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출신 윌 크로우(30·KIA 타이거즈)의 KBO리그 무대 적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크로우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5실점 난조 속 시즌 첫 패를 당했다.
시작은 깔끔했다. 다만 투구수가 다소 많았다. 선두 정수빈을 삼진, 허경민을 3루수 땅볼, 헨리 라모스를 다시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는데 투구수가 20개에 달했다. 정수빈과 8구, 라모스가 9구 승부를 펼쳤다.
크로우는 0-0이던 2회 첫 실점했다. 선두 김재환을 중전안타로 내보낸 가운데 1사 1루에서 강승호를 만나 선제 투런포를 헌납했다. 초구 볼 이후 2구째 커터(140km)가 높게 형성되며 좌월 투런포로 연결됐다. 개막전이었던 23일 광주 키움전에 이은 2경기 연속 피홈런이었다.
3회에는 선두 박준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잘 잡아놓고 정수빈-허경민-라모스(2루타) 상대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했다. 다만 김재환의 자동고의4구로 계속된 만루 위기는 양석환과 강승호를 연달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 극복했다. 체인지업, 커터, 투심 등 변화구의 움직임이 예리했다.
4회를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한 크로우는 0-3으로 뒤진 5회 다시 흔들렸다. 이닝 시작과 함께 정수빈, 허경민 테이블세터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라모스를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막고 한숨을 돌렸지만 김재환을 만나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에이스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0-4로 뒤진 5회 1사 1, 2루서 윤중현에게 바통을 넘겼고, 윤중현이 양석환의 볼넷으로 이어진 만루에서 강승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크로우의 승계주자 1명이 홈을 밟았다. 크로우의 평균자책점이 6.35에서 8.10(10이닝 9자책)으로 치솟은 순간이었다.
크로우는 2024시즌을 앞두고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KIA 새 외국인투수가 됐다.
크로우는 지난 2020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 지난해까지 4시즌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평균자책점 5.30(210⅔이닝 125자책)을 기록했다.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을 맡아 26경기(선발 25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48(116⅔이닝 71자책)을 남겼고, 2022시즌 불펜으로 변신해 60경기(선발 1경기) 6승 10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어깨 부상을 당하며 메이저리그 5경기, 마이너리그 트리플A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럼에도 크로우의 KBO리그행은 KIA를 제외한 9개 구단과 많은 야구계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불과 2022년까지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였던 선수가 30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낯선 아시아 무대를 택했기 때문이다.
KIA 에이스 중책을 맡은 크로우는 시범경기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0을 거쳐 23일 홈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고전했다. 타선 도움에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을 안았지만 엿새의휴식을 취하고 나선 이날 5회를 버티지 못하며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의 자존심을 구겼다.
크로우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한 KIA는 두산에 0-8로 완패하며 개막 5연승이 좌절됐다. 하필 에이스가 출격한 날 시즌 첫 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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