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종로, 고용준 기자] 탑 렉사이와 정글 세주아니가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초반 스노우볼을 굴릴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상대 한화생명의 조합이 후반에 무게감을 실은 밸류 조합이었음에도 광동의 선전은 지켜보는 이들의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허나 그저 신기루 같았다. 1세트 18분까지 7-1로 앞서가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뿐만 체급의 우위를 살린 한화생명의 공세가 그대로 광동의 광기 어린 광풍을 잠재웠다. 2세트 역시 1세트의 데자뷰 같이 승부의 흐름이 갈렸다. 3세트는 더욱 더 일방적이었다.
“우리는 좋은 총신과 방아쇠를 가지고 있지만, 총알은 아쉽게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모든 선수들이 스프링 시즌 내내 휴가 없이 열심히 달렸지만, 이 한계를 극복해야 서머 시즌은 4위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서머 시즌에서도 우리는 6등 정도의 파워를 가진 팀일 뿐”이라고 씁쓸한 표정으로 ‘2024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를 총평했다.
광동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벌어진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1라운드 한화생명과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면서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씨맥’ 김대호 광동 감독은 “너무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오게 돼 아쉽다. 다 알고 있는대로 그대로 나왔다. 그래서 씁쓸하다”고 착잡한 표정으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 총평을 전했다.
5일의 기간 동안 바뀐 14.6패치을 적용해 플레이오프 대진 확정 이후 탑 렉사이라는 승부수를 준비했던 광동. 전략의 핵심이었던 ‘두두’ 이동주는 1, 2세트 ‘커즈’ 문우찬과 초반 흐름을 만들어내면서 분전했으나, 결국 한화생명의 높은 체급을 넘지는 못했다.
김 감독은 봇 듀오의 2대 2 특별 스크림 사실까지 공개하며 경기 준비 과정을 소개했지만, 결론적으로는 탑과 정글로 할 수 있는 경기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크림을 많이 했다. 여기에 추가 시간을 통해 봇 듀오는 2대 2 스크림을 매일하면서 경험치를 올렸다. 이날 경기는 여기에 밴픽까지 잘됐었다. 사실 1세트 밴픽이 되고 나서 더 걱정도 됐다. ‘이걸 지면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밴픽 구도를 지면 틀어도 더 나빠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탑 정글은 많이 잘해줬는데 한타나 상황통제를 못한 딜러진이 아쉽다. 앞으로 그 부분을 개선해보겠다.”
김대호 감독은 스프링 시즌에 앞서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했지만, 성에 차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탑과 정글을 극찬하면서 미드와 원딜 딜러진에게는 각성을 촉구했다.
“스프링에서 우리의 전력이 6위 정도라고 말한 적 있다. 그대로 됐다. 반전이 없어 재미가 없다. 우리는 변화가 없다면 서머에서도 6위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탑과 정글로는 한계가 있다. 총신과 방아쇠가 좋지만 날릴 탄환이 보잘 것 없다면 절대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최소한 딜러진이 30% 정도 승률이라도 보여준다면 4위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김대호 감독은 팬들의 기대감이 사라지기 전, 팬들이 떠나기 전 붙잡아야 함을 강조했다.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 경기력 기복을 떠나 항상 응원해주셔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팬 분들의 마음을 계속 붙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