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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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루이스 밀러(왼쪽)가 3일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돌파 때 파울을 범하고 있다. |
한국에 당한 뼈아픈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루이스 밀러(24·히버니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자국민들의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호주 매체 7뉴스는 3일 "호주 축구선수 루이스 밀러는 사커루의 아시안컵 탈락 이후 누리꾼들에 의한 '역겨운' 학대에 대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밀러는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28분 교체 투입돼 황희찬의 페널티킥과 손흥민의 프리킥 골로 이어진 두 차례 치명적인 파울을 범했다. 호주는 이 두 번의 실점으로 1-2 역전패, 8강에서 탈락했다.
호주 시간으로 새벽 3시 30분에 펼쳐진 경기였음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한국과 달리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은 멜버른 현지에서도 많은 펍들이 연장 영업을 하며 한국과 호주의 8강전을 중계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전반 42분 한국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크레이그 굿윈(알웨다)이 측면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연결, 먼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한국의 파상공세에도 문을 잘 걸어잠근 호주의 승리가 예상됐다. 정규시간이 지나도록 한 골의 리드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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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오른쪽)의 태클이 공이 아닌 손흥민의 다리를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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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동점골에 함께 기뻐하는 황희찬과 손흥민과 대비되는 밀러의 표정.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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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현지에서 중계를 하고 있는 펍 전경. /사진=호주 교포 제공 |
그러나 치명적인 반칙 하나가 흐름을 바꿔놨다. 후반 추가시간 6분. 손흥민이 상대 문전에서 집념의 드리블을 펼쳤고 이를 따라가던 밀러가 뻗은 발이 손흥민의 다리에 걸렸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손흥민 대신 나선 키커 황희찬이 깔끔히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밀러의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의 돌파를 막아내다가 다시 반칙을 범했다. 이번엔 반대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한국을 4강으로 견인했다.
호주는 충격에 빠졌다. 다 이긴 경기를 치명적인 파울 2번으로 내줬다는 실망감이 컸다. 화살은 밀러에게 향했다. 나다니엘 앳킨슨(하트 오브 미들로디언)이 발목 부상으로 빠져나간 게 복선이 됐다. 그를 대신해 투입된 밀러는 치명적 반칙을 범했다. 7뉴스에 따르면 현지 해설진에서도 "불필요했다", "뇌가 퇴화된 플레이" 등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나아가 일부 누리꾼들은 밀러의 SNS를 찾아 "다시는 사커루에서 뛰지마라", "훌륭한 태클맨", "어떻게 그런 판단력으로 축구선수냐", "우리를 집으로 보내줘서 고맙다", "XX 놀라운 태클이다. 판 다이크인줄 알았다", "네가 아니었으면 더 일찍 잘 수 있었을텐데 시간 낭비해줘서 고맙다", "혼자 나라를 빼앗겼으니 시민권을 포기해라" 등부터 시작해 욕설 등 공격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이런 소리들은 무시하라", "댓글창은 닫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고 결국 밀러는 현재 댓글창을 닫아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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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전반에도 아크 왼쪽에서 황희찬(왼쪽)에게 파울을 범하는 밀러.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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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가운데)이 프리킥 골을 완성시키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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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호주 현지 방송 채널에서 아시안컵 한국과 8강전 종료 후 비평을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나아가 밀러는 과도한 비판을 가한 누리꾼들을 경찰에 신고까지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호주 선수들은 밀러를 감쌌다. 매체에 따르면 센터백 해리 수타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우리는 팀으로서 이기고 팀으로서 진다"며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도 경기 중 실수를 했다. 우리는 그를 비판하고 지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수 아지즈 베히히도 "우린 이러한 축구의 순간들을 겪어왔다. 일본전에서도 자책골로 진적이 있다"면서 "그것은 축구의 일부다. 바닥을 찍지 않으면 더 강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밀러)를 감쌀 것이다. 그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아직 어리고 커리어 초기 단계일뿐"이라고 두둔했다.
호주 저널리스트 톰 윌리엄스는 "이런 학대는 역겹고 불필요하다. 선수의 활약은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선이 있다. 사람들은 선수들이 이런 댓글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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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는 밀러(왼쪽).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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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밀러(오른쪽)와 그에게 다가와 위로하는 동료. /AFPBBNews=뉴스1 |
멜버른(호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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