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도 영어 배우는데...'' 오타니는 왜 불법도박 논란에 일본어로만 말했나 '美 매체 쓴소리'
입력 : 2024.03.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LA 다저스 구단 제공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LA 다저스 구단 제공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AFPBBNews=뉴스1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그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얽힌 불법 도박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로 일방적인 전달에 가까웠던 오타니의 공식 기자회견도 한몫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30일(한국시간) "오타니가 팬들을 정말로 안심시킬 기회를 놓친 건 메이저리그(MLB)의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매체가 말한 그 기회란 지난 26일 오타니가 새로운 통역 윌 아이레턴과 함께 LA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에서 가진 불법 도박 관련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오타니는 "나 자신도 신뢰했던 분(미즈하라)의 잘못이 슬프고 충격적이다. 지금도 그렇다"며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사건을 정리해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불법 도박과 확실하게 선을 그은 오타니는 가장 의문이 제기된 자신의 계좌에서 송금이 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미즈하라가 내 돈을 빼낸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결론부터 말하면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이에 대해 모든 이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즈하라에게 거액의 빚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려진 것(지난해 알게 돼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입장)과 달리 서울에서 알게 됐다고 말이 바뀌었다. 오타니는 "이 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서울 시리즈 1차전(20일)이 끝난 직후의 미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충격이라는 단어보다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으로 일주일을 지냈다. 본격적인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법률대리인에게 맡겨놓고, 나 역시 수사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오타니가 자신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며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장 LA 다저스의 연고지 로스앤젤레스의 유력지 LA 타임스는 28일 "아직도 오타니 쇼헤이를 믿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며 "결론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는 우여곡절이 심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 본인이나 회계사, 은행 직원, 혹은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면 450만 달러라는 돈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도 그럴 것이 미국 현지의 언론들은 오타니에게 직접적으로 질문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당시 기자회견은 약 12분 동안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오타니가 자신의 입장을 일본어로 전달, 아이레턴 통역이 영어로 말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기자회견이 아닌 사실상 입장문 발표에 가까웠다. 일부 취재진은 기자회견장이 아닌 프레스 룸에서 TV 화면을 통해 오타니의 기자회견을 지켜봐야 했다. 오타니의 기자회견 사진은 LA 다저스 구단을 통해 제공됐고, 오타니가 나오는 TV 화면을 촬영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오타니의 기자회견은 비디오카메라를 금지하고 답변이 필요한 모든 질문이 차단됐다. 그러면서 피할 수 없는 호기심에만 방어된 답변만이 던져졌을 뿐이다. 오타니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의도로만 12분짜리 메시지를 아이레튼 통역을 통해 일본어로 전달했고 그게 끝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을 미국 대부분의 야구팬이 오타니 스캔들에 대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이 조금 슬프다. 오타니는 올해 7월에 서른 살이 되는데, 결혼 발표 같은 가장 간단한 발표나 필드에서 보여주는 성적 외에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금의 오타니는 훨씬 더 깊숙한 곳으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오타니의 소극적인 해명은 몇 가지 부분에서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먼저 오타니는 이제 메이저리그의 얼굴이 된 슈퍼스타다. 2018년 LA 에인절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오타니는 투·타 겸업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러내면서 선수들의 우상이 됐다. 타자로서 통산 70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4, 171홈런 43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1, 투수로서 통산 86경기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481⅔이닝 608탈삼진을 기록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수상에 이어 2021년과 2023년에는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만장일치 MVP를 두 번 이상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오타니가 유일하다.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에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433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역시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7억 달러 계약 후 훨씬 더 큰 유명인이 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오타니의 한 단계 더 올라선 입지를 인정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월 28일(한국시간)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서 MVP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월 28일(한국시간)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서 MVP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맨 오른쪽)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운데)를 통해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맨 오른쪽)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운데)를 통해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그런 만큼 오타니가 이제 어느 정도는 영어를 통해 메이저리그 구성원과 팬들과 소통하길 바랐다. 오타니가 영어를 아예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지 매체들의 아쉬움은 더했다. 실제로 오타니는 지난 1월 2023년 MVP를 수상하는 자리에서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 외에도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는 12세 때부터 영어 수업을 받기 시작해 20세 무렵에는 유창하게 말할 줄 알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자란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도 영어를 쓰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렇듯 뛰고 있는 나라와 리그의 구성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슈퍼스타의 덕목 중 하나로 본 것이다.

이정후의 이름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가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기사를 읽었을 때 매력적이면서도 아쉬움을 느꼈다. 참고로 이정후는 종종 새로 배운 언어(영어)로 질문에 답을 할 때가 있다"고 눈여겨봤다. 실제로 이정후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대비해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출국 당시 인터뷰에서는 "영어를 배웠었는데 한국에서는 쓸 일이 잘 없다 보니 까먹게 되더라. 미국에 가서는 다시 조금씩 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툴지만 언어를 습득해 조금씩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슈퍼스타 중 하나가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3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슈퍼스타 대우받았다. 이정후의 1억 1300만 달러 계약 총액은 지난겨울 체결된 FA 총액 4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샌프란시스코 구단 내에서도 전체 2위, 야수 1위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오타니에게 느낀) 그 아쉬움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FA 계약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정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정후는 빅리그의 꿈을 추구하면서 스스로 영어를 습득하려는 많은 해외 선수 중 하나"라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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