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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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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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역대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부담감이 아닌 책임감을 가슴에 품고 미국으로 향했다.
이정후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제야 실감이 조금 난다. 원래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오늘(1일)은 또 혼자 나가게 됐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며 "오늘과 비교해 7년 전 스프링캠프 출국 때가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때는 정말 프로 선수로서 첫 시작이어서 떨리고 긴장됐는데 지금은 선배님들도 안 계시고 또 다른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해 역대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지 48일 만이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507억 원) 규모의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7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3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3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3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3억 원)를 받는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에서 개인적으로 몸을 만든 이정후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전체 훈련(투·포수는 2월 16일 시작)에 합류한다. 그동안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개인 훈련을 했던 히어로즈 선배 메이저리거들과는 다른 행보다.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전 키움과 함께 훈련을 했었다. 하지만 키움이 지난해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같은 훈련 시설을 쓰고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인 탓에 합류가 불발됐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기술 훈련만 남았는데 따뜻한 곳으로 빨리 가서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실내에서 하는 훈련은 한계가 있다. 새로운 팀원들도 많이 못 만나봤고 모든 걸 먼저 가서 경험하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도 훈련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바로 애리조나로 가서 내일(2일)부터 훈련할 생각이다. 이미 마음가짐은 실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빠른 출국의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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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운데)가 지난해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들과 함께 전광판의 굿바이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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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
휘문고 졸업 후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정후는 7년간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로 2022시즌에는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OPS 0.996이라는 생애 첫 MVP를 차지했다.
최고의 성적을 남겼던 선수인 만큼 한국인 메이저리거 포스팅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이정후가 받아낸 총액 1억 1300만 달러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종전 1위 기록은 2012년 말 류현진(37)이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6년 3600만 달러(약 480억 원), 야수 1위 기록인 김하성(29)의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맺은 4년 2800만 달러(약 373억 원)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정후는 "(1억 달러 넘는 계약을 따낸 것에) 솔직히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나 다음으로 한국에서 도전하는 후배들이나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내가 또 잘한다면 앞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나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책임감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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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오른쪽)이 2021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이정후와 함께 미소 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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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오른쪽)가 2023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웃고 있다. |
히어로즈 팀 선배이자 존경하는 형 김하성과 만남도 기대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정후와 맞대결 때 "안 봐주고 오는 타구는 다 잡겠다"고 미리 엄포를 논 바 있다. 이에 이정후는 "그건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봐주면 같은 팀 선수나 우리의 플레이를 보러 오신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경기할 때는 정말 사적인 감정 다 빼고 선수 대 선수로서 경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하성이 형이 치는 타구는 치아로라도 잡겠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하성이 형과 스프링캠프가 있는 지역도 같아서 만나면 형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생각이다. 형이 잘 알려주는 편인데 일단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보게 될 테니까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또 형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일만 남았는데 아프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잘해서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가장 만나보고 싶은 투수는 같은 나이에 같은 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였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이 두려울 건 없는 것 같다. 날 맞히지만 않는다면...."이라고 농담하면서 "막상 타석에 들어갔을 때는 두려운 것보다 이런 공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리고 그 공을 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야마모토 선수가 같은 지구로 오게 됐는데 국가대표 경기에서 만났을 때랑 리그 경기에서 만났을 때랑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고 공도 쳐 보고 싶다. 첫 시즌 목표는 적응이다. 적응을 잘하는 것이 최우선인 것 같고 거기에 맞춰서 내 개인적인 목표를 세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항에는 인터뷰가 예정된 오후 5시 무렵부터 차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약 17분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이정후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모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정후는 "우선 공항까지 나와 주신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는데 많이 기대해 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꼭 잘하겠다. 한국에서 보였던 모습을 미국에서도 할 수 있도록 은퇴하는 그날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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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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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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