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3년→리빌딩 끝→감격 선두 등극' 어메이징 한화, '10년 만에' 대전에 봄이 왔다
입력 : 2024.03.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30일 KT 위즈전 승리를 거두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30일 KT 위즈전 승리를 거두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던 한화 이글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리빌딩 기조로 힘든 시기를 겪어냈지만 알찬 영입과 함께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이제 한화는 순위표 최상단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긴 암흑기 끝에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지만 그 기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2019년 9위, 2020년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는 리빌딩을 외치며 선수 육성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그럼에도 2021년, 202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구단을 칼을 빼들었다.

지난 시즌 도중 최원호 감독을 자리에 앉혔고 8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2005년 이후 무려 18년만의 일이었다.

최종결과는 9위로 탈꼴찌를 벗어나는데 그쳤지만 분명 이전과는 달리 가능성이 느껴졌다. 2020년부터 한화의 승률은 0.326, 0.371, 0.324로 허덕였는데 지난해 0.411로 확실한 가능성을 봤다.

한화 투수 문동주.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투수 문동주.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4번 타자 노시환.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4번 타자 노시환. /사진=한화 이글스
단순 수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동주와 노시환이 급성장하며 신인상과 타격 2관왕을 차지했고 국가대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팀의 미래를 이끌 이들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들 외에도 문현빈, 최인호 등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즌 후엔 선수단을 대거 정리했고 코치진에도 변화를 줬다. 1년 전 스토브리그에서 7년 만에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채은성을 6년 90억원에 데려오며 팀의 체질 개선에 힘을 쓴 한화는 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내야수 안치홍과 4+2년 72억원 계약을 맺었고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과 포수 이재원까지 데려왔다.

류현진이 방점을 찍었다. 팔꿈치 수술 후 성공적으로 재기했고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의 다년 계약도 마다하고 친정팀 복귀를 택했다. 조금이라도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계약기간 내 우승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류현진은 올해의 목표도 "가을야구"라고 분명히 했다.

지난해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던 외국인 타자의 교체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인 태도와 활발한 성격, 정교한 배팅에 선구안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스위치 히터 요나단 페라자를 데려왔다.

시즌 개막을 앞둔 출정식 소개 영상에 등장한 'REBUILDING IS OVER(리빌딩은 끝났다)'는 구호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한화도 윈나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자 시즌을 맞는 각오이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개막전 선발로 나선 류현진이 흔들리며 패했지만 이후 한화는 놀라운 드라마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시즌 전부터 리그 최강 수준의 선발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가 기대대로 호투하며 승리를 챙겼고 마지막으로 선발 한 자리를 꿰찬 김민우도 호투했다.

29일 평일 경기임에도 대전 개막전엔 1만 2000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올 시즌 KBO리그 평일 경기 첫 매진 사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대전 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고 30일에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가득 들어찼다. 31일 경기까지 3연속 매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한화는 30일 KT전 화끈한 화력을 뽐내며 8-5 승리를 거뒀다. 한화가 초반 7경기에서 6승 1패를 거둔 건 1998년 이후 무려 26년 만의 쾌거였다. 나아가 한화는 2014년 3월 30일 이후 10년 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단순히 결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한 기세를 보이고 있는 한화다.

경기 전 최원호 한화 감독도 "예상할 수가 없다. 잘하기를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기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행보를 걷고 있다.

안치홍(가운데)이 30일 KT전 3회말 투런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안치홍(가운데)이 30일 KT전 3회말 투런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경기를 마친 최 감독은 "타선에서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올려주고 있는 페라자와, 그리고 달아나는 홈런으로 좋은 흐름을 가져온 안치홍의 역할이 컸다"며 "정은원, 임종찬도 활발한 모습으로 찬스를 열어줬고 문현빈도 필요한 순간 타점으로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이어 "주현상이 중요한 시점에 등판해 위기를 넘기고 다음 이닝까지 막아주면서 승리에 큰 힘을 보태줬다. 연일 호투하며 팀의 승리를 지켜주고 있다"며 "페냐 역시 5이닝 동안 선발로서의 역할을 다 해줬다"고 투수진의 활약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모든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나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는지 잘 알 수 있는지, 선수단에 대한 만족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발언이다.

5경기에서 6⅓이닝을 책임지면서도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미스터 제로' 주현상은 30일 경기에서도 실점 위기를 완벽히 틀어막고 팀 승리를 이끈 뒤 "형들이 많이 왔고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며 "후배들도 그런 걸 따라하다 보니까 좋아지는 것 같다. 선후배간 합이 맞다보니 경기 때도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상승세의 비결을 전했다.

5번째 선발로 다소 늦게 시작했으나 선발승을 올린 문동주를 통해서는 라커룸의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라커룸에서 분위기가 진짜 너무 좋다. (류)현진 선배님도 오시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잘 배우기도 하고 외국인 선수들이랑은 1년을 같이 했기 때문에 더 친해지고 서로의 루틴을 알다 보니까 더 잘 재밌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게) 부담되기보다는 경기를 하면서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선수들도 끝까지 투수가 점수를 주면 타자가 점수를 뽑아주면서 서로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끔 잘 도와주고 있다.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까 호흡도 잘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문동주의 말처럼 최근 한화의 분위기는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잘 되는 집의 전형'이다. 이날 선발은 루키 황준서다. 김민우가 담 증세를 호소해 갑자기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이미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던 전체 1순위 신인으로 시범경기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하며 이런 날을 위해 준비를 마쳤다.

3경기 연속 매진, 7연승, 1위 질주. 한화가 31일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KT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세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30일 KT전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려낸 페라자(오른쪽)이 노시환과 합동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30일 KT전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려낸 페라자(오른쪽)이 노시환과 합동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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