의 압박은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언제나 쫓아가는 팀보다 지키는 팀이 더 어려운 법. 그러한 압박을 이겨내는 방안으로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김다인은 "패는 이미 다 나왔다. 3, 4라운드처럼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개인보단 팀으로 뭉쳐서 가면 될 것 같다"며 "(정)지윤이가 최근 읽은 책 중에 오타니 선수의 책이 있었다. 거기에 압박감을 즐기라는 내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윤이가 내게 '압박감을 즐겨'라고 하는데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압박감을 즐기게 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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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형 감독(왼쪽)이 세터 김다인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강성형 감독(가운데)과 현대건설 선수단. /사진=한국배구연맹 |
세터 김다인(26)의 말에서 보이듯, 경기 전 하이 파이브는 어느덧 3년 차를 맞은 강성형(54) 감독 체제 현대건설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힘껏 터치하는 선수들에 강 감독의 손바닥은 관중석에서 봐도 얼얼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현대건설은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4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 3-1(25-9, 29-31, 26-25, 25-19)로 승리했다.
5연승을 달리고 있는 1위 팀과 16연패 중인 꼴찌팀의 대결이지만, 현대건설에 있어 페퍼저축은행은 결코 쉬운 팀이 아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현대건설에 3연패 하는 과정에서도 꼭 한 번씩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팀이었다. 1라운드 경기 때는 한 세트를 빼앗았고 3라운드 때도 듀스를 거듭하는 세트가 꼭 있었다.
현대건설로서도 이번 경기는 놓칠 수 없었다. 2위 흥국생명(18승 6패·승점 50)과 격차를 더욱 벌려놓을 절호의 찬스였고,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기분 좋은 전반기 마무리가 필요했다. 경기 전 강 감독은 "(일방적일 것이라 예상되는) 이런 경기가 더 걱정된다. 페퍼저축은행도 연패를 끊어내기 위해 열심히 할 거다. 또 우리는 원정 경기다. 앞선 세 경기에서도 우리가 다 이겼지만, 세트마다 페퍼저축은행도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가지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현대건설 선수들의 하이 파이브는 더욱 힘찼다. 정지윤, 이다현 등 선수들의 하이 파이브를 받아주던 강 감독은 결국 선수단 절반이 돌기도 전에 팔을 바꿔 하이 파이브를 했다. 그걸 지켜보던 현대건설 선수들은 웃음이 터졌고 더욱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압도적이었던 1세트와 2세트 혈전을 거쳐 승점 3점을 모두 챙기고 4라운드 전승 및 6연승을 달렸다. 2위 흥국생명과 격차도 19승 5패(승점 58)로 8점 차로 벌렸다.
강성형 감독(가운데)이 현대건설 선수단의 플레이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강성형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는 정지윤(왼쪽). /사진=한국배구연맹 |
경기 후 강 감독은 이날따라 격했던 하이 파이브에 "오늘(19일) 같은 경기는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원정이라 선수들도 더 힘을 내고 기분을 한껏 끌어올릴 상황이었다"고 이해하며 "그래도 이제 선수들이 감독 보호 차원에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 테이핑으로 견뎌보려고 하는데 강도가 너무 세져서 (사기를 끌어 올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20년 넘게 남자배구에서 활약하던 강 감독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하의 2019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으며 여자배구와 인연을 맺었다. 2021~2022시즌 부임한 현대건설은 그에게 있어 첫 여자배구 프로팀이었다. 강 감독 체제에서 현대건설은 매년 V리그의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 중심에 부드럽고 유연한 강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강 감독의 지도 아래 황연주(38), 양효진(35) 등 베테랑부터 김다인, 이다현(25), 정지윤(23) 등 어린 선수들까지 신구가 조화된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선수들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GS칼텍스에서 2년간 활약하던 이번 시즌 처음 현대건설에 온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1·등록명 모마)는 이미 V리그 시작 전부터 선수들과 오프 때 클럽하우스 근처로 놀러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아시아쿼터로 처음 한국 무대에 발을 디딘 위파위 시통(25·등록명 위파위)은 올 시즌 태국대표팀 일정 탓에 다소 늦게 합류하고 시즌 중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빠르게 합이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13득점과 리시브 효율 40.91%, 리베로 김연견 다음으로 많은 디그(17개)로 근성 있는 수비를 보였다.
현대건설 선수단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위파위(맨 왼쪽). /사진=한국배구연맹 |
경기 후 만난 위파위는 빠른 적응의 이유로 "우리 팀에 좋은 사람이 정말 많다. 또 또래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친하게 지내다 보니 호흡이 좋다.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준다"고 밝혔다.
뛰어난 기량, 물오른 조직력과 분위기로 현대건설은 조심스레 우승에 도전한다. 두 라운드만 남겨둔 상황에서 2위와 8점 차, 3위와 15점 차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만, 조심스러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현대건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팀이었다.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모두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시즌 조기 종료로 우승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도 압도적인 전반기를 달리다가 5라운드부터 휘청이면서 3위로 주저앉았다.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현대건설로서는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강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여기까지는 항상 좋았다. 앞으로 남은 두 라운드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19일) 같은 경우 리시브가 많이 안 됐는데 올스타 브레이크를 잘 쉬고 회복해서 5, 6라운드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선수단과 강성형 감독(가운데). /사진=한국배구연맹 |
김다인 역시 "항상 마무리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매번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순위 결정이 최종적으로 날 때까지 우리가 더 해야 한다"며 "선수들도 각자 어느 시점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선두 수성의 압박은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언제나 쫓아가는 팀보다 지키는 팀이 더 어려운 법. 그러한 압박을 이겨내는 방안으로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김다인은 "패는 이미 다 나왔다. 3, 4라운드처럼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개인보단 팀으로 뭉쳐서 가면 될 것 같다"며 "(정)지윤이가 최근 읽은 책 중에 오타니 선수의 책이 있었다. 거기에 압박감을 즐기라는 내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윤이가 내게 '압박감을 즐겨'라고 하는데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압박감을 즐기게 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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