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내 한계를 느끼다보니 방황했어요."
최고 시속 160㎞ 가까운 광속구를 뿌리며 고교시절까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던 투수.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 지명을 받고 자신만만해 했으나 너무도 뼈아픈 1년을 겪었다. 김서현(20)은 아팠던 만큼 성숙해져 있었다.
2023년 한화에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입단한 김서현의 첫 시즌은 너무도 뼈아팠다. 마무리를 꿈꿨으나 20경기에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7.25에 그쳤다.
시즌 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2군)에서 보냈다. 김서현은 3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어떤 게 힘들었다기보다는 나의 한계를 느꼈고 처음 한계를 느끼다보니 방황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다. 뭘 해야 더 도움이 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큰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렇게 6월까지 1군에서 보낸 50일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고 결국 2군으로 향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오른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에게 선발 수업을 시켰다. 최대한 많은 공을 던져보면서 프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였다. 8월 2번째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로는 시즌 끝까지 2군에서 시간을 보내며 새 시즌에 대비했다.
마무리 캠프와 개인훈련에서 절치부심해 구슬땀을 흘렸다. 새 시즌 보직도 정해졌다. 셋업맨이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일 "서현이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논의했고 긴 이닝보다는 짧은 이닝 쪽으로 가는 게 낫다고 결론을 냈다"며 "충분히 마무리의 자질이 있다. 길게 던질 생각하지 말고 '네 구위로 자신 있게 던져보라'고 유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 때 패기 넘치던 모습은 사라졌다. 자신감이 줄었다기보다는 아픈만큼 성숙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김서현은 "작년보다는 기복을 줄이고 1군에 더 오래 붙어있자는 생각"이라며 "작년엔 제구가 안 됐다. 박승민 투수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도 해보고 보완점을 찾았다. 지난해보다는 기량도 더 발전하며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보직이 확정된 것도 시즌을 더 계획적으로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서현은 "작년엔 불펜과 선발로 돌아다니며 정확한 자리가 없었다"면서도 "올해는 1이닝씩 짧게 던진다. 불펜으로 다시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중간에서 계속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작년보다는 편하게 1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3일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의 불펜피칭을 지켜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장점인 빠른 공을 더 자신감 있게 던져야 된다"며 "지난해엔 제구가 안 되니까 변화구 비중이 확 늘어났다.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고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지기보다는 주무기에 포커스를 두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재능을 지녔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최 감독은 "150㎞ 중반 공을 쏘는 투수다. 타자들 입장에선 쉽지 않다"며 "폼도 그렇게 예쁜 폼이 아니라서 오히려 그게 위협적이다. 김현수나 다른 타자들에게 물어보면 조금 무섭다고 하더라. 이런 선수가 자리를 잡아주면 좋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김서현은 "2군에서 선배님들이나 코치님들도 '1년차에 무조건 잘 할 수 없다', '한 번씩 겪는 성장통이다', '너무 걱정 안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지금은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폼 고정 얘기도 많이 나왔는데 이번엔 고정을 하고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관심 속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첫 해 부침을 겪었으나 지난해 신인상과 함께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문동주가 좋은 롤 모델이다. 김서현은 "동주 형이 작년에 하는 걸 보고 신기했다. 1년 만에 저렇게 회복한 것인데 배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22⅓이닝만 던져 올해도 신인상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김서현은 "신인상엔 많이 관심이 없다. 준서와는 고등학교 때도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했는데 경쟁보다는 많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는 다르다.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황준서와 신인왕을 두고 다툴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문동주처럼 데뷔 시즌 부진을 얼마나 잘 털어내고 스텝업하느냐가 관건이다.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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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투수 김서현이 3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최고 시속 160㎞ 가까운 광속구를 뿌리며 고교시절까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던 투수.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 지명을 받고 자신만만해 했으나 너무도 뼈아픈 1년을 겪었다. 김서현(20)은 아팠던 만큼 성숙해져 있었다.
2023년 한화에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입단한 김서현의 첫 시즌은 너무도 뼈아팠다. 마무리를 꿈꿨으나 20경기에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7.25에 그쳤다.
시즌 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2군)에서 보냈다. 김서현은 3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어떤 게 힘들었다기보다는 나의 한계를 느꼈고 처음 한계를 느끼다보니 방황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다. 뭘 해야 더 도움이 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큰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렇게 6월까지 1군에서 보낸 50일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고 결국 2군으로 향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오른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에게 선발 수업을 시켰다. 최대한 많은 공을 던져보면서 프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였다. 8월 2번째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로는 시즌 끝까지 2군에서 시간을 보내며 새 시즌에 대비했다.
김서현(오른쪽)이 3일 불펜피칭 도중 박승민 코치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다. |
지난해 이맘 때 패기 넘치던 모습은 사라졌다. 자신감이 줄었다기보다는 아픈만큼 성숙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김서현은 "작년보다는 기복을 줄이고 1군에 더 오래 붙어있자는 생각"이라며 "작년엔 제구가 안 됐다. 박승민 투수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도 해보고 보완점을 찾았다. 지난해보다는 기량도 더 발전하며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보직이 확정된 것도 시즌을 더 계획적으로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서현은 "작년엔 불펜과 선발로 돌아다니며 정확한 자리가 없었다"면서도 "올해는 1이닝씩 짧게 던진다. 불펜으로 다시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중간에서 계속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작년보다는 편하게 1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3일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의 불펜피칭을 지켜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장점인 빠른 공을 더 자신감 있게 던져야 된다"며 "지난해엔 제구가 안 되니까 변화구 비중이 확 늘어났다.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고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지기보다는 주무기에 포커스를 두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최원호 한화 감독. |
시행착오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김서현은 "2군에서 선배님들이나 코치님들도 '1년차에 무조건 잘 할 수 없다', '한 번씩 겪는 성장통이다', '너무 걱정 안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지금은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폼 고정 얘기도 많이 나왔는데 이번엔 고정을 하고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관심 속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첫 해 부침을 겪었으나 지난해 신인상과 함께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문동주가 좋은 롤 모델이다. 김서현은 "동주 형이 작년에 하는 걸 보고 신기했다. 1년 만에 저렇게 회복한 것인데 배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22⅓이닝만 던져 올해도 신인상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김서현은 "신인상엔 많이 관심이 없다. 준서와는 고등학교 때도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했는데 경쟁보다는 많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는 다르다.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황준서와 신인왕을 두고 다툴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문동주처럼 데뷔 시즌 부진을 얼마나 잘 털어내고 스텝업하느냐가 관건이다.
불펜피칭을 하는 김서현. |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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