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내일 눈치 없이 또 눈물을 흘릴 거 같다."
김연경(36·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KYK INVITATIONAL 2024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대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배유나, 양효진, 김수지, 황연주, 한송이 등 여자배구 레전드들도 함께 했다.
‘Not end, but and’를 모토로 내세운 KYK Invitational 2024는 그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의 ‘김연경 초청 은퇴 기념 경기’와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이 개최된다.
먼저 8일 김연경 초청 국가대표 은퇴 경기와 국가대표 은퇴식이 진행된다.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김해란(은퇴), 김희진(IBK기업은행), 한송이(은퇴), 황연주(현대건설) 등 한국 여자배구의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 선수들이 팀 코리아(감독 김형실)와 팀 대한민국(감독 이정철)으로 팀을 나눠 이벤트 경기를 펼친다.
9일에는 김연경과 국경을 넘는 우정을 자랑하는 해외 선수들 및 국내 선수들이 팀을 이뤄 명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엘린 루소(벨기에), 안나 라자레바(러시아)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방한해 코트를 밟는다.
다음은 대회 호스트 김연경과의 일문일답이다.
-대회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세계올스타에 포커스를 맞춰서 준비하다가 국가대표 은퇴식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른 국제 스포츠를 보면 이벤트가 많이 있는데 배구는 교류가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벤트를 준비하게 됐다. 국가대표 은퇴라는 게 상징적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함께했던 언니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 더 뜻 깊을 거 같았다. 어렵게 배구의 큰 행사를 만들어봤다.
-선수 섭외 어려움은 없었나
연륜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확실히 적극적으로 연락이 많이 왔다. 베테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어린 선수들도 참여하게 됐다.
-기억에 남는 국제대회를 꼽는다면
얼마 되지 않은 도쿄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대회를 준비했고, 어렵게 티켓을 따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많은 팬들과 함께하지 못했지만 성적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당시 ‘해보자, 해보자’ 명언이 큰 화제가 됐다
어디 갈 때마다 들어서 이제는 부끄럽다. 또 다른 명언을 꼽자면 그 동안 보면 ‘식빵’이 살짝 들어갔을 때 한국인의 열정을 느낀 거 같다. 선수들에게 급박한 상황에서 간절함을 느끼게 하려고 했다.
-국가대표 은퇴 소감은
2021년 올림픽을 뛰고 나서 인터뷰할 때 대표팀 은퇴를 발표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 동안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는데 이렇게 공식 행사에서 은퇴라는 단어가 다시 나오니 감정적으로 뭔지 모를 묵직함이 온다. MBTI가 T에서 F로 바뀌는 것 같다. 내일도 그런 분위기가 되면 눈치 없이 눈물 흘리지 않을까 싶다.
-17년 국가대표 생활을 되돌아보자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대표팀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다 함께했다. 다른 나라가 세대교체를 3번 했어도 난 자리를 지켰다.
-후배들이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연일 고전 중인데
여자배구 성적이 걱정스럽다. 성적이 좋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크다. 이번 이벤트가 더 중요한 게 많은 분들이 조금 더 여자배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힘내서 했으면 좋겠다.
-아쉬움이 남는 국제대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도쿄올림픽보다는 런던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3, 4위전(일본전)을 졌는데 조금 더 분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도쿄에서도 브라질, 세르비아 등 잘하는 팀을 만나 졌지만 런던이 아쉬움으로 많이 남는다. 지금 준비성으로 그 때 대회를 나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자배구의 황금기가 다시 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여자배구가 국가대표에 초점을 맞춰서 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국가대표 스케줄에 맞춰서 리그가 진행되면 연습기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기량도 발전할 거 같다.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대표팀보다 리그에 더 집중하고 있지 않나 싶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바꾸려고 하기보다 긴 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해야 한다. 배구인들이 개개인이 좋다고 해서 성적을 등한시 하지 않고 같이 토론하면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봤으면 좋겠다.
/backlight@osen.co.kr